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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볼까

이경홍 경일대 교수, 5월 7일부터 영남대박물관서 사진전

이경홍 영남대 총장 사진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01

이경홍 영남대 총장 사진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02

이경홍 경일대 교수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사진전을 연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Le visible et l’invisible)’이라는 주제로 5월 7일부터 6월 5일까지 영남대박물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여는 이번 사진전은 영남대박물관(관장 박성용)이 2015년 기획테마전으로 준비한 전시다.

이경홍 교수는 1949년 서울에서 출생해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빠리제1대학교에서 사진미학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일대학교 조형대학 사진영상학부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그의 사진은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대구 동제미술관 등에서 영구(永久) 소장을 하고 있다. 또한 여러 번의 개인전(30회)과 단체전을 열었다. 저서로는 ‘타오르는 물’(현대문학, 2009)이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경호 학예연구원은 “이번 전시는 제50기 문화강좌 해외답사 서유럽미술관 아트 투어를 앞두고 서양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중세 교회와 현대 파리 거리의 일상을 담은 사진 작업들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미학 박사이자 기획에 참여한 김원숙 연구원은 “이번 전시는 평생 교육자, 철학자 그리고 작가로서의 길을 오롯이 걸어온 이경홍은 늘 깨어 있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철학과 인문학의 토대 위에서 작업을 해왔다”며 “작품 세계를 통해 동시대 사진계를 살펴보고 사진과 삶의 관계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코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기획 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현재 건국대 외래교수, 영남대박물관특별연구원, 동탄후마니타스아카데미 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전시 개막 행사는 5월 7일(목) 오후 4시 30분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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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경홍 사진전

글 / 미재 김원숙 (미학박사/예술비평가)

이번 전시는 평생 교육자, 철학자 그리고 작가로서의 길을 오롯이 걸어온 이경홍의 작품 세계를 통해 동시대 사진계를 살펴보고 사진과 삶의 관계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코자 기획한 저시다.

이경홍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 파리 제1대학교 빵떼옹 소르본느 철학부에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개념에 의한 사진영상에 나타난 찰나 미학 연구>(1988)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 연구 논문으로는 <사진 활동 안에서 보는 작업의 역할>(현대사진영상학회 논문집 vol.2, 1999)이 있다.

이론가이자 사진가인 이경홍은 늘 깨어있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했으며, 철학과 인문학의 토대 위에서 작업을 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이경홍의 사진들 중 주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중세 교회와 현대 파리 거리의 일상을 담은 1980-90년대 사진작업들로 구성된다.

작가는 처음 파리 노트르담성당을 찾았을 때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고 한다. 성당 앞에서 도저히 카메라를 꺼내들 수조차 없었던 그는 이후 7년 동안 매일 루브르미술관에 가서 그 곳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 또 보았으며, 그러고 나서 비로소 찍은 사진들이 바로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다.

이경홍의 작품 세계는 크게 ‘보다(Voir)’와 ‘찰나(Instant)’, 그리고 ‘무위(無爲)’의 세 가지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연출이나 필름의 수정, 인화과정에서 어떠한 작위를 가하지 않은 스트레이트 포토(Straight Photography)만을 엄격하게 고수하는 그의 작업은 보는 행위를 통해 사진의 본성을 탐구한 으젠 앗제(Eugène Atget, 1857~1927)와 찰나의 미학을 이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이라는 두 프랑스 거장의 사진 세계를 동양적 선(禪)의 감성으로 통합하면서 독특한 사진 미학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테크닉이나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이는 데로 아무렇지도 않게 담는 듯한 이경홍의 자연스런 사진 이미지들은 단지 사물의 외양에 대한 기록과 모방이라는 재현(再現)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세상에 대한 예민한 통찰의 시선을 제공한다.

그에게 있어 ‘보다’의 행위는 시각(Seeing)의 차원, 이해(Understanding)의 차원, 그리고 직관(Intuition)의 차원이 모두 개입된다.

작가는 “보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사진의 힘”이고, “본다는 것은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타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이고 자연과 화해하려는 태도”며 사진이란 “감각과 정신으로부터 나오는 하나의 즉각적인 작업”이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랑스 중세기 로마네스크 성당과 고딕성당 건축의 정수를 만날 볼 수 있다. 마치 그레고리안 성가(Gregorian chant)라도 울려나는 듯한 보르도(Bordeaux) 성당의 기둥들, 엄숙한 시선으로 영원을 바라보고 선 사르트르(Chartres) 성당 구약선지자들의 조각상들, 몽마르트르 언덕 위 사크레 쾨르(Sacré-Cœur) 성당의 흔들리는 촛불, 느베르(Nevers) 성당 탑 꼭대기에 새겨진 하늘의 입구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조용한 기도실로 비추어 드는 경이로운 아침의 첫 햇살, 랭스(Reims) 성당 창문에 그려진 감동스런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해질 녘 버스를 타고 지나는 작가 앞에 문득 나타난 노트르담(Notre Dame de Paris)의 얼굴. 이경홍의 사진들에서 우리는 돌 위에서 반짝이는 빛을, 물질에 스민 신성을, 부분이면서 하나인 전체를 마주하게 된다.

단 한번 허락된 순간, 오직 한 장의 사진! 이경홍의 사진에 있어 또 하나의 본질은 ‘찰나’다. 그의 사진의 형식과 내용은 찰나를 통해 구현된다. 산스크리트어의 ‘크샤나(kșaṇa)’를 음역(音譯)한 ‘찰나(刹那)’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란 뜻으로 이것을 현대 시간으로 환산한다면 ‘75분의 1초’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경홍의 사진에서 찰나는 시간적 개념을 넘어 일종의 질적 도약이다.

“영원은 여기 있고 하나의 유일한 찰나는 성립된다. 찰나가 있는 곳, 눈이 스스로 열리고 보인다.”(작가의 말)

그에게 찰나는 매번 같지 않는 하나의 떨림이며, 영원으로 향하는 출구이고,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참된 삶이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룩상부르공원 어린이 놀이터에서 그네 타는 아이들 뒤에서 하염없는 바라보고 서 있는 빨간 모자를 쓴 꼬마, 차창 너머 처연한 표정의 집시 아이들, 로지에 거리에서 마주친 흰 수염의 유태인 랍비, 잊히지 않는 서늘한 눈빛으로 벤치에 걸터앉은 걸인, 몽마르트르 언덕 공원에서 쇠공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동네 노인들, 극장에 들어간 손자를 기다리며 공원 의자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은발 노부인 곁의 빨간 풍선, 튈르리 공원 조각상 앞으로 운명처럼 다가와 입맞춤을 하던 불구의 연인, 아내와 함께 들른 보르도의 어느 앤틱샵 유리창 너머로 내다 본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행인, 쇼윈도 앞 외발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남자를 보면서 문득 매 순간 균형을 잡으며 아슬아슬하게 굴러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의 사진 이미지들은 어떤 특정 메시지나 체계를 거부한다. 다만 보여줄 뿐이다.

“참되고 진정한 본질은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만 전달할 수 있을 뿐이다.”(작가의 말)

그의 사진은 우리에게 육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현상 너머 영적 차원으로 열리는 신비의 세계를 전한다. 그의 사진은 말할 수 없는 언어로 이야기하고 보여줄 수 없음을 보여준다.

사진가 이경홍에게 사진작업이란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 다름 아니다. 그는 지금껏 ‘보다’라는 화두를 붙들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 철저히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 철학자이자 수행자로 걸어왔다. 고요한 바다가 온 우주를 남김없이 비추듯 담담히 맑은 그의 사진들 앞에서 나를 비추어 보고 우리 삶을 조용히 성찰하는 시간을 기대해 본다. 놀라운 삶의 신비와 찰나를 포착하고 보이는 것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를 지시함으로써 깊은 존재 체험으로 이끄는 이경홍의 사진전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About 김종영™ (915 Articles)
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2 Comments on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볼까

  1. 고맙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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