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북미정상회담에 바란다
"향후 미중남북 4개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이 아닌 한반도 평화조약으로 전환하는 4자 평화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기대한다. 4개국 정상회담에서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4개국이 서명하고 유엔안보리가 추인하고 유엔 사무국에 등록하면 완전한 국제법적 성격을 갖게 된다. 이러한 한반도 평화조약은 궁극적으로 법적·제도적으로 북한체제를 보장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국제법으로 보장받게 할 것이다. 따라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은 동북아 평화와 연계되어 동북아에서도 항구적인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3차 북미 정상회담에 바란다
곽태환 前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스웨덴 비건-김명철 북미실무협상에서 한반도 비핵화 해법에 북미 양국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결렬로 끝나게 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관계개선을 위한 의지가 강해 북미 간 대화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고 살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금년 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제시할 것을 트럼프에게 제안하였기 때문에 2019년 말까지 비건-최선희 북미 실무협상 개최가 예상되며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도출이 기대된다. 내년 초 북미 양국의 국내정치적 요인으로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향후 제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와 전망에 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를 회고해 본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랜 진통 끝에 2019년 2월 27-28일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분수령이 되길 기대했다.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후속 협상이 8개월 동안 담보 상태에 빠져 있다가 2019년 1월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1.17-19)을 계기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핵심쟁점에 대한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지게 되었다. 2차 정상회담은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이행 로드맵에 합의가 기대되었고 북한의 비핵화의 초기단계로 단계적 후속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일괄타결 식 해법을 제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노딜”(No Deal)로 끝났다. 그 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답보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동에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2주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나 3개월 이상 지연되어 드디어 스웨덴에서 비건-김명철 간 북미 실무협상이 10월 5일에 오랜 진통 끝에 개최되었지만 곧 각자의 해법 차이로 결렬로 끝났다. 이에 대한 북미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려고 한다. 궁극적으로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비핵-평화프로세스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어 대단히 안타깝다.
실무회담에서 본 핵심쟁점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
현재까지 북미 간 협의한 내용을 공개된 자료를 중심으로 검토해 보니 한 가지 주요한 사실은 미국의 북핵 해법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을 위해 미국의 비핵화 해법이 “일괄타결 식” 방안을 고집 해오다가 “단계적” 접근으로 전환은 향후 비핵-평화체제 프로세스의 촉진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북한이 일관성 있게 주장해온 “단계적, 동시행동” 접근을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분 수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입장: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첫 단계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주장해왔던 전체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포괄적 신고’를 받는 것을 뒤로 미루고 먼저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핵과 미사일 폐기 약속을 한 특정 시설에 대해서만 우선 신고를 받은 뒤 ‘검증·폐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이 같은 비핵화 접근 방식의 획기적인 입장변화는 미국의 양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단계적” 접근을 채택한 이유는 북한이 전체 핵미사일 시설의 포괄적 신고에 대한 거부감을 고려하여 포괄적 신고를 뒤로 미루고 북한이 특정 시설의 폐기를 약속하면 먼저 이 시설에 대해 신고를 받은 후 검증· 폐기해 나가는 방식으로 쉬운 것부터 먼저 하는 “단계적 접근”으로 전환한 것이다. 미국이 포괄적 신고에 유연성을 갖고 북한이 약속한 특정시설의 폐기부터 시작한다는 단계적 접근을 수용한 것이다. 이런 비핵화 접근 방식의 변화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관련하여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향후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합의할 경우 이에 대한 신고를 받은 뒤 검증·폐기하고, 이후 미사일 관련 시설 폐기에 추가로 합의하면 이 시설에 대해 또다시 신고를 받고 검증-폐기하는 방식이다. 변화된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해법은 “일괄타결 식” 접근에서 벗어나 단계적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단계적 방식을 채택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가교” 역할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제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2018. 9.18-20)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간에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물질과 핵무기, 운반수단 리스트 등을 신고하라는 것은 공격목표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11월 국정감사에서 전했다고 알려졌다. 이 메시지를 작년 연말에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제출한 비핵화 로드맵 속에 포함되어 트럼프 행정부에 잘 전달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비건 대표는 2019년 1월 31일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북미 실무협상에서 다뤄질 내용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종전선언 논의할 뜻을 내 비쳤다. 북한을 실질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이끌어내기 위해 이미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할 합의문에 종전선언 관련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강연에서 비건 대표는 ‘이행 가능한 구체적 목표 달성, 앞으로 이뤄질 협상과 신고에 대한 로드맵, 북미 공동노력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에 대한 인식 공유’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영변 핵물질과 시설을 신고·검증·폐기하는 방안, 영변 이외 지역의 핵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중거리 미사일 및 관련 시설을 신고·검증·폐기를 위한 계획,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의 최종 목표 등 입구론과 출구론이 명확하게 명시된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에 구체적인 협의를 양국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입장: 북한은 자신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구체적 상응 조치를 위한 합의도출에 노력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10월 평양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약속한 핵물질(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제조시설 신고·검증과 폐기->핵·미사일 발사대 신고·폐기->비축 핵무기 폐기 순서로, 단계적 방식을 비건 특별대표가 언급했기에 이것을 북이 수용하면 미국의 상응조치는 종전선언, 경제지원,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제재 면제, 국제금융 관련 등 제재 완화 등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평양의 미국 연락사무소 개설과 미중남북 4자간 종전선언 약속에 대한 북미 합의 등 그리고 북한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미국이 어느 수준에까지 제재 면제를 허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또한 미국은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재개에 대한 제재 면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금강산 관광재개는 허용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에는 부정적이다.
스웨덴 북미 실무협상(10.5)의 핵심 쟁점과 평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논의된 핵심 쟁점을 요약 하면 아래와 같다. 미국은 먼저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였다: (1)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와 전문가 검증, (2)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와 검증, (3)영변의 핵물질과 핵 시설 폐기와 검증, (4)핵과 미사일 생산 중단, (5)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일부 파기 및 해외 반출, 그리고 (6)비축 핵무기 폐기 약속 등이다.
한편, 북한은 미국이 상응조치를 해 주길 요구하였다. (1)종전선언 약속, (2)2019년 한미 연합훈련 연기 혹은 유예, (3)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4)북미 간 문화, 스포츠, 관광과 인적교류 허용.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제재 면제 요구, (5)경제제재 완화 (특히 정제유 50만 배럴 및 원유 400만 배럴 상향 조절 등), (6)비핵화 이후 미국이 경제발전기금 지원 약속 등이다. 이런 핵심 쟁점을 놓고 협상을 해 오고 있다.
오랜 진통 끝에 스웨덴에서 10월 5일 비건-김명철간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었으나 합의도출에 실패하였다.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북미 간 상이한 해법으로 인해 접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스웨덴 실무협상에서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아래와 같이 요약한다.
스웨덴 북미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창조적 제안’을 했다. 그 제안 속에 대북 제제 완화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보상안을 제시하였다. (1)미국은 대북제재 완화의 내용으로 석탄·섬유 수출 금지를 일시 유보한다고 제안하였다. 이런 조치는 미국이 처음 제시한 대북제재 완화 조치이다. (2)핵무기·핵물질의 미국으로 인도 약속과 핵시설, 생물·화학무기, 탄도미사일 관련시설 완전 해체를 약속하고 영변 핵시설을 완전 폐기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는 ‘영변 플러스(+) 알파’의 이행을 북한에 요구한 것이다. 상기 두 조건의 충족 전제로 (3)유엔제재의 일부를 완화하고 인도적 경제지원을 제안하였다. (4)미국은 북한체제 보장의 일환으로 한국전 종전선언 제안하였다. (5)금년(2019)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입장을 요약한다. (1)미국의 제재 완화 조건이 과도하다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조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였다. (2) 한미 합동군사 연습 실시 중단 요구, (3)한국에 대한 미국의 첨단무기 배치 중단 요구, (4)핵무기 탑재 가능한 전략폭격기 등의 한반도 전개 중단 요구, (5)단계적인 보상 조치를 요구하였다.
미국의 ‘창조적 제안’은 先(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 後(후) 보상으로 북한의 ‘단계적, 동시행동 접근’과 배치되기 때문에 북한은 받아드릴 수 없었다. 그러므로 북한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구체적인 셈법을 주문하고 있다. 공은 다시 미국 코트로 넘어와 있어 미국은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창의적’ 제안은 제재 해제에 있어서 변화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셈법을 가져 오라고 요구하여, 스웨덴 북미 실무협상은 사실상 접점을 모색하는데 실패하고 합의 없이 끝나게 되었다.
향후 개최되는 제3차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핵심 쟁점을 놓고 합의가 도출되길 기대한다. 북미가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천 로드맵에 합의하길 바란다. 이번에 합의될 로드맵 속에 입구론과 출구론이 포함된 구체적 이행 조치들이 포함되길 바란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 구축은 상호 양보와 타협 없이는 이룰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북미 양측이 이를 바르게 인식하길 촉구한다.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문재인 정부 새로운 역할 해야
문재인 한국정부는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가교 역할에 올인하여 왔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큰 “가교 역할”(bridge-building)을 이미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요약하면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청와대 정의용 안보실장이 2018년 3월 5일에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 메시지를 갖고 워싱턴으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이처럼 북미 간 대화가 열리고 궁극적으로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게 된 배후에는 문재인 정부의 가교 역할이 컸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한 가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 하나만 공개한다면, 지난해 2018년 말에 비핵화 이행 로드맵을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 미국정부에 넘겨 검토를 요청하였고 일설에 의하면 2019년에 들어와서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정책과 관련해 새로운 해법 제안에 기여하였을 것으로 사료된다.
향후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과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북미 간 가교 역할을 넘어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 주길 기대한다.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중남북 4자가 먼저 서명하고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그리고 구체적인 입구론과 출구론이 포함된 비핵-평화체제 구축 이행 로드맵(Road Map)에 합의해야 한다.
향후 미중남북 4개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이 아닌 한반도 평화조약으로 전환하는 4자 평화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기대한다. 4개국 정상회담에서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4개국이 서명하고 유엔안보리가 추인하고 유엔 사무국에 등록하면 완전한 국제법적 성격을 갖게 된다. 이러한 한반도 평화조약은 궁극적으로 법적·제도적으로 북한체제를 보장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국제법으로 보장받게 할 것이다. 따라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은 동북아 평화와 연계되어 동북아에서도 항구적인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곽태환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이스턴켄터키대학교(Eastern Kentucky University) 국제정치학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및 교수, 통일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 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등을 맡고 있다. 경남대 정치학 명예 박사(2019), 글로벌평화재단 평화상(혁신 학술 연구 분야, 2012)을 수상했다. 32권의 저서와 공저, 편저 등을 비롯해 칼럼, 시론, 학술 논문 등 300편 이상을 출판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구상』,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공저) 등이 있다. 영문으로 발간한 책은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Ashgate, 2010) 등이 있다.
※ 이 글은 통일뉴스에 있는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고 사람과사회™에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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