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장을 고발했나”
“누가 ‘기자님’이고 누가 ‘기자새끼’인가”...“지방언론 개혁해야 나라가 산다”
“지방언론을 개혁해야 나라가 제대로 산다”
“옳은 목소리에 대기발령과 면직으로 대처하는 것은 잘못”
“불법·불의·부패 감싸며 책임지지 않는 경영진은 사회악”
언론인 이석삼(53·지방자치연구소장). 그는 경북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경기일보와 경인일보에서 기자로 근무한 언론인이다. 이석삼 전(前) 경인일보 기자는 지난 2011년 지방언론을 개혁하고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담아 『기자님 기자새끼』(고려글방, 2011)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기자이면서 한 가정의 가장이고 아빠였고 기독교 신앙인이다. 그러나 기자라는 직업과 기자로서의 사명을 버릴 수 없었던 까닭에 책을 쓰고 소송을 통해 자신이 몸담고 있던 회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과연 어떤 일이, 무엇이 그에게 책을 쓰게 하고 소송을 하게 했을까. 지난 9월 23일 사람과사회 사무실 근처 작은 카페에서 이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나 공무원은 민원인이나 취재원이 찾아오면 현행법상 도와줄 수 있나 없나를 따지기에 앞서 먼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들어주려고 애를 써야 한다.”
이석삼 기자는 20년 전 기자 초년병 시절의 친하게 지내던 고위공무원이 해준 말이라며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 말부터 꺼냈다. 그러면서 기자들, 특히 지방지 기자들의 상황과 경영에 대해 얘기했다.
이날 얘기의 중심은 두 번의 대기발령과 면직, 지방지 기자와 광고 업무, 공정사회 구현에 역행하고 토착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지방 언론의 경영진에 대한 것이었다.
이 기자의 이야기를 듣고 내용을 정리했다.
“왜곡된 실적 저조를 이유로 대기발령을 내린 건 잘못”
2009년 1월 이 기자는 대기발령을 받았다고 한다. 이유는 전년도 광고실적이 좋지 않아서다. 20년 동안 기자로 근무했지만 1년 동안의 업무 실적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대기발령을 내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기발령을 받기 직전에 주재기자로 약 3년 동안 근무했던 곳은 문제가 많았다. 2006년 당시 (그 지역) 시장이 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그러니 시청의 관련 부서도 수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청 직원들도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고 이 때문에 광고 등 업무 실적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80%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지방 언론은 주재기자의 광고 등을 통한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양심에 어긋나거나 무리하게 광고를 추진할 수도 없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사장은 나의 회사 동료의 모함에 의해 광고 실적이 심각하게 저조하다는 보고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대기발령을 냈다는 해명을 들었다는 점이다.”
이 기자는 “서울에 본사를 둔 중앙 언론은 광고 부담을 갖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지방 언론은 주재기자는 물론 데스크와 평기자에 이르기까지 광고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에서 자유롭지 않은 지방 언론 시스템
2011년 1월에는 두 번째 대기발령을 받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광고 및 지대 미수금, 기사송고 및 게재 건수 등이었다. 이 기자는 “2009년 1월 첫째 대기발령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사측의 결정했기 때문에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고 이로 인해 당시 노조위원장이 사퇴했을 뿐만 아니라 법적 대응을 하지 않고 복직하는 것으로 울분을 참았는데, 다시 대기발령을 받은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주재기자들은 1년 가까이 광고 수수료, 즉 활동비를 받지 못할 때도 있다. 이 기자는 “활동비를 받지 못하는 때에도 사장은 업무 수수료는 현금으로 받아 챙기고 각종 사업이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책임과 해명을 하지 않고 직원들에게만 고통을 분담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사장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 같은 입장을 징계위원들에게 강변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지역에서 일요일 오후 출근해 금요일에 퇴근할 때까지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회사를 위해 일한 사람이 직무태만인지, 또 양평으로 부임한 후 업무와 관련해 사무실 방문은 물론 어떤 협의도 하지 않은 각 업무부서 관계자들은 과연 근무태만에서 자유로운지 묻자 징계위원들은 고개만 떨구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자는 두 번째 대기발령을 거쳐 2011년 3월 해고됐고, 회사 측과 법정 소송을 벌였다. 이 소송은 부당해고에 대한 것, 그리고 『기자님 기자새끼』에 쓴 ‘2011년 1월 18일 징계위원회를 거쳐 당일로 대기발령을 받았다.
단지 사장의 독단, 즉 경영측면에서나 도덕적인 면에서 하자투성이인 사장에게 바른말을 했다는 이유로 두 번씩이나 똑같은 사유로 대기발령을 받은 것’이라는 표현에 대해 회사 측이 제기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건이다.
“설명 없는 언론은 스스로 신뢰와 독자를 잃는 지름길”
이 기자는 대학 시절 신문과 방송에 관심이 많아 ‘취재보도론’을 수강한 적이 있다며 언론이 역사성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개인의 역사처럼 언론도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인 감정과 언론사의 이해관계 또는 언론사 대표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당시를 기록하는 최소한의 역사성에 대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언론인이 제보를 받고 아무 이유 없이 기사를 쓰지 않으면 그 언론사는 물론 담당 기자는 온갖 의혹에 휩싸이게 된다. 대가를 받고 기사를 막아먹은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 언론사는 당연히 신뢰에 금이 가서 독자가 찾지도 않고 제보도 하지 않고 읽지도 않는 신문이 된다.”
이 기자는 이 같은 문제는 언론사와 담당 기자가 설명을 해줘야 의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저명인사가 이해관계에 얽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이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려 하자 현장 기자는 물론 데스크에 도달하기도 전에 영원히 폐기되는 일이 있었다. 이는 취재기자는 상당한 상처를 받은 일이고 중요한 사건이 묻히는 결과를 낳은 일이다.
이 기자는 “이런 경우 기사화 여부는 담당 기자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데, 그래야만 기사가 빠지더라도 담당 기자가 제보자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고 언론사가 기사를 쓰지 않은 것에 대한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이런 설명이 있어야 회사의 수입, 즉 광고를 받고 광고 실적을 당초 제보를 받고 취재했던 담당 기자에게 넘겼다면 상호 불신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이 외에도 회사의 부적절한 경영과 대표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올곧은 소리를 내는 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이는 지방지 기자의 여건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그는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월급을 받는 기자들이 수없이 많은데, 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 생계형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게 지방지 주재기자들의 현실이고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 아닌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언론을 개혁해야 나라가 산다”
이 기자는 회사 측과 법정 소송을 겪으면서 건강은 나빠지고 생활고는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대기발령을 받은 후 불의한 경영진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20여 년 동안 계속 해왔던 기자 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이 기자는 공정사회 구현에 역행하고 토착비리의 중심에 선 일부 지방언론의 경영진을 비판했다.
지방언론 경영진을 비판하는 과정에는 본인이 몸담고 있었던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기자는 회사 사장을 고발한 것과 관련해 ‘옳은 목소리에 대기발령과 면직으로 대처하는 것은 잘못’이며 ‘불법·불의·부패 감싸며 책임지지 않는 경영진은 사회악’이라고 설명했다.
“중·고 선배인 사장에게 바른 말을 했다가 두 번의 대기발령 끝에 해고를 당했다. 그래서 내가 몸담고 있던 회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3년 동안 부당해고와 재판, 그리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재판 등의 사건이 있었지만 모두 이겼다. 나는 평생 동안 지방언론이 개혁이 돼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을 갖고 살았다. 한 명의 기자가 거대한 (언론) 조직을 상대로 싸워서 이겼다는 것만으로도 뉴스가 될 수 있는 것인데, 대부분의 언론이 동업자 정신으로 똘똘 뭉친 비리의 카르텔이다 보니 어느 한 곳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누가 ‘기자님’이고 누가 ‘기자새끼’인가”
이 기자가 <기자님 기자새끼>를 출간해 지방 언론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경영인에 대한 비판을 지면에 고스란히 담은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비판의 핵심은 책 제목이 상징하는 것처럼 기자의 언행에 따라 실제로는 ‘님’과 ‘새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광고와 판매는 물론 회사 이벤트 행사의 티켓 판매원 등으로 내몰리다 보니 공무원들이 앞에서는 ‘기자님’이라는 말을 하지만, 뒤로 돌아서면 ‘기자 새끼’라고 했다”며 “그럴 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책을 출간해 고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기자님 기자새끼』를 출간 당시인 2011년 5월 무렵에 한겨레, 안산인터넷뉴스 등에서 책 소개 기사가 나온 게 있다. 또 2012년 1월 수원시민신문에서 경인일보와 관련해 출판물 명예훼손이 ‘무혐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기사로 다룬 적이 있을 뿐이다.
수원시민신문은 2012년 1월 5일자 기사에서 “이 기자를 상대로 경인일보사(사장 송광석)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한 건에 대해, 검찰이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후에 이 기자의 이 같은 사정을 다룬 기사는 ‘열악한 지역 언론인 생활 20여 년, 이석삼 기자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정경뉴스(제153호, 2012년 12월 03일)가 인터뷰로 다룬 바 있다. 이 기자는 이 인터뷰에서도 지방 언론의 문제점과 언론 개혁에 대해 강조했다.
이 기자는 또 “내가 몸을 담았다가 부당하게 해고가 된 경인일보는 2006년부터 현 사장이 3년 임기를 세 번이나 연임하도록 하면서 부실과 부도덕한 경영을 한 데 대해 너무 방치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면 부실과 부도덕의 책임에서 이길여 회장은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며 “왜냐하면 이 회장은 지금까지 길재단 사람을 경인일보 임원 또는 감사 등으로 파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 발전은 지방언론개혁에 비례한다”
이 기자는 또한 “모든 크고 작은 사고에는 언론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강원도 원주시 동서울레스피아 리조트 연수원 붕괴, 세월호 침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 공연장 사고 등 대형 참사가 날 때마다 지방언론과 중앙언론을 두루 경험한 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기자가 지방 언론사를 예로 들어 설명한 바에 따르면 언론사는 언제나 갑이 아니다. 지자체로 부터 광고나 행사 예산을 때내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는 담당공무원, 그리고 승인하는 과정에서는 지방의원에게 비굴할 정도로 부탁을 한다. 이 또한 현실이다.
결국 언론인은 언론인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서로에게 갑이면서 동시에 을의 관계다. 그러니 서로 정의롭지 못한 관계, 서로가 ‘앵벌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사명인 견제와 감시는 물론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기자는 이런 이유와 배경을 근거로 “지방자치 발전은 지방언론개혁에 비례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지방자치가 발전하고, 그 토대로 국가가 발전하려면 관공서와 공무원을 철저히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이 꼭 필요하다”고 늘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나온다.
이 기자는 “언론의 현실이 이와 같기 때문에 젊고 개혁적인 인물이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장이 돼도 불의한 언론에 저항은커녕 홍보에 열중하게 된다”며 “욕을 하면서도 자기 홍보기사가 한 줄 나면 SNS에 자랑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자신은 포함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언론이 제대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밥에 그 나물이랄 수밖에 없다. 즉, 정치인도 이미지 정치에 환장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비굴하지 않은 언론, 당당한 언론을 지키지 못하고 키우지 못한 것도 우리의 책임이다. 그러니 ‘기레기’라고만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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