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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어민문화 풍경을 말하다

한중일(韓中日) 어민문화 관련 연구자, 근현대 동아시아 어민문화와 그 전개, 과제와 전망을 말하다

동아시아 바다, 어로관행을 포함한 어로민속지형의 이모저모를 톺아내다 보니 손에 잡히는 과제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이다. 함께 숙의해야 할 공유의 바다 문제는 양식을 포함한 바다밭 경영의 환경 문제, 대규모 어업의 남획 문제를 포함해 미세먼지, 핵폐기물, 신종 전염병의 창궐 등 산적한 문제들을 포괄한다. 시진=이윤선

국립민속박물관은 ‘근현대 동아시아 어민문화와 그 전개’라는 주제로 11월 29일부터 30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대강강에서 비교민속학회와 공동으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5년에 걸친 한일 공동연구 및 협업을 통해 열린 한일 공동특별전 ‘미역과 콘부다시마, 바다가 잇는 한일 일상’과 연계해 진행한 행사다. 이번 행사는 한중일 어민문화와 관련해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한일 어민의 조우와 배경, 이를 통한 어업문화의 전파와 수용, 동아시아 어업문화와 전개 등 3개 주제다. 아래 글은 이윤선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이 종합토론문으로 작성한 것을 옮긴 것이다.

2019 국립민속박물관 국제학술대회

국립민속박물관은 ‘근현대 동아시아 어민문화와 그 전개’라는 주제로 11월 29일부터 30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대강강에서 비교민속학회와 공동으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5년에 걸친 한일 공동연구 및 협업을 통해 열린 한일 공동특별전 ‘미역과 콘부다시마, 바다가 잇는 한일 일상’과 연계해 진행한 행사다. 이번 행사는 한중일 어민문화와 관련해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한일 어민의 조우와 배경, 이를 통한 어업문화의 전파와 수용, 동아시아 어업문화와 전개 등 3개 주제다. 아래 글은 이윤선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이 종합토론문으로 작성한 것을 옮긴 것이다.
-편집자

근현대 동아시아 어민문화와 그 전개, 과제와 전망

이윤선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 회장

내 종합토론문을 통째 붙여두어 공부 자료로 삼고자 한다. 내 토론문은 천지에 중국해양대학(中國海洋大學) 교수, 이경엽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과 함께 총평 차원에서 진행된 원고로, 어제 학술대회 끝나고 한두 가지 정보를 첨부했음을 밝혀둔다. 이 원고를 좀 더 발전시켜 관련 기획 시리즈 등에 투고 혹은 게재할 예정이니 혹 인용하실 분들은 이 점 명기해주기 바란다. 오랜만에 김신연 교수, 김혜정 교수와 사진도 찍었다. 내 토론 사진도 보내주셨다. 감사드린다.
-필자

한중일(韓中日) 어민문화 관련 연구자들이 대거 모였다. 고무적이다. 그간 화두가 되었던 독도의 강치(주강현), 외연도의 황금담치(강성복), 제국의 멸치(김수희) 등을 떠올렸을 뿐이니 내가 과문한 탓이다. 개별 논의와 토론들이 이루어졌으므로 종합토론에서 할 말이 많지 않다. 내게는 전체를 꿰뚫어 볼 혜안이 부족하다. 토론이랍시고 몇 가지 단상 정도 내놓으니 부끄러울 뿐이다. 발표 하나하나 큰 공부가 되었다. 발표자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한일 어민의 조우와 그 배경, 한일 어업문화의 전파와 수용 모두 좋다. 김문기의 어명박물학에서 많이 배웠다. 소빙기와 한랭화 현상을 통해 동아시아를 넘어선 지구적 기후변동을 톺아내니 그 반향 깊으리라 본다. 한중일의 월경어업 혹은 일본어민의 조선 침입, 한일 해녀들의 부유와 정착, 기왕의 담론들을 사례를 통해 논증했다. 아마와 해녀 관련 연구, 디테일의 성과와 더불어 아시아적 조망을 요구한다. 해조류의 동아시아 상품사슬 논의도 고무적이다.

어구의 변천과 어로의 변화 못지않게 노래, 풍습, 종교적 변화 등 탐색해야 할 테마들이 쌓여있다. 동부권 멸치잡이소리를 통해 한일의 영향을 추적한 사례가 본보기다. 동해의 명태와 서해의 조기에 대한 접근도 사려 깊다. 오래 전 주산군도 대산도 카이양제에 참여했던 기억을 환기할 수 있어 좋았다.

토론의 제목에 과제와 전망이라 달아둔 것은 상기 발표들이 함의하는 전망들에 귀 기울이자는 뜻이다. 전망은 과제를 수반한다. 과제는 개발된다. 이들을 상고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연안과 바다에 즐비한 선대의 흔적들을 흔들어 깨워 지금, 여기, 우리가 처한 질곡을 헤쳐 나가자는 뜻 아니겠는가. 바다의 민속, 자잘한 테마들을 시공의 씨줄날줄로 엮어 동아시아적 담론으로 확대하는 꿈을 꿔본다.

근대기 이후 대량어획은 경제적으로는 부의 축적을 가져왔다. 이것이 문화적 부흥을 견인했던 측면을 주목한다. 하지만 일제의 강점, 점유, 수탈, 남획의 남발로 이어진 근대 어구어법의 발전은 문화적으로는 편중과 편견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민속학이란 학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적어도 3세대 이상 지속 전승되어 온 삶의 양태라는 언술에는 그 공동체가 취사선택해온 지속가능성이란 전제들이 있다. 생존에 필요했던 사회시스템과 메커니즘을 사실상 민속의 범주로 포섭하고 포착했다는 뜻이다.

남존여비 등의 시대정신에 반하는 관념이나 인권유린의 풍속들은 인습의 범주로 구분한다. 지속가능한 범주에서 탈각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뭉뚱그려 풍속의 범주로 논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지속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한 시대 검증되었다 할지라도 이제는 인습이라는 이름으로 장사지내야 할 것들일 뿐이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수준의 맹목적 전통 찬양을 경계하고 거부해야 할 이유다.

그래서다. 한중일 어로와 어업 바다, 해양 등의 용어로 소환하는 공동의 시선은 무엇일까. 아니 무엇이어야 할까. 우리가 논하는 것들이 호혜평등한 공생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인가? 또한 오래된 것들이라는 메커니즘처럼 검증완료 혹은 검증 가능한 것인가?

1. 한중의 바다.

나승만은 황어문화권이라 호명한다. 그 중심에 조기를 두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교집합 혹은 점이지대다. 공유하는 문화가 무수하다. 잃어버린 논의가 있다. 북한의 조기잡이다. 배치기소리의 본적지는 황해도를 포함한 황해다. 남도의 끝 조도 조기잡이소리로 상호 연계된다. ‘한해륙(윤명철의 제안으로 한반도의 호명을 바꿔 쓴지 오래다)’ 서해를 관통하는 노래다.

김혜정 교수와 머리를 맞댄다. 한일 멸치잡이소리처럼 한중 조기잡이소리의 교섭은 없는가? 오창현 연구사를 통해 숙제가 생겼다. 한중 선물관행(조공을 포함해) 중 해산물 사례는 없는가? 한, 중 황해의 연안과 개펄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북한학자 등 북한지역 어로연구를 한중 공동의 어업문화 공론장으로 끌어들일 방도는 없을까?

조기를 테마로 한 논의를 남한, 북한, 중국으로 확대하는 과제를 제기해본다. 이를 청어, 멸치 등으로 확대해나갈 전망과 함께. 토론이 진행되면서 남북한과 중국 간 중요한 논의들이 이루어진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창일 학예사의 제안과 설명, 공동어로수역, 남북한중국 간 평화어로수역의 논의들이 실현가능한 단계까지 진행되었다는 점, 일단 체크해둔다. 만약 성사된다면 이것이 국가 간 국제간 평화어로에 끝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 모델을 세계로 확대해볼 꿈을 꿔본다.

2. 한일의 바다

명태문화권으로 호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토론의 과정에서 대구, 오징어 등의 물고기 또한 거론할 수 있겠다싶었지만 의례와 관념, 빈도수 등을 고려해보면 아무래도 명태문화권의 호명이 전형성이나 예시라는 맥락을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싶다. 한국과 일본의 점이지대라고 할 수 있을까. 발해의 역사로 거슬러 오르면 더 선명해진다. 어구와 어로의 관행, 양국의 교섭과 무역, 제국의 강점(强占)들이 논의된다.

강원 양양에서 나진선봉까지 명태잡이소리가 관통한다. 다시 김혜정교수와 정연학 연구관 더불어 머리를 맞댄다. 일본에 영향을 받은 동부권 멸치잡이소리처럼 한일 명태잡이소리의 교섭이나 영향은 없는가? 이시카와 료타 교수께 과제를 받은 듯하다.

고고학적 유물까지 거슬러 살펴보아 해산물을 포함한 한일간의 상품사슬 사례가 있는가. 츠카모토 아키라 교수와 김창일 연구사 더불어 해녀를 다시 본다. 한일간 아마와 해녀의 교섭을 예컨대 해녀노젓는 소리나 의례관행 등의 테마를 들어 설명해볼 수 있을까. 한중간 황해를 조기의 바다 황어문화권으로 부를 수 있는 것처럼, 명태문화권, 해녀문화권 등으로 부를 수 있을까.

3. 과제

동아시아 바다, 어로관행을 포함한 어로민속지형의 이모저모를 톺아내다 보니 손에 잡히는 과제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이다. 함께 숙의해야 할 공유의 바다 문제는 양식을 포함한 바다밭 경영의 환경 문제, 대규모 어업의 남획 문제를 포함해 미세먼지, 핵폐기물, 신종 전염병의 창궐 등 산적한 문제들을 포괄한다.

그뿐인가. 근대국가 이후의 제국적 강점과 약탈, 고대로부터의 국가적 분쟁은 물론 극심해지는 섬 영토분쟁, 어로분쟁 등이 현존하고 있고 첨예화되어 있다. 국가 간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니 분쟁이나 전쟁은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반드시 그러한가? 천년에 천년을 거듭 죽이고 죽임 당하며 부딪쳐 온 역사를 온전히 성찰할 수는 없을까?

이런 점에서 어로민속과 어민문화를 추적하는 일은 어로 자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청어, 멸치, 명태, 조기 등 그간의 논의된 것들만 봐도 보다 큰 문제들과 항상 연동되는 문제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다는 연결되어 있고 물고기는 국경을 넘어 자유로이 월경하며 또 나라들 간의 경계를 회유한다. 인문학적으로 상상하는 부유와 회유의 세계는 사실상 가슴 떨리는 공유와 공생의 공간이다. 차제에 물고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경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한다.

4. 전망

그래서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혹은 나중에라도, 동아시아 국가 간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모델들을 개발해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문기의 소빙기 어로변화, 남획의 결과 해석 등이 단서다. 왕씬얀의 카이양제(开洋节)와 씨에양제(谢洋节) 소개가 한 모델이다. 이를 동아시아적 맥락으로 확산시킬 수는 없을까?

주지하듯이 카이양제는 어로 활동을 일정 기간 막아두었다가 산란 기간 등이 끝나면 여는 의례 중의 하나다. 내가 주산군도 대산현 개양제에 참여했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쯤이었을까? 자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1회 개양제였던 것 같다.

이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뭘까? 매우 명백한 것은 이 연구들이 기후변화와 생태환경의 급변들에 대한 공동대응의 이유와 결과, 과제와 전망에 대한 전제이자 증거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시카와 료타의 동아시아 해산물 상품사슬 해석을 동아시아적 차원에서 기획해볼 것을 제안할 수도 있겠다. 생산과 물류에 대한 호혜적 시선들이 필요한 지점이다.

고대의 어로 관련 관행들, 고고학적 유물, 유적을 포함한 씨줄의 얼개와 북한을 포함한 한중간의 바다, 한일간의 바다라는 날줄의 얼개들을 촘촘히 엮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어로민속 혹은 어업문화라는 창으로 포착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에 이번 학술행사가 내놓은 성과가 크다. 한중일 학자들 우리 모두를 성원한다.

이윤선
1964년 전남 진도 출생. 전남대학교 졸업.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남도민속학회 회장,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 국립민속박물관 운영위원, 목포문화연대 상임대표, (사)광주마당 이사, 지방분권 전남연대 정책단장 등을 지냈다. 베트남 다낭외국어대학교, 중국 절강성 해양대학, 한국교원대, 광주 동신대에서 강사로 근무했고, 일본 녹아도(鹿児島大学), 목포대학교 HK교수로 근무했다. 현재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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