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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약론’과 ‘헬 조선’과 ‘혁명’

‘진정한 혁명’을 꿈꾸는 분에게 권하고픈 책, 나는 왜 이 책에서 ‘거짓 자유’를 권하는가?

헬 조선을 떠받치고 있는 여러 기둥, 즉 정치, 경제, 사법, 언론, 교육, 문화 예술, 종교 등의 제도를 바꿔야 우리가 현재 영문도 모른 채 겪고 있는 문제들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우리가 힘든 건 대부분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이런 제도와 정책 때문이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SKY로 상징되는 피라미드 구조의 대학 서열과 여기에 맞춘 입시제도, 소수 판사가 법률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도 어쩔 수 없게 만드는 사법제도, 이런 본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시청률과 광고료에 눈먼, 그리고 기득권을 지키다 스스로 기득권 세력이 된 언론 등으로 인해 한국은 헬 조선이 됐다. 그래서 우리는 헬 조선에서 영문도 모른 채 각자의 자리에서 헬렐레하며 살고 있다. 마치 18세기 프랑스 시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촛불의 산물인 내 책 『거짓 자유』는 대한민국의 제도가 소수 엘리트의 ‘지배’를 위해 최적화돼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다수의 시민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의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소수가 정치·경제 권력을 독점하게 하는 지배체제의 두 축임을 밝혔다. 교육 제도를 시작으로 사법, 언론, 문화와 이념, 그리고 대중 예술이 지배를 어떻게 교묘히 숨기는지도 분석했다.

사람과사회™
2019 여름·가을 제3권 제2·3호 통권 제10·11호
ISSN 2635-876X 92·93

서평

‘사회계약론’과 ‘헬 조선’의 진정한 혁명

‘진정한 혁명’을 꿈꾸는 분에게 권하고픈 책
나는 왜 이 책에서 ‘거짓 자유’를 권하는가?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
-시민을 위한 정치 입문서
엄윤진 저 | 갈무리 | 2019년 01월 21일

엄윤진 생각공장 대표

프랑스혁명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시작됐다. 프랑스혁명을 이끈 로베스피에르(Maximilien Robespierre, 1758~1794)는 루소를 ‘혁명의 선구자’라 불렀다. 혁명은 사회를 바꾼다. 사회를 바꾸는 것은 그 사회의 제도를 바꿈으로 시작한다.

프랑스혁명은 프랑스 사회를 군주제에서 대의 민주제로의 전환을 일으켰다. 권력이 왕과 귀족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자유를 누려야 할 일반 시민에게 있다는 생각을 당시 인민에게 불어넣어주었다. 권력이 시민에게 있고, 그래서 이것이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란 생각을 시민이 공유하게 했다.

하지만, 루소의 책이 나오기 전까지 당시 대중은 군주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힘든 처지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18세기 프랑스 사람들과 현재 2019년 대한민국 사회를 ‘헬 조선’이라 부르며 고통당하는 여러 세대와 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18세기 프랑스와 21세기 한국에서 보는 ‘구조적 문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불행과 고통은 그 개인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와 불행의 상당 부분(일자리, 비정규직, 복지, 교육, 정치, 경제 영역에서 비롯한)은 현재의 여러 제도에서 비롯한다. 소위 ‘구조적 문제’다.

우리 사회의 교육 제도 때문에 아이들이 존엄을 잃어버린 채 피 튀기며 비인간적인 경쟁을 하고, 자사고 정책 때문에 서민의 자녀는 대대로 서민을 해야 하는 계층 상속의 아픔을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다. 노동 정책은 어떤가?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일을 하면서 정규직의 반 정도에 이르는 월급을 받는다. 차별이다. 최저 임금만 있고, 최고 임금의 상한은 없는 경제 제도 때문에 비교가 안 되는 임금 격차로 우리 모두가 불평등을 감내하다 못해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고용 보험 제도와 같은 노동자 보호 정책이나 제도가 변변치 않아, 대량 해고된 사람 중에 상당수가 자살하고, 남겨진 가족은 살아내야만 하는 현실을 온몸으로 맞는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연령대와 계층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는 헬 조선이 갖는 제도와 정책에서 비롯한다.

그러니 헬 조선을 떠받치고 있는 여러 기둥, 즉 정치, 경제, 사법, 언론, 교육, 문화 예술, 종교 등의 제도를 바꿔야 우리가 현재 영문도 모른 채 겪고 있는 문제들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우리가 힘든 건 대부분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이런 제도와 정책 때문이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SKY로 상징되는 피라미드 구조의 대학 서열과 여기에 맞춘 입시제도, 소수 판사가 법률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도 어쩔 수 없게 만드는 사법제도, 이런 본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시청률과 광고료에 눈먼, 그리고 기득권을 지키다 스스로 기득권 세력이 된 언론 등으로 인해 한국은 헬 조선이 됐다. 그래서 우리는 헬 조선에서 영문도 모른 채 각자의 자리에서 헬렐레하며 살고 있다. 마치 18세기 프랑스 시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민이 힘을 얻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길은 책 읽는 것

여기에 각 분야의 지식인도 자기 분야 외엔 모르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의 어느 곳이 고장 나서 문제들이 생기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접근보다는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표면적인 문제들에 대한 땜질식 처방만 눈에 띈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전체 사회의 문제 중에 지엽적인 문제에만 현미경을 들이대고 거기에만 맞는 해법을 찾으려 한다. 지식인이 이런 상황인데, 사회를 변혁하려는 열정을 가진 일반 시민은 어떻겠는가? 미약한 정치적인 권력을 가진 시민이 힘을 얻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길은 책을 읽는 것이라는 사실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설령 지식이 권력의 근원이란 사실을 알아도, 어떤 분야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책 광고, 지인의 추천, 베스트셀러 목록, 유명 지식 소매상의 책을 전전한다. 그러다 책 한 권이나 유명 작가 한 명이나, 약간의 정치 철학을 가진 한 정치인을 만나면 그들의 노예(특정 작가나 정치인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가 된다.

대중 교육 제도가 엄청난 수의 읽고 쓸 줄 아는 대중을 19세기부터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수의 대중은 무엇이 읽고, 볼 가치가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한 사회학자가 말한 적이 있다. 이게 18세기 억압당했던 프랑스 민중의 상황이었고, 동시에 2019년 영문도 모른 채 헬 조선을 힘겹게 버티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최적화 제도 ‘억압적 국가 기구’

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북미와 유럽에 머물 기회가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독일 본에서 2년 간 공부할 기회를 가졌다. 한국에 돌아와 얼마 되지 않아 2012년 3월부터 한 마을 도서관에서 한 학기 동안 인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교재는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1996년부터 지금까지도 출간하고 있는 개론서 시리즈였다.

이 도서 시리즈는 대학의 모든 학문 분야에 대한 개론서로 2019년 현재까지 500여 권 이상이 분야별로 출판되었다. 나는 이 강의를 시작으로 ‘생각공장’이라는 인문학원을 만들어 학문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연구하고 강의했다. 이러다 보니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여러 제도 즉, 정치, 경제, 사법, 교육, 언론, 종교, 문화예술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학생들과 학부모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주제에 대한 강의에서 우연히 한 키워드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단어는 ‘지배’였다. 우리 사회를 떠받들고 있는 주요 제도는 소수가 다수를 컨트롤(지배)하는 데 최적화한 제도였다. 정치 제도인 대의 민주제와 경제 이념인 신자유주의는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을 소수에게 몰아주는 제도였다. 교육 제도와 언론은 이런 제도가 민주적이고 자유를 보장해 주는 제도라고 우리와 우리 자녀를 세뇌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사법 제도와 그 제도를 강제력으로 뒷받침하는 경찰과 감옥 제도도 이런 세뇌에서 벗어난 소수 시민과 노동자가 연대해 저항하면 이들을 합법적으로 감금하고 처벌하는 제도였다.

이게 R. 알튀세르(Louis Althusser)가 말하는 억압적 국가 기구였다. 그래서 난 이 깨달음을 공유하고 싶어 브런치에 ‘생각공장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우연인지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촛불 시위가 일어났다.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시민들이 생각공장까지 찾아오게 되고, 결국 마포에 있는 한 출판사에서 6주 동안 촛불 시민을 상대로 강의를 했다. 이때 강의를 들었던 열정적인 시민들을 위해 정치 입문서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후 2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거짓 자유』(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 : 시민을 위한 정치 입문서)를 썼다. 이게 2019년 올해 1월이다.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

촛불의 산물인 내 책 『거짓 자유』는 대한민국의 제도가 소수 엘리트의 ‘지배’를 위해 최적화돼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다수의 시민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의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소수가 정치·경제 권력을 독점하게 하는 지배체제의 두 축임을 밝혔다. 교육 제도를 시작으로 사법, 언론, 문화와 이념, 그리고 대중 예술이 지배를 어떻게 교묘히 숨기는지도 분석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런 지배체제를 대체할 대안적 제도도 소개했다. 이런 대안적 제도의 도입 목적은 시민에게 결정권을 주기 위함이다. 우리가 가진 권한을 소수에게 위임한 데서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결정권을 쥔 자가 이 사회의 주인이다. 그동안 소수 엘리트가 우리가 누릴 여러 권리를 결정했다. 우리는 그저 그 결정을 따라야만 하는 노예였을 뿐이다. 루소는 “자유로워야 할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여러 사슬에 묶인 존재가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혁명이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시작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지배 체제의 붕괴가 촛불의 산물인 『거짓 자유』에서 시작되기를 희망한다. 희망을 넘어 확신한다. 모든 혁명은 기성 제도가 가진 지배 본성을 인식하고 대안을 제시한 한 권의 책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난 『거짓 자유』가 헬 조선의 지배 체제를 해체해 모든 시민에게 결정권이 주어지는 진정한 민주사회를 이루게 할 기폭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진정한 민주사회에서 자유를 누리길 원하는 모든 분들께 내 책 『거짓 자유』의 일독을 권한다.

엄윤진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독일 본 대학에서 ‘예수 운동’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본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귀국 후 2013년부터 2019년 7월 현재까지 인문학원 ‘생각공장’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옥스포드대학출판부에서 발간하는 「매우 간략한 개론」(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를 주요 텍스트로 삼아 인문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자연, 응용과학 분야 최신 연구 결과를 초중고생과 일반인에게 강의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성 소수자, 종교적 소수자, 인종적 소수자가 처한 현실에 대한 분석과 대안에 관한 연구를 계획 중이다.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 : 시민을 위한 정치 입문서』(갈무리, 2019)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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