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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란과 우리의 민낯

"힘든 시기를 따뜻한 연대의식으로 서로 의지하며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

“한국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19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방지와 방역을 위해 능동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과 논객들이 한국 정부의 초동 단계 대응 조치를 놓고 정치적인 이용 목적으로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마스크 업자는 법 앞에서 당당히 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을 것이다. 이 어렵고 복잡한 시국을 기회로 자연스레 물량이 딸린다는 이유를 대며 장당 500원 하던 마스크를 5,000원에 팔든 6,000원에 팔든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는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마스크가 얼마든 상관없이 일단 내 가족부터 챙기자는 심정으로 사재기를 한다. 주변에서 적게는 몇 백 장부터 많게는 몇 천 장 단위까지 주문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그 금액은 어마어마한 액수다. 사진=Pixabay

코로나바이러스 대란과 우리의 민낯

  • “내 인생에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어요?”
  • 돈이 없으면 그 흔한 마스크를 낄 수 있는 권리마저 빼앗겨야 할까?
  • 차별과 편견의 저변에는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덕성 대신에 동물적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다
  • 사회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흉흉한 정글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의 사회적 책임 또한 중요하다
  • 약자가 안전한 공동체가 모두에게 안전한 공동체다
  • 중국 우한 교민들이 귀국했을 때 기꺼이 맞아준 아산과 진천의 마음은 질병 극복을 위한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모습의 전형이다.

박소현 메이킹아트 대표

불과 일주일 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감염 확진 환자가 800명을 넘어섰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가면,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하나의 예의인 것 같다. 가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금세 눈에 띄고, 그 사람이 혹시 가까이에서 얕은 기침이라도 할라 치면 꽤 신경이 쓰인다.

눈만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은 마치 마그리트의 그림 속 인물들처럼 무표정으로 느껴진다. 마스크의 이면에는 전염병의 확산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배려이자 안심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우울하게 다가온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바로 이 마스크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참 씁쓸한 일이 벌어졌다.

어제(2020.02.25) 대구 지역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보도됐다. 같은 도시의 다른 지역은 유령도시가 되다시피 거리가 텅 비어버렸는데, 그와 대조적인 장면이어서 우선 눈에 띄었다. 보급품이 부족하던 ‘그때 그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묘한 이미지와 함께, 절대적으로 접촉을 삼가라는 ‘엄중한 이 시국’에 다닥다닥 붙어서 줄을 서 있다니 저런 난센스도 없구나 싶었다.

한편으로 드는 느낌은 일종의 분노였다. 우리가 이제는 물자가 부족한 사회는 아닌데,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저런 모습을 보이게 되었는가. 마스크 사업은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기 전에는 대기업은 관심도 주지 않고 중소기업이 운영하던 업종이다. 어느 날 뉴스를 보니 마스크 사업자가 국내 업체에는 계약금까지 물어주며 중국 업자에게 40~50억 원어치를 넘겨주는 것이었다. 그 업자가 인터뷰한 말이 기억난다. “내 인생에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어요?”

그럴 수 있다. 어쩌면 그에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수 있다. 마스크 값을 계약금의 배로 물어주고도 몇 배의 이익이 생기니, 그의 선택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위급한 상황일지라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평생 쥐지 못할 돈을 쥐게 되니 그러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영화 『타이타닉』 한 장면과 오버랩이 됐다. 사고가 나고 어린이, 노약자, 여자를 우선적으로 배에 태우던 장면이었다. 젊은 백작은 몇 배의 웃돈을 얹어주면서 뱃삯을 치렀고, 그렇게 돈더미를 쥐어준 대가로 구명정에 타는 것이었다. 죽음 앞에서 살고 싶어지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 인지상정이고, 돈 앞에서는 아무리 내일 당장 죽는다 해도 일단 내 손에 쥐고 챙기려는 것이 또한 인간의 욕심일 것이다.

그 마스크 업자는 법 앞에서 당당히 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을 것이다. 이 어렵고 복잡한 시국을 기회로 자연스레 물량이 딸린다는 이유를 대며 장당 500원 하던 마스크를 5,000원에 팔든 6,000원에 팔든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는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마스크가 얼마든 상관없이 일단 내 가족부터 챙기자는 심정으로 사재기를 한다. 주변에서 적게는 몇 백 장부터 많게는 몇 천 장 단위까지 주문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그 금액은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럼 돈 없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일까. 돈이 없으면 그 흔한 마스크를 낄 수 있는 권리마저 빼앗겨야 할까. 비정상적인 가격 폭등과 품절 사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개학 때까지 모든 학교에 충분한 양의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공급될 수는 있을까.

마스크 사재기는 지극히 못난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소동이다. 전염병의 창궐과 함께 기존의 시스템이 매뉴얼대로 돌아가지 않자, 우리 사회 안팎에서 여러 수준의 이기적 상황들이 터지고 있다. 유럽에서 동양인에 대한 혐오가 도를 넘고 있는 것도 그러하다. 차별과 편견의 저변에는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덕성 대신에 동물적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다.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와 낙인찍기의 이면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선동과 진영 싸움이라는 타산적 이기심도 깔려 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각자 자신의 안전을 돌보는 일은 기본인권에 해당할 것이며, 따라서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속한 이 사회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흉흉한 정글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의 사회적 책임 또한 중요하다.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자기보호의 방어막은 사회적 약자일수록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 신체적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 그리고 경제적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은 마스크 한 장 구입하기가 더 어렵거나 더 비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역할과 책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며 시민의식 또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아파트부녀회에서 노인들을 위해 마스크를 구입해 나누는 일도 그렇고, 직장에 휴가를 내면서까지 헌신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서는 일도 그렇다. 약자가 안전한 공동체가 모두에게 안전한 공동체다. 힘든 시기를 따뜻한 연대의식으로 서로 의지하며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며, 그런 의미에서 타인은 또 다른 나이다. 인류의 재앙 앞에서 우리가 마음을 모으고 함께 슬픔을 나누어야 하는 이유다. 전염에 대한 공포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미 질병 극복을 위한 아름다운 모습의 전형을 보여준 바 있다. 중국 우한 교민들이 귀국했을 때 기꺼이 맞아준 아산과 진천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함께 하겠다는 성숙한 마음을 보여준 사례다. 격리가 해제된 우한 교민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피어 있었다.

어서 거리에서 봄날 활짝 핀 꽃들과 어우러져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맑은 얼굴의 동료 시민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박소현(Christine Park)
서울시 중랑구 중랑아트센터 관장, 서울시립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조형예술학(박사 수료)을 공부했다. 현재 메이킹아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문화예술정책을 비롯해 각 지역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히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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