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사이버·우주전, 첨단기술 시대의 핵 위기
스웨덴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가 2026년 1월 발표한 보고서 ‘Addressing Multidomain Nuclear Escalation Risk’는 현대 전쟁 환경이 기존 핵억제 이론과 군사안보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사진=위키백과

보고서는 인공지능(AI), 사이버전, 우주 영역, 드론, 정보전, 정밀타격 체계 등이 결합된 ‘다영역(Multidomain) 전쟁’이 새로운 핵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과거 냉전기 핵전략은 육·해·공 중심의 전통적 군사충돌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오늘날에는 비핵국가·민간기업·AI 시스템·사이버 공격 주체까지 핵위기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한다. 사진=사람과사회
[기획] SIPRI ‘다영역 핵확전 위험’ 보고서 분석
AI·사이버·우주전, 첨단기술 시대의 핵 위기
“새로운 기술과 다영역 전쟁이 새로운 핵 위험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과 AI 정보전이 보여준 새로운 핵 확전 위험
SIPRI가 제안한 미래 핵 위험 통제와 글로벌 거버넌스 재편
스웨덴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가 2026년 1월 발표한 보고서 ‘Addressing Multidomain Nuclear Escalation Risk’는 현대 전쟁 환경이 기존 핵억제 이론과 군사안보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 사이버전, 우주 영역, 드론, 정보전, 정밀타격 체계 등이 결합된 ‘다영역(Multidomain) 전쟁’이 새로운 핵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과거 냉전기 핵전략은 육·해·공 중심의 전통적 군사충돌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오늘날에는 비핵국가·민간기업·AI 시스템·사이버 공격 주체까지 핵위기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한다.
보고서의 핵심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핵무기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기술과 다영역 군사행동이 핵보유국의 오판과 공포를 자극해 핵사용 임계점(Nuclear Threshold)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파이더 웹’ 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새로운 핵위험
보고서는 2025년 우크라이나의 ‘스파이더 웹(Operation Spider Web)’ 작전을 대표 사례로 제시한다. 우크라이나는 AI 기반 무인기(UAV) 117대를 활용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공군기지를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핵무기 탑재 능력을 가진 러시아 전략폭격기 일부가 손상됐다.
보고서는 이 사건의 핵심이 단순한 군사시설 공격이 아니라 “러시아 핵전력 자체가 위협받았다는 인식”에 있다고 본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재래식 드론 공격이었더라도 핵억제 체계가 흔들렸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이는 핵대응 논리로 연결될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비용 AI 드론이 수십억 달러 규모 전략자산을 무력화했다는 점은 현대 핵균형의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핵전력 공격이 대규모 미사일전이나 전략폭격 수준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값싼 자율무기 체계도 핵전력을 위협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보고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2025년 인도-파키스탄 충돌,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작전도 모두 다영역 전쟁 양상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핵전쟁 위험 키우는 ‘다영역 얽힘’…재래식 전쟁과 핵전쟁의 경계 붕괴
보고서는 현대 핵위험의 핵심 개념으로 ‘재래식-핵 얽힘(conventional-nuclear entanglement)’을 제시한다.
과거에는 재래식 무기와 핵전력이 상대적으로 구분됐지만, 이제는 같은 통신망·위성·지휘체계·AI 시스템이 재래식 작전과 핵작전을 동시에 지원한다. 따라서 어느 한 부분에 대한 공격도 상대국에는 핵전력 제거 시도로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이버 공격으로 위성통신망이 마비되거나, 정보전으로 미사일 경보 체계가 혼란에 빠질 경우, 핵보유국은 실제 핵공격 전조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이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use it or lose it)’는 공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냉전기에도 우발적 핵확전 우려는 존재했지만, 오늘날에는 AI·사이버·우주전이 추가되면서 훨씬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경로가 생겨났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특히 문제는 새로운 영역에서 국가 간 공통 규범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이버 공격이 어디까지 ‘무력 사용(use of force)’인지, 위성 교란이 군사공격인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핵교리 변화와 핵사용 문턱 확대…점점 모호해지는 핵무기 사용 조건
보고서는 핵보유국들이 스스로 핵위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는 2024년 핵억제 원칙을 수정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비핵국가의 공격에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북한 역시 2022년 핵무력 법령을 통해 미국과 협력하는 비핵국가에 대한 선제 핵사용 가능성을 포함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과거 핵억제는 주로 핵보유국 간 관계를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이제는 비핵국가의 행동도 핵충돌 위험에 직접 연결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모든 전략적 공격 억제’ 개념이나 파키스탄의 ‘전영역 억제(full-spectrum deterrence)’ 개념 역시 적용 범위를 계속 넓히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핵무기 사용 조건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으며,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 새로운 불안정성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AI·사이버전·가짜정보의 위험…전쟁 판단 자체를 왜곡하는 기술
보고서는 AI 기반 허위정보와 정보전의 위험성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룬다.
2025년 인도-파키스탄 위기 당시, 양국 언론과 온라인 공간에는 AI 생성 이미지와 허위 전황 정보가 대량 유포됐다. 전략시설 파괴, 영토 점령, 전투 승리 주장 등이 확산되며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보고서는 미래에는 이런 AI 기반 허위정보가 핵보유국의 전략 판단 자체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오인하거나, 상대의 핵준비 움직임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이버 공격 역시 핵위험과 연결된다. 보고서는 2010년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스턱스넷(Stuxnet) 사례와 우크라이나 전력망 공격 사례를 언급하며, 비물리적(non-kinetic) 공격도 국가 핵심 기반시설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공격이 누적되면 국가들은 단순 해킹이 아니라 실제 군사공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이는 핵억제 논리에 편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군비통제 체제의 붕괴…“냉전 시대 안전장치가 무너지고 있다”
보고서는 냉전기 구축됐던 핵위기 관리 체계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Open Skies Treaty와 빈 문서(Vienna Document) 체계 약화가 언급된다.
과거에는 군사훈련 통보, 상호 감시, 군사활동 투명성 제도가 존재했지만, 미러 관계 악화 이후 상당수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과 미국 간 전략경쟁 심화로 새로운 위험감소 체계를 구축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다영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데 이를 통제할 국제 규범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핵무기뿐 아니라 AI·우주·사이버·민간위성까지 모두 연결된 상황에서 기존 핵군축 체제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한다.

이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핵위험이 더 이상 핵탄두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 핵위험은 AI, 드론, 우주위성, 사이버전, 허위정보, 민간기술기업, 비핵국가 군사행동까지 모두 결합된 복합위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작은 사건이 핵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을 반복해서 경고한다. 사진=사람과사회
SIPRI 정책 제안…“핵위험 관리 패러다임 자체 바꿔야 한다”
보고서는 다영역 핵확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핵보유국들이 ‘전략적 안정성(strategic stability)’ 개념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단순히 핵탄두 숫자의 균형만 볼 것이 아니라, AI·우주·사이버·드론·정보전이 핵억제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다영역 확전 시나리오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어떤 행동이 상대국에 핵위협으로 인식되는지, 어느 수준에서 핵대응 가능성이 생기는지, 우주·사이버 영역에서 억제 개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을 공동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냉전기 해상충돌방지협정(INCSEA)처럼 사이버·우주·AI 영역에도 위험행동 기준과 소통 절차를 만들어야 하며, 핵지휘통제망(NC3)에 대한 사이버 공격 금지 논의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넷째, 민간기업과 기술기업을 국제 거버넌스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고서는 특히 SpaceX 사례를 언급하며, 민간기업이 실제 전쟁 수행과 전략균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AI 기업, 위성기업, 플랫폼 기업 역시 핵위험 관리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 이상 핵무기만의 문제가 아니다…복합위험으로 변화한 현대 핵위험
이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핵위험이 더 이상 핵탄두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 핵위험은 AI, 드론, 우주위성, 사이버전, 허위정보, 민간기술기업, 비핵국가 군사행동까지 모두 결합된 복합위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작은 사건이 핵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을 반복해서 경고한다. 저비용 드론 공격, 위성 교란, AI 허위정보, 사이버 해킹 같은 비핵 행동이 핵보유국의 공포와 오판을 자극하면서 핵사용 문턱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핵억제 논리가 점점 확대되고 모호해지는 현실 속에서, 기존 군비통제 체계만으로는 새로운 위험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핵보유국뿐 아니라 비핵국가, 국제기구, 민간기업, 기술전문가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결국 SIPRI 보고서는 “미래 핵위기는 핵미사일 버튼이 아니라 AI 알고리즘, 드론 네트워크, 사이버 코드, 정보조작 시스템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경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Leave a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