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혼불』(도서출판 매안, 2014, 제2판 제19쇄) 제1부 제2권과 제2부 제3권에는 인월댁과 청암부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두 여인의 운명은 비슷한 듯 다르다. 인월댁은 첫날밤에 소박을 맞은 여인이다. 매안이씨 가문에 들어오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청암부인이 종가(宗家) 종부(宗婦)로서 종친을 설득해 가문의 일원으로 들인 여인이다. 청암부인은 기구한 운명 속에 내박쳐진 인월댁에게 작은 집을 마련해 주었고, 인월댁은 마당에 나서는 것조차 삼가며 베틀에 앉아 베를 짜며 살았다. 인월댁은 임종이 가까워진 청암부인과 속에 있던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나눴고 초혼, 고복의식도 맡았다. 청암부인은 혼례를 치렀지만 사흘 후 열여섯 살이던 남편 이준의가 홀연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청암부인이 칠십삼 세가 되어서야 남편을 만나러 가게 된다. 청암부인이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온몸으로 살아온 까닭이었을까. 부인은 혼례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남편을 만나러 가는 길을 떠난다. 이 글은 두 여인이 겪은 삶의 이야기를 청암부인의 목소리를 빗대어 담은 것이다. 칠십 평생을 살아온 청암부인의 회한을 대신 전하는 심정으로 쓴 글이다. 이선희가 부른 ‘인연’은 청암부인의 속내, 이준의에 대한 고결하고 순결한 사랑을 그대로 담아놓은 것 같아 글 첫머리에 넣었다. 제목을 ‘그리움 두고 그리움 찾아 떠나는 노래’로 지은 까닭이기도 하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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