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과학교육은 삶 가까이에 둬야 한다”
백원철 레오이노비젼 대표이자 (사)한국경제과학연구회 회장은 로봇·AI·드론 등 첨단 기술을 매개로 한 체험형 멘토링을 통해 과학을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지방 산업과 대학, 연구소, 전시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과학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사진=김종영 기자

백 회장은 어릴 때 과학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하면 산업 핵심 기술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행 과학교육이 중앙집권적으로 설계되는 한계를 짚으며, 지역 맞춤형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농촌·어촌·산업도시 등 지역별 산업 기반이 다른 만큼, 교육 역시 해당 환경과 연계돼야 장기적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예산과 운영을 주도할 때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도 역시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학부모 동반 체험이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이는 가정 내 인식 변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사진=김종영 기자
[인터뷰] 백원철 (사)한국경제과학연구회 회장
“AI 시대 과학교육은 삶 가까이에 둬야 한다”
“지금은 생활 속에 과학을 둬야 한다”
“지역형 과학교육 통한 미래과학 중요”
로봇랜드에서 ‘과학 멘토링’ 실험 시작
‘전시관·연구소·대학’ 묶는 산업생태계
과학교육이 교과서 중심의 지식 전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생활과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지역 기반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백원철 레오이노비젼 대표이자 (사)한국경제과학연구회 회장은 로봇·AI·드론 등 첨단 기술을 매개로 한 체험형 멘토링을 통해 과학을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지방 산업과 대학, 연구소, 전시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과학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첫 모델은 경남 지역에서 시작됐다. 창원 로봇랜드 로봇스쿨을 거점으로 초·중학생 대상 멘토링과 체험학습을 진행했고, 이후 경남도와 남해군 지원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서울 지역 학교로도 확산됐다. 핵심은 과학의 ‘조기 노출’이다. 초등 단계에서는 개념적 토대를 형성하고, 중학생에게는 진로 상을 구체화하며, 고등학생에게는 연구자의 문제 인식과 사고방식을 체득하게 한다. 과학자, 대학원생, 정부출연연 연구진 등이 직접 참여해 이론이 아닌 생활 속 문제 해결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백 회장은 어릴 때 과학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하면 산업 핵심 기술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행 과학교육이 중앙집권적으로 설계되는 한계를 짚으며, 지역 맞춤형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농촌·어촌·산업도시 등 지역별 산업 기반이 다른 만큼, 교육 역시 해당 환경과 연계돼야 장기적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예산과 운영을 주도할 때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도 역시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학부모 동반 체험이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이는 가정 내 인식 변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백 회장은 또 해외 확장 가능성도 모색 중이다. 필리핀 사립학교, 미국 한글학교 네트워크와 연계한 방과 후 과학 프로그램 구상이 대표적이다. 언어 교육 중심 모델에서 나아가 과학적 사고와 결합한 생활·기술 중심 교육이 이민 2세에게 실질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AI 확산 역시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배경으로 제시된다. 정보 접근이 쉬운 환경에서 암기식 교육은 경쟁력을 잃고, 경험·분석·기록 역량이 핵심 자산이 된다는 분석이다. 사물과 현상을 관찰하고 비교·분석해 보고서로 정리하는 훈련은 과학뿐 아니라 산업 기획, 정책 제안, 국제 협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요구되는 역량이다. 백 회장은 국내 기관과 기업이 해외 협상에서 겪는 어려움의 원인으로 분석력과 문서화 능력 부족을 지적하며, 요구 조건을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개발과 협상을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백 회장은 또한 장기적 차원에서 전국의 전시관·박물관·체험관 기능을 관람형에서 연구·실습 거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예컨대 로봇 테마 시설을 대학생·대학원생이 체류하며 연구와 논문 작업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대학·연구소·기업이 역할을 분담하는 삼각 협력 구조를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대학은 기초기술, 연구소는 핵심기술, 기업은 산업화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방 산업 활성화와 청년 연구 인력 참여 확대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백 회장은 과학교육의 궁극적 목표를 ‘사회적 과학 적응력’ 제고로 정의한다. 질문과 토론을 기반으로 사고하고, 분석 결과를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산업 경쟁력도 강화된다는 논리다. 과학을 두려움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 그리고 지역에 뿌리내린 과학 생태계를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사)한국경제과학연구회 회장을 만나 지역을 연계한 과학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산로봇랜드 전경. 사진=(사)한국경제과학연구회
▲구상하는 교육사업은 무엇인가?
과학교육을 산업과 직접 연결되는 기반 작업으로 본다. 로봇, AI, 드론 등은 단순한 콘텐츠일 뿐이고, 핵심은 ‘과학을 아이들 삶 가까이에 두는 것’이다.
과학이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생활 속 문제 해결 도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출발점이다. 그 모델을 처음 적용한 곳이 창원 로봇랜드다.
로봇스쿨을 중심으로 초·중학생에게 과학 멘토링과 체험학습을 진행했고, 경남도와 남해군 예산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서울 상명중학교에서 멘토링을 진행하는 등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과학교육과 가장 다른 점은?
‘조기 노출’과 ‘경험 중심’이다. 초등학생에게는 과학 기반이 무엇인지, 과학적 사고가 무엇인지 인식하게 한다. 중학생은 미래 과학자의 꿈을 구체화하고, 고등학생은 연구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
특히 KAIST 학생과 로봇 동아리, 정부 출연 연구기관 연구진이 함께 참여해 멘토링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과학은 멀리 있는 학문이 아니라 내 옆에 있다”는 걸 느끼는 게 중요하다. 과학이 두려워지면 산업으로 이어질 수 없다.
▲왜 지역 중심 모델을 강조하나?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아이템을 내려 보내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농촌, 어촌, 산업도시는 기반 산업이 다르다. 그러기에 지역 특성에 맞는 과학교육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이 주도해 예산을 편성하고 운영해야, 그 지역 학생들이 장기적으로 지역 산업과 연결된다.
이는 경남, 남해에서 진행한 사업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 지역이 주체가 되면 학부모와 학생의 참여도가 높다. 특히 학부모가 함께 참여했을 때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과학 인식 전환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로봇체험교실 모습. 사진=(사)한국경제과학연구회

과학교육 로봇랜드 멘토링 2025년 8월 10일 프로그램. 사진=(사)한국경제과학연구회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필리핀 사립학교에 과학교실 도입을 제안했고, 미국에서는 한글학교와 연계해 방과 후 과학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현재 해외 한글교육은 세종학당 중심의 학문·언어 교육에 치중돼 있다. 물론 중요하지만, 생활·기술 중심 과학과 결합된 교육이 이민 2세에게 더 실질적 기반이 될 수 있다.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언어 교육은 협업과 산업 연결에도 도움이 된다.
▲AI 시대에 과학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지식 암기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이제 대부분의 정보는 AI로 접근이 가능하다. 이제는 분석력과 경험, 토론 능력이 중요하다. 유럽과 미국은 경험 중심, 토론 중심 교육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암기 중심이다.
아이들에게 사물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기록하게 해야 합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훈련이 매우 필요하다. 이 능력이 있어야 협상도, 산업 기획도 가능하다. 해외 기업과 협상해 보면 분석력과 보고서 구성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전시관과 연구시설 활용에 대한 구상을 이야기했다.
전국에 전시관과 박물관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 관람형이다. 이를 체험·연구형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로봇 시설이라면 대학 4학년이나 대학원생이 일정 기간 체류하며 연구와 논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숙박은 무상 제공하고, 식사는 자율 해결 방식으로 운영하면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이런 구조가 되면 지방 대학생이 지역에서 연구하고, 지역 산업과 연결된다. 중앙에서만 움직이는 과학은 뿌리가 약하다. 지역에 뿌리내려야 지속 가능한 과학이 이뤄질 수 있다.

마산로봇랜드 안내 창구. 사진=(사)한국경제과학연구회
▲대학과 연구소 연계 모델을 강조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대학은 기초기술, 정부 출연 연구소는 핵심기술을 담당하고, 기업은 이를 산업화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미국 텍사스대학 사례처럼 기업이 일정 기간 들어와 공동 연구를 하고, 성과를 내면 빠져나가는 순환 모델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대학과 기업을 직접 묶으려다 보니 이윤 문제에서 충돌한다. 정부 출연 연구소와 국립대학을 먼저 묶으면 학생들의 진로, 그러니까 연구원·취업·창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토론문화와 협상력도 강조했다.
과학은 사고방식이다. 어릴 때부터 질문하고 토론해야 협상력이 생긴다. 완성된 제품만 내놓고 사라고 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어렵다. 요구 조건을 분석하고, 과학적 체계를 제시해야 협상이 된다. 토론문화는 과학교육의 일부다. 명령과 수행 중심 구조에서는 창의적 해결이 나오기 어렵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정부는 특정 기술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과학 전체’를 이야기해야 한다. AI는 중요한 도구지만, 과학은 다양해야 한다. 정부가 활용도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기술 선택은 산업과 연구 현장이 하도록 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업이 요동치면 뿌리 있는 기술이 자라기 어렵다. 대학과 연구소를 묶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장기적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사회적 과학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과학을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분석하고, 기록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아이들이 지역 전시관, 대학, 연구소, 기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과학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대가 늘어나면, 산업도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나는 그 씨앗을 심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로봇랜드 멘토링 2025년 8월 10일 프로그램. 사진=(사)한국경제과학연구회
Leave a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