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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 종전, 後 평화’가 바람직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

최근 남북미 3국 간 강대강(强對强) 맞대응 전략의 지속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가고 있어, 3국 간의 강대강 적대적 구조가 일부 어리석은 인간들의 오판과 첨단전략자산의 오작동으로 인해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향후 한미와 북한이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한반도 주변에서 예정된 적대적 군사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先 종전선언 後 평화조약 체결 바람직

곽태환 사람과사회™ 고문, 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종전선언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2019.2) 결렬 이후 북미 간 이 주제를 놓고 공식적으로 논의 된 바 없었다.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관계의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종전선언은 2018년 4·27 판문점 제1차 남북정상 간 공동 선언문에 명시되어 있다. 3조 3항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고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년 제75차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9.23)을 통해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재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재언급한 동기는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보겠다는 것이고 이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위한 강한 의지력 때문이다. 더욱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2019.2.29) 결렬 이후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남북 관계도 최악의 ‘대적 관계’로 전환되어 종전선언 관련 화두가 사라진 상황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추동하기 위한 문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미국 조야(朝野)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은 싸늘하다.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은 先(선) 비핵화 조치를 반복하여 주장하고 있어 실망이 크다. 한편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묵묵부답이다. 현 시점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평행선을 달려 접점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이런 상황을 뚫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 카드를 사용 해 보지도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해 아쉽고 안타깝다.

미국은 선 비핵화 조치를 주장하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하나의 창의적인 방안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간 적대시 정책을 청산하기 위한 첫 단계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종전선언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선언은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 로드맵(Road Map)의 첫 단계다. 先 한반도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조약(협정) 체결 전에 필요한 조치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구상인데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미국이 이러한 이로운 점을 이해하길 촉구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싱가포르 기자회견(2018.8.2)을 통해 처음으로 종전선언에 대해 “시대 발전의 흐름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밝힘으로써 종전선언에 공식 참여를 발표한바 있다. 그는 한중외교장관회담(8.3)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어서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고 유용한 역할을 평가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에게도 중국의 참여 없는 종전선언은 지지할 수 없음을 알렸고 문재인 정부도 다자 간 종전선언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과거 오래 전부터 4자 평화협정(조약) 체결을 원했고 1990년대 말 남·북·미·중 4자 회담에 참여해 이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 종전선언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종전선언이란 표현보다 평화선언(A Peace Declaration)을 선호한다. 북한은 자발적인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미국에게 종전선언을 요구한바 있다. 미국은 아직 종전선언 혹은 평화선언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국이 종전선언(평화선언) 서명 이전에 가시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진전을 요구하고 있는 강경한 입장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둘째, 종전선언(평화선언) 이후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 요구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만일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약화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 종전선언(평화선언)을 서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장기적인 국익 차원에서 종전선언(평화선언)이 북한의 핵 무력 생산을 중단하는 등 궁극적으로 창출하게 될 이익을 계산하면 종전선언(평화선언)에 서명할 것을 촉구한다.

필자는 한반도 비핵-평화체제구축 로드맵 단계에서 입구에 첫 단계로 종전선언을 먼저하고 출구에 북미 간 평화협정보다 구속력이 강력한 4자 간 한반도평화조약 체결을 제안해왔다. 남·북·미·중 4자가 종전선언(평화선언)을 먼저 하고 후 완전한 한반도비핵화 실현과 맞교환하는 4자평화조약(A Peace Treaty)[평화협정(A Peace Agreement)이 아닌] 체결을 일관성 있게 주장해왔다. 즉, 가칭 ‘한반도평화조약’ 체결만이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북한 체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이행 로드맵을 작성해 미·중·북 3자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4자 정상이 종전선언(평화선언) 합의문에 서명할 것을 촉구한다.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든 조 바이든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 되든 관계없이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불가피하며 북미 양 지도자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About 곽태환 (38 Articles)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이스턴켄터키대학교(Eastern Kentucky University) 국제정치학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및 교수, 통일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 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사람과사회™ 상임고문 등을 맡고 있다. 경남대 정치학 명예박사(2019), 글로벌평화재단 평화상(혁신 학술 연구 분야, 2012)을 수상했다. 32권의 저서와 공저, 편저 등을 비롯해 칼럼, 시론, 학술 논문 등 300편 이상을 출판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구상』,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공저) 등이 있다. 영문으로 발간한 책은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Ashgate,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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