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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쪽에 북한을 담은 책

유영구,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먹는 문제 해결부터 첨단과학기술 발전까지 담다

유영구 전 현대사연구소 이사장의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1, 2』가 그것이다. 경인문화사에서 출판한 이 역저는 1, 2권이 각각 700쪽 분량으로 총 1,400여 쪽에 이른다. 한 마디로 북한경제의 이론적 기초와 현실적 과제, 기본 부문과 혁신 부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팩트북이자 백과전서인 셈이다. 저자는 중앙일보 북한 문제 전문기자를 거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을 지낸 언론인이자 『박병엽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을 쓴 연구자로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모두 활용”해 “사실의 힘에 천착하고자 했”다고 서문에 밝혔고, 실제로 그러하다. 많은 도표와 원문 인용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면서도 1, 2권 각각 900여 개의 미주가 깨알같이 따라붙어 전문서적으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북, 먹는 문제 해결부터 첨단과학기술 발전까지

[화제의 책] 유영구의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김치관 기자

통일뉴스 2021.02.09

연초 내외의 관심 속에 8일 간 개최된 북한의 제8차 노동당대회를 마무리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회주의 경제 건설은 오늘 우리가 총력을 집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혁명 과업”이라며 “국가경제발전의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반드시 수행하기 위한 결사적인 투쟁을 벌려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8차 당대회를 생중계하다시피 하던 언론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들로 돌려진지 오래고, 북한이 과연 당 대회에서 마련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대외적인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새로 등장한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만이 ‘뉴스’일 따름이다.

과연 북미관계 개선이나 제재 해제라는 외부적 여건의 변화 없이 북한의 경제 발전이 가능할까? 여기에 답이라도 하듯, 우리로서는 종잡기 어려운 북한 경제를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일관되게 ‘계승’되는 맥락과 그 속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혁신’의 방향을 짚어주는 길라잡이 책이 출간됐다.

1,400쪽 역작, 내재적 접근과 도표화가 특색

유영구 전 현대사연구소 이사장의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1, 2』가 그것이다. 경인문화사에서 출판한 이 역저는 1, 2권이 각각 700쪽 분량으로 총 1,400여 쪽에 이른다. 한 마디로 북한경제의 이론적 기초와 현실적 과제, 기본 부문과 혁신 부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팩트북이자 백과전서인 셈이다.

저자는 중앙일보 북한 문제 전문기자를 거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을 지낸 언론인이자 『박병엽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을 쓴 연구자로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모두 활용”해 “사실의 힘에 천착하고자 했”다고 서문에 밝혔고, 실제로 그러하다. 많은 도표와 원문 인용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면서도 1, 2권 각각 900여 개의 미주가 깨알같이 따라붙어 전문서적으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재적 접근법’을 활용해 ‘있는 그대로의 북한 바로보기’를 시도한 점이야말로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이고, 충실한 북한 원문자료 분석이 돋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비롯해 현지지도 행보와 지침들을 가감 없이 다루고 한 발 나아가 이를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제시한 대목은 저자만의 특기랄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정은 위원장이 삼지연군을 현지지도한 내용의 경우 7건의 북측 보도기사 원문 중 상당량을 그대로 싣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인민경제 선행 부문과 중요공업 부문의 현지지도 등’(표 3-26) 도표에는 2012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69건의 현지지도 일자와 활동 내역, 보도 일자가 정리돼 있다.

무엇보다도 북측 주요 법률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문건을 도표로 분석해 제시한 대목은 저자의 독특한 장기다. 북한의 ‘사회주의헌법’과 ‘토지법’에서 소유권의 법적 근거를 찾아 도표(표 1-17)로 보여준다든지, 김정은 위원장의 ‘5.30담화’의 주요 내용을 원칙과 실리, 혁신성,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로 내용을 나누어 도표(표 1-30)로 제시하는 식이다.

먹는 문제 해결부터 첨단과학기술 발전까지

이 책 제1권은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의 중요성과 정신적 기초, 정치적 기초, 경제적 기초를 살피고,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 김정은 시대로 이어지는 ‘북한 경제발전 전략 노선의 변천 과정’을 짚어보고 있다. 북한 경제가 놓인 기초와 역사를 종횡으로 위치 짓는 것으로,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작업을 충실히 다진 셈이다. 무려 700쪽에 걸쳐…….

제2권은 김정은 시대의 경제발전 전략의 방향과 과제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현지지도 분석에서 출발해 기본 부문과 혁신 부문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기본 부문은 △먹는 문제 해결 △인민생활의 획기적 향상 △인민경제 선행 부문과 중요공업 부문 발전 △국토관리와 환경사업 개선 △지방경제 살리기 △자력자강과 대외경제협력 확대 등 6개 분야로, 혁신 부문은 △재정은행사업의 변화 모색 △첨단과학기술의 발전 △군수-민간경제의 결합 등 3개 주제로 나누어 상세히 살피고 있다.

특히 혁신 부문에서 다룬 재정은행이나 군수-민간경제 결합은 다른 책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내용들이며, 첨단과학기술 분야도 인공위성과 로켓 부문부터 보건의료 부문까지 원문에 기초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을 인용한 북한의 식량배분 체계(그림 3-1)나 북한의 유일적 군수산업 지도체계(그림 3-6)와 북한의 군수공업 관리체계(그림 3-7) 등은 들여다보기 어려운 북한 내부 체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북 경제정책, 일관성과 합리성 확인할 수 있다”

북한 경제에 관한 한 팩트북으로 손색이 없는 이 책의 백미는 역시 저자의 시각과 전망을 27 꼭지에 담은 ‘제4장 결론: 예측과 단상’이다.

저자는 “북한이라는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식의 불가측성을 문제 삼는 의견을 접할 때가 많다”며 “북한의 전략적 노선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이 책은 북한의 노선과 정책의 발향에서 불가측성이 그리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경제정책 담론을 지속적으로 접하면 그 나름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김일성-김정일주의의 해석권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변화하는 현실에 발맞추어 이론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점이 북한의 사상이론전선의 특성”이라고 규정하고 “세계를 지향하고 지식경제시대에 필요한 경험을 넓히는 과정에서 설령 부작용이 일부 있더라도 긍정적 파급 효과는 그 부작용을 상쇄하고 남을 것”이라며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서 ‘총대’를 매는 고위 정책당국자와 경제학자들이 더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희망사항까지 내놓고 있다.

나아가 보다 구체적으로 “해외유학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산업시찰과 현장연수(산업연수)를 정기적으로 빈번히 조직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거나 “해외의 석학·전문가·기술자들을 평양에 초청해 강연회와 토론회를 조직하면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방안 제시는 물론 “북한이 추구하는 혁신과 관련하여 아마존의 ‘끊임없는 혁신’을 탐구하는 것에서 좋은 착상을 얻을 수 있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이 같은 저자의 예측과 단상들이 원리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것은 그만큼 그의 연구와 고민이 깊을 뿐만 아니라 지적 세계가 풍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각 장이나 절 도입부에 인용하는 고금의 명저들이나 본문에 인용되는 전문가들의 세세한 자료들까지, 전업 연구가가 아닌 저자가 얼마나 폭넓은 지적 영토를 구축하고 있고 얼마나 치열하게 저술에 임했는지 엿볼 수 있다.

물론 이 책도 어디까지나 북한의 공식 보도나 문건을 기준으로 북한 경제를 분석하고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직접 가서 확인해볼 수 없는 탓에 북한 주민들의 실제 경제생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저자도 상세히 알 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에서 솔직하게 드러내는 문제점들을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남북 당국자들, 저자의 제안에 귀기울여보길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결론’에서 “오늘 우리 혁명의 외부적 환경은 의연 준엄하고 첨예하며 앞으로도 우리의 혁명 사업은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우리의 내부적 힘을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하고 재편성하며 그에 토대하여 모든 난관을 정면 돌파하면서 새로운 전진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2018년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 승부수를 던진 뒤 다시 한 번 정면 돌파로 새로운 전진의 길을 찾아가는 북한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이 책을 곁에 두고 언제든 펼쳐 볼 수 있다면, 북한 경제 관련 이슈들을 점검할 수 있고 북한 경제에 대한 큰 틀을 세워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분량에 겁먹었다면, 저자의 지혜가 압축적으로 녹아 있는 4장 결론 27꼭지부터 읽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남과 북 당국자들까지 나란히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을 통해 한 번쯤 북한 경제의 맥락을 짚어보고 저자의 제안에 귀기울여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 이 글은 김치관 기자와 통일뉴스의 허락을 받아 원문을 사람과사회™에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1
유영구 | 경인문화사 | 2020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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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2
유영구 | 경인문화사 | 2020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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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경인문화사, 2020 제1권

유영구,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경인문화사, 2020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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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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