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꼭두새벽에 눈을 뜰 때마다 요즘 저의 첫 의식은 스님 안부를 헤아리는 일입니다. 원오 극근선사는 ‘생이란 그 전부를 드러내는 것, 죽음 또한 그 전부를 드러내는 것(生也全機現 死也全機現)’이라고 했지만 제 가슴은 먹먹하기만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먼 산중 산방에서 향 사르고 스님께 삼배를 올리는 일뿐입니다. 스님께서는 단식을 시작한 지 벌써 23일이 넘었습니다. 단 하루도 굶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스님의 목숨 건 비원을 헤아리기조차 불가능합니다. 어둠을 밝히는 한 자루의 초가 눈물처럼 녹아 내려 이제는 마지막 순간으로 치닫는 것 같아 제 마음은 극도로 초조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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