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공약은 ‘빛 좋은 개살구’인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민선 8기 시도지사의 공약이행 필요 재정은 민선 7기보다 137조6,750억 원 증가한 약 598조 원에 달하지만 실제 재정확보율은 35.73%에 불과해 재정 현실을 외면한 공약 남발이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사람과사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전국 민선 7기와 8기 시도지사의 공약 및 본예산을 비교 분석한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민선 8기 시도지사들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잡은 재정 규모는 민선 7기 대비 무려 137조6,750억7,300만 원이라는 폭발적인 규모로 증가했다. 전체 필요 재정 규모만 598조938억9,000만 원에 달한다. 사진=사람과사회
기획
지방의회 공약은 ‘빛 좋은 개살구’인가?
공약은 넘치는데 돈은 없다…지방선거 흔드는 ‘공약 인플레이션’
“재정 현실 무시한 희망목록, 이제는 ‘샐러리캡’으로 제동 걸어야”
민선 8기 공약재정 598조원…예산보다 커진 ‘공약 인플레이션’
10조원 넘는 초대형 SOC 공약 속출…재원 마련 방안은 불투명
“희망 목록 아닌 재정 계약”…공약재정에 ‘샐러리 캡’ 도입해야
공약은 늘었지만 재정은 부족…국가재정 의존형 개발공약 함정
지방선거 공약도 ‘예산총량제’ 필요…“비정상적 구조 벗어나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민선 8기 시도지사의 공약이행 필요 재정은 민선 7기보다 137조6,750억 원 증가한 약 598조 원에 달하지만 실제 재정확보율은 35.73%에 불과해 재정 현실을 외면한 공약 남발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 필요 재정은 17개 시·도 순계예산보다 4.8배 이상 많은 금액이며, 실제 집행된 재정 역시 순계예산의 절반 수준(49.92%)에 그쳐 지자체의 예산 범위를 한참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약 재정의 46.73%를 국비에 의존하는 반면 자체 재원인 시·도비는 16.16%에 불과해 국가 이전 재원에 과도하게 기댄 비정상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재정 왜곡의 핵심 원인으로는 한 해 국가 예산의 42%가 넘는 최소 277조 원 규모의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이 꼽히며, 사업비 10조 원이 넘는 초대형 SOC 공약만도 경북의 신공항 연계 교통망, 서울의 임대주택 등 10개 이상에 달gs다.
그러나 정부의 SOC 예산 기조가 유지·관리 중심으로 전환되어 신규 사업 수용 가능성이 낮은 데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민간투자 방식 역시 까다로운 절차와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어서 결국 실질적인 재원 부담은 임기 이후나 주민의 몫으로 미뤄질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매니페스토본부는 선거판의 포퓰리즘을 억제하고 공약을 ‘희망 목록’이 아닌 ‘재정 계약’으로 바라보기 위해, 공약 총량을 제한하는 ‘공약재정 샐러리캡(Salary Cap)’ 도입을 촉구했다. 이는 연간 순계예산의 20%, 즉 임기 전체적으로 2026년도 순계예산의 80% 범위 내에서만 공약을 설계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전국 17개 시·도의 공약 재정 총 상한선은 273조4,968억 원으로 제한되며, 이를 통해 공약의 실효성을 높이고 무책임한 공약 경쟁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발하는 공약 재정, 바닥 치는 확보율…‘고용계약서’가 부실하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의 재정 현실성이 심각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방선거에서의 공약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4년 임기 동안 지역을 이끌 ‘지역 일꾼’을 채용하기 위해 유권자와 맺는 일종의 ‘고용계약서’다. 하지만 현재 제출된 공약들은 국가와 지방의 재정 체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전국 민선 7기와 8기 시도지사의 공약 및 본예산을 비교 분석한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민선 8기 시도지사들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잡은 재정 규모는 민선 7기 대비 무려 137조6,750억7,300만 원이라는 폭발적인 규모로 증가했다. 전체 필요 재정 규모만 598조938억9,000만 원에 달한다.
순계예산의 4.8배 껑충 뛴 공약…실제 확보율은 ‘낙제점’
이처럼 필요 재정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났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정확보율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민선 8기 시도지사들의 실제 재정확보율은 35.73%에 불과해 대다수 공약이 예산 조달 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한 ‘빌 공(空)’자 공약임이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이 필요 재정 규모가 2022년 기준 17개 시·도의 총 순계예산인 276조8,730억8,700만 원보다 4.8배 이상 많은 금액이라는 점이다. 세종특별자치시, 경기도, 경상남도 등 단 3곳을 제외하면, 대한민국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2022년도 순계예산보다 공약 재정 총액이 훨씬 더 많았다.
실제로 확보된 재정(대구·대전 제외)은 190조1,589억2,900만 원으로 2022년 순계예산의 73.66%에 그쳤고, 실제로 집행된 재정은 128조8,680억9,000만 원으로 순계예산의 절반 수준(49.92%)에 멈춰 섰다. 지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예산 범위를 한참 초과해 공약을 설계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돈 줄 곳은 없는데 쓰겠다는 약속만 가득한 선거판의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이제는 공약을 단순한 ‘희망 목록’이 아닌 엄격한 ‘재정 계약’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스포츠계의 임금 상한제에서 착안한 ‘공약재정 샐러리캡(Salary Cap)’ 제도다. 사진=사람과사회
10조 원 넘는 초대형 SOC만 10개…빚더미는 후임·시민 몫
공약 재정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핵심 원인으로는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공약’ 남발이 꼽힌다. 매니페스토본부가 당선인들의 핵심 공약을 분석한 결과, SOC 공약 재원 유치 규모만 최소 277조8,69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 국가 예산(2022년 기준 657조 원)의 42%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수치다.
특히 사업비가 10조 원 이상 들어가는 ‘초대형 SOC 공약’만 해도 전국적으로 10개 이상이며, 이들 10개 사업의 재정 규모를 합치면 119조 1,00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전국 초대형 SOC 공약 ‘탑 10’ 현황
현재 시도별로 추진 중인 주요 초대형 SOC 공약의 순위와 재정 규모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 10조 원이 넘는다.
1위는 1위 경상북도 신공항 연계 광역교통망 구축 14조1,443억 원이다. 이어 △2위 서울특별시 누구나 살고 싶은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13조9,766억6,000만 원 △3위 부산광역시 가덕도신공항 조기 건설 13조7,584억4,800만 원 △4위 전라남도 전남~광주 고속교통망 확충 13조5,045억 원 △5위 경상북도 고속도로망 확충 11조6,798억2,000만 원이다.
6~10위는 △6위 대구광역시 K2 군공항 이전·건설 11조4,318억 원 △7위 경상북도 고속철도 및 광역철도 확충 10조6,051억 원 △8위 대전광역시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 10조700억 원 △9위 대전광역시 나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100만 평) 10조 원 △10위 대전광역시 충청권 국가산업단지 조성 (100만 평) 10조 원 등이다.
‘천수답’ 형태 국비 의존과 허울 좋은 민자 유치
문제는 이러한 거대 사업들을 추진할 지자체의 ‘자체 주머니’가 텅 비어 있다는 점이다. 시·도지사 공약이행 재정 구성을 보면,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국비가 46.73%(279조4,661억8,700만 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지자체 스스로 조달하는 ‘시·도비’는 고작 16.16%(96조6,287억3,800만 원)에 불과하다. 그 외에 민간 등 기타 재원이 32.10%, 시군구비가 5.02%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 기조는 이미 변했다. 2026년 국토교통부 기준 SOC 예산은 21.2조 원 규모로, 신규 건설보다는 노후 시설 보수 및 유지관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어 지자체의 신규 SOC 사업을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부 후보들은 ‘민간투자(민자) 방식’을 돌파구로 내세우지만, 이 역시 민자유치건설보조금이나 국고보조금 등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예비타당성조사와 민자적격성조사(VFM) 등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하는 것도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
결국 이러한 공약들은 임기 내에 착공조차 못 한 채, 실질적인 재원 부담과 갈등을 차기 임기 이후와 지역 주민의 몫으로 미루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현금성 복지 공약 역시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이 결여된 복지 공약은 재정 갈등과 정책 후퇴라는 악순환만 반복시킬 뿐이다.
선거판 포퓰리즘 안전장치…‘공약재정 샐러리캡’ 도입 시급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돈 줄 곳은 없는데 쓰겠다는 약속만 가득한 선거판의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이제는 공약을 단순한 ‘희망 목록’이 아닌 엄격한 ‘재정 계약’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스포츠계의 임금 상한제에서 착안한 ‘공약재정 샐러리캡(Salary Cap)’ 제도다.
공약재정 샐러리캡은 지자체의 연간 순계예산의 20%, 즉 임기 전체(4년)를 통틀어 ‘2026년도 순계예산의 80%’ 범위 내에서만 공약 재정을 설계하도록 제한하는 장치다. 지자체의 자체 재원 확충 범위(연 4~5%, 4년간 최대 20% 미만)와 국가 이전 재원, 민간 투자 등 현실적인 조달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출한 최선의 마지노선이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돈 줄 곳은 없는데 쓰겠다는 약속만 가득한 선거판의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이제는 공약을 단순한 ‘희망 목록’이 아닌 엄격한 ‘재정 계약’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스포츠계의 임금 상한제에서 착안한 ‘공약재정 샐러리캡(Salary Cap)’ 제도다. 사진=사람과사회
2026년 예산 기준 지역별 공약재정 ‘상한선(Salary Cap)’
이 기준을 전국 17개 시도에 적용하면, 향후 단체장들이 공약으로 쓸 수 있는 재정의 총 상한선은 273조4,968억3,700만 원으로 제한돼야 한다. 각 지역별 구체적인 2026년 순계예산과 이에 따른 공약재정 샐러리캡(상한액, 단위 : 백만 원)은 아래 표와 같다.
| 지역 | 2026 순계예산 | Salary Cap (공약 상한액) |
| 서울특별시 | 52,659,621 | 42,127,697 |
| 경기도 | 66,103,829 | 52,883,063 |
| 부산광역시 | 19,512,531 | 15,610,025 |
| 경상북도 | 27,289,675 | 21,831,740 |
| 경상남도 | 25,502,761 | 20,402,209 |
| 전라남도 | 21,876,013 | 17,500,810 |
| 충청남도 | 19,937,159 | 15,949,727 |
| 전북특별자치도 | 17,538,864 | 14,031,091 |
| 인천광역시 | 16,979,273 | 13,583,418 |
| 강원도 | 16,266,590 | 13,013,272 |
| 충청북도 | 13,308,974 | 10,647,179 |
| 대구광역시 | 13,057,815 | 10,446,252 |
| 광주광역시 | 8,101,977 | 6,481,582 |
| 대전광역시 | 7,766,281 | 6,213,025 |
| 제주특별자치도 | 7,415,806 | 5,932,645 |
| 울산광역시 | 6,583,031 | 5,266,425 |
| 세종특별자치시 | 1,970,846 | 1,576,677 |
| 총계 | 341,871,046 | 273,496,837 |
앞서 살펴본 민선 8기 공약 필요 재정(약 598조 원)과 비교하면, 이 샐러리캡 제도 조성을 통해 공약의 거품을 절반 가까이 걷어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공약재정 샐러리캡 도입은 표만 얻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공약 경쟁을 억제하고, 공약의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파탄을 막고 진정한 지역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권자들부터 공약의 ‘화려함’이 아닌 ‘재정 검증 결과’를 최우선 선택 기준으로 삼는 혜안이 필요하다. 샐러리캡 등을 비롯해 지방선거가 ‘묻지마식 던지기 공약’을 퇴출하고 건전한 재정 약속을 정착시키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때다.
Leave a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