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 되돌아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장수가 모든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정의의 사도’ 코스프레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 법무검찰이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 말은 전국 어느 검찰청에나 전화를 하면 흘러나오는 검찰청의 공식 멘트로, 대국민 약속이다. 검찰청의 이 대국민 약속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총장은 취임 시에도 밝혔듯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했는가? 인권을 존중했는가?
대다수의 국민이 어느 순간부터 윤석열의 검찰을 불신하게 된 것은 조국을 수사했기 때문도 아니고, 정권 심장부를 향해 칼을 겨누었기 때문도 아니다. 조국을 잡기 위해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소모하며 수십 군데를 압수수색해 검찰의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수사하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고 정의롭지 못했으며, 국민들에게 조국 일가를 ‘가족사기단’으로 인식케 하는 등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렇게 전국을 벌집 쑤시듯 쑤셔놓고 누구나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냈는가? 그동안 밝혀진 수사결과를 보면 윤석열 총장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부끄럽고 민망하지 않은가?
나는 요즘 검찰개혁이 마치 모든 개혁의 완성인양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또 검찰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검찰이 정의롭다는 전제로 검찰권은 더 강화돼야 하고, 토착 세력, 부패·기득권 세력에 검찰보다 더 자유스럽지 못한 경찰에 그동안 검찰이 가졌던 일부 권한을 넘겨주는데 대해서도 상당히 회의적이다. 이는 내가 불의·불법 토착비리 원흉과 목숨 걸고 10여 년을 싸우며 검찰, 경찰의 행태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 되돌아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장수가 모든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들어 조직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전쟁에서 패해 조직과 국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면 그 장수는 자결은 못할지언정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내가 고소인 또는 피고소인으로 마주했던 검사들은 한 달에 2백 건 가까운 사건을 처리하느라 기록을 집에까지 갖고 가서 검토하는 검사들이 대다수였다. ‘윤석열 사단’의 지금까지 행태로 인해 무참히 짓밟혔을 법한 이 수많은 정의로운 검사들의 자부심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나는 1년 여 전 적폐 중의 적폐, 가천대학교 총장이자 경인일보 회장, 또 길재단의 실질적인 오너인 이길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고 인천지검으로 이첩된 후 형사부에서 특수부로, 특수부에서 외사부로, 외사부에서 같은 외사부의 또 다른 검사로 검사만 5명 째인데 통화할 때마다 들려오는 답변은 ‘검토하고 있다’다.
이 사건은 2014년 이길여가 법인 돈 횡령혐의로, 구속직전 우병우의 개입으로 무마된 사건이며, 이로 인해 우병우가 추가 기소된, 말하자면 범죄 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다. 나는 이 사건 담당 검사들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수사지휘부의 부당함이 개입되지 않으면 이 수사가 이렇게 늦어질 수 없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뿐이다.
윤석열 총장! 지금이라도 전국 아무 검찰청 앞에 나가 보라. 지금도 대부부분의 검찰청 앞에는 너무 억울해서 죽음을 각오하고 이 엄동설한에 현수막을 내걸고 피켓을 들고 1인 시위 혹은 집단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조국을 잡기 위해 수십 군데를 압수수색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조사하고도 제대로 된 범죄 혐의 하나 잡지 못한 윤석열 검찰이 과연 이 수많은 억울한 국민에게 당당한가, 떳떳한가, 정의로운가? 그리고 또 윤 총장은 스스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소위 ‘윤석열사단’에게는 국가라는 조직이 아닌 윤석열 개인에게 충성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요즘 며칠 검찰의 ‘초상집 추태’가 화제다. 나는 감히 말하건대 변변한 수사 결과도 내놓지 못하면서 조국을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것이야말로 다름 아닌 ‘윤석열의 추태’라고 규정한다. 보장된 임기에도 불구하고 끌려 내려와 자신을 ‘정의의 사도’로 코스프레를 할 생각은 행여 꿈도 꾸지 않기를 바란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의로운 후배 검사들에게 비겁하고 추할뿐이다.
※ 이 칼럼은 서울의소리에서도 함께 게재하는 글입니다.
영상 갈무리 : VIDEOMUG
https://www.youtube.com/watch?v=_I81_9ixK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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