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연락선 복원과 북한 의도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복원되려면?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7.27 남북 통신선 복원의 함의와 평가
문재인 정부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7월 27일 오전 11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남과 북은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하고, 개시 통화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복원은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를 10개월 정도 남겨놓고 7.27 남북정상 간 통신선의 복원에 합의한 것은 정말 기적이고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그러나 필자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복원이 될 것인지에 대해 비관도 낙관도 아닌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다”라는 표현을 대신하고자 한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들은 낙관적이고 “바람직한 사고”가 팽배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북한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면 현 시점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이 될 만한 조건이 갖춰져 있기 않기 때문이다.
7.27 남북정상 간 합의는 그 동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 개선의 청신호가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 동북아 정세는 그러한 기대를 하기엔 너무나 많은 걸림돌이 가로막고 있어 신중하게 대처 할 필요성이 제기 된다. 지난 13개월 동안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폐쇄하였는데 다시 남북정상 간 합의로 남북통신선을 복원한 것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위해 고무적이다.
그리고 남북 간 통신선의 복원 협의는 지난 4월부터 남북정상 간 친서를 통해 수차례 주고받은 결과 중단되었던 통신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알려졌다. 이번 친서교환으로 남북 간 통신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어느 선인지 알 수 없지만 남과 북이 전쟁을 방지하려는 노력의 단면을 보게 되어 대단히 기뻤다.
7.27 남북합의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청신호일까?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언론매체나 한국의 전문가 대부분이 남북 간 통신선의 복원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로 이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자도 이번 복원을 계기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2018년 3월 초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그의 북미정상회담의 뜻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당시 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7월 28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주최한 ‘2021 IFANS 국제문제회의’ 화상 기조연설에서 7.27 남북정상 합의가 남북관계를 다시 발전시키겠다는 남북 정상들의 ‘의지의 표현’이라며 북한 또한 대화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북미 관계도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그의 낙관적 견해에 대해 필자는 우려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관계 개선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보는 인식이 현실인지 아니면 희망사항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이 제안한 대화 조건을 수용하도록 미국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지 묻고 싶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사항을 일부분이라도 수용해야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 할 것으로 보여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왜냐하면,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과 남북관계의 개선은 현 시점에서 희망적인 사고(Wishful Thinking)이지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런 낙관적인 견해나 주장에 대한 팩트(facts)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통화연락선을 열었다가 문을 잠근 사실이 있기 때문에 향후 미북 간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관건이다.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북한의 의도가 뭔가?
그러면 ‘북한이 13개월 만에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복원에 합의한 의도가 무엇인가?’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필요하다. 북한이 이 시점에서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다시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의도를 분석하기 위해 필자는 북한의 내부 요인과 국제적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하려고 한다.
첫째, 북한의 내부요인부터 살펴보자. 북한은 지난 수년간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대부분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대 유행을 우려하여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였기 때문에 생활필수품 공급이 심각해졌고 식량 공급이 바닥을 쳐 인민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게 고통스럽게 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전술로 김정은 위원장의 방식인 남한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 다시 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일부분 공감한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별로 공개되지 않는 김정은 위원장의 용남통미(用南通美) 전술이다. 그러면 김 위원장의 전술을 검토해 보자.
둘째, 국제적 요인이 필자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북한의 단기적 전술로 보인다. 북한의 용남통미 전술로 남쪽을 이용하여 미국과 통하려는 전술이다. 그 동안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도 지금까지 요지부동이고 북한이 제안한 대화의 조건에 대해 무시하거나 무관심이고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북미 간 대화협상은 교착 상태이다.
북한이 6.12 북미정상회담의 성공도 남한의 ‘중개인 역할’ 혹은 ‘가교 역할’(Bridge-Building Role)로 인해 이뤄진 사실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용남통미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일단 북미 간 대화의 물꼬가 터지면 남북 관계도 진전이 있길 기대 한다.
이번에도 용남통미 전술이 성공하길 북한은 바라고 있다고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북미 관계도 개선되고 북한이 원하는 일부분이라도 대북제재 완화와 한미군사훈련 일시 중단 및 최소한 규모 실시 등을 북한이 얻게 되면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면 북미·남북 관계의 개선에 따라 대북 의료 지원이나 식량 지원이 인도적 입장에서 이뤄질 것으로 북한이 계산할 것으로 추정한다.
셋째, 북한의 의도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핵심 이슈는 8월 16일부터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만약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킬 수 없다면 북한이 안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최소 규모로 훈련을 실시하는 것을 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한반도 주변에는 미군의 공중비행연습이 한창이다. 결론만 먼저 요약하면, 필자는 8월 한미연합훈련을 일단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설사 미국이 원해도 한국 정부가 과감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의 복원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도록 강력하게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한국 정부는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복원하려면 먼저 북한이 제안한 대화 조건을 미국은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전향적 자세로 조금만 양보하면, (현 시점에서 미국이 양보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지만) 현재 교착 상태인 북미대화가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외교는 주고받는 것
한편 북한 지도부는 화해 분위기를 이용하여 군사적 도발 행위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은 지금 식량 수입 금지와 생활필수품 수입 금지 등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대북제재 일부분을 해제해 달라는 것이고, 북한의 3중고 극복을 위해 북한산 석탄과 일부 광물질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제재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연기해 달라는 것이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과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이 이런 작은 요구 조건을 대승적 차원에서 고려하여 수용해야 할 것이다. 외교는 주고받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평화 정착은 한반도 주변 관련국인 미·중·일·러 4강국의 이익이 될 것이며 이는 동북아 평화와 지구촌 평화에 초석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바이든 행정부는 말로만 한반도 평화를 부르짖지 말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위해 진지한 행동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 이 칼럼은 통일뉴스와 사람과사회™가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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