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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방한으로 본 한·프랑스 산업동맹 의미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첫눈에 보기에는 여느 정상 외교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정상 간 회담, 공동성명 발표, 협력 협정 서명 등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뒤를 따라온 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번 방문의 성격이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해되기 시작한다. 사진=청와대

In-Depth Report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경제사절단 방한으로 본 한·프랑스 산업동맹

마크롱 방한, 경제사절단 외교…한·프 산업동맹 어디까지 가나

AI·에너지·방산·바이오·양자기술 총망라 사절단
국가 전략 산업 단위까지 ‘패키지 협력’ 본격화
CEO 200명 동행 포함해 ‘기술·자본·생산’ 결합
‘완결형 산업 밸류체인 동맹 시스템’ 설계 시동
글로벌 산업 질서 함께 설계하는 전략적 동반자

프롤로그: 이것은 외교가 아니라 산업전략이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Jean-Michel Frédéric Macron) 프랑스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첫눈에 보기에는 여느 정상 외교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정상 간 회담, 공동성명 발표, 협력 협정 서명 등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뒤를 따라온 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번 방문의 성격이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해되기 시작한다.

약 200명에 달하는 최고경영자(CEO) 수준 인사, 70여 명의 핵심 경제사절단, AI·양자컴퓨팅·에너지·방산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들과 연구자들이 방한했다. 이들이 한꺼번에 비행기에 올랐다는 사실은 프랑스가 이번 방한을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 단위 산업전략의 실행 무대’로 설정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정상 외교는 정치·안보 의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두 나라 지도자가 만나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국제 정세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며, 다자 외교 무대에서의 협조를 다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마크롱식 외교는 이 틀을 벗어난다. 그는 해외 순방마다 자국의 핵심 기업과 산업 전문가들을 대동하는 ‘경제사절단형 외교’를 일관되게 실천해왔다. 이번 방한 역시 그 패턴의 연장선에 있지만, 규모와 구성의 정밀도 면에서 한층 진화한 형태를 보인다.

이번 사절단의 구성을 분석하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있다. 이 방문은 특정 프로젝트 수주나 단기 협력 계약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보면, 프랑스가 사절단을 구성해 방한한 것은 한국을 자국 산업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재설정하고 있다는 신호다. 달리 말하면, ‘프랑스가 한국을 유럽의 핵심 산업 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이번 방한의 본질이다.

“프랑스는 1886년 수교 이래 140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친구다. 오늘 정상회담으로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깊은 우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새로운 140년의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이같이 평가하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공식화했다. 사진=청와대

한–프랑스 정상회담,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

미래 산업·안보 협력 등 다방면서 ‘새 전기’
수교 140주년 맞아 한·프랑스 관계 재정립
에너지·첨단기술·문화까지 전방위 협력 확대

“프랑스는 1886년 수교 이래 140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친구다. 오늘 정상회담으로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깊은 우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새로운 140년의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이같이 평가하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공식화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개최된 것으로, 양국 관계를 기존 ‘21세기 포괄적 동반자’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방한이자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유럽 정상의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상징성이 크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최근 중동 지역 전쟁 상황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제 충격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과 공급망 리스크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양측은 중동의 조속한 안정과 평화 회복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거시경제 정책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원자력과 해상풍력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수송로의 안전 확보를 위한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국방·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은 한층 구체화됐다. 양국은 오는 9월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지역 합동훈련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을 포함해 군사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프랑스가 6·25 전쟁 당시 약 3,400명의 병력을 파병한 역사적 우방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보훈협력 양해각서(MOU)를 통해 참전용사의 공헌을 기리고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교역과 투자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15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양국 경제 규모와 산업 구조의 상호보완성을 고려할 때 추가 성장 여지가 크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에 따라 양국은 기업 간 협력과 투자를 확대해 2030년까지 연간 교역 200억 달러 달성을 공동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핵심광물 협력 의향서를 바탕으로 공급망 안정화에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보다 전략적인 협력 틀이 마련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기술, 우주, 원자력 등 미래 산업 전반에서 공동 성장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특히 한국수력원자력과 오라노 간 핵연료 전주기 협력 MOU 체결이 주목된다.

양 정상은 이번 협력이 에너지 안보 강화는 물론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와 함께 해상풍력 협력도 병행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 기반을 확대하기로 했다.

문화와 인적 교류 분야에서도 협력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 양국은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인적교류 1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설정하고, 문화기술협력협정 개정을 통해 문화 콘텐츠 및 e스포츠 등 신흥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퐁피두 한화 서울 개관을 계기로 문화 교류의 상징성을 확대하고, 종묘와 생드니 대성당 등 양국 문화유산 협력도 추진된다. 아울러 어학 보조교사 교류 확대와 워킹홀리데이 협정 개정을 통해 청년 세대 교류 기반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의 협력도 구체화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오는 6월 프랑스 에비앙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공식 초청했으며, 이 대통령은 글로벌 거시경제 불균형 해소와 국제 협력 의제에 적극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국은 또한 해양 보호를 위한 협력 로드맵을 채택하고, 2028년 한국에서 개최 예정인 유엔 해양총회 준비 과정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개발협력 업무협약을 갱신해 글로벌 개발 의제에서도 공조를 강화하고, 국제 영화·영상산업 정상회의 공동의장국 참여를 계기로 문화산업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을 공식 초청했으며, 양국은 이를 계기로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 협력을 한층 심화할 방침이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도 양 정상은 긴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국제사회 전체의 번영과 직결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한국 정부의 남북 대화 재개 노력에 대한 프랑스의 지속적인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한·프랑스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행사 차원을 넘어, 안보·경제·첨단기술·문화 전반을 포괄하는 전략적 협력 체제의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140년간 이어진 양국 간 신뢰와 우정을 기반으로, 양국이 미래 산업과 글로벌 과제 대응에서 공동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사절단을 구성해 방한한 이유와 의미, 그리고 한국과 프랑스가 추진할 수 있는 협력 의제를 분석해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한-프랑스 정상회담 결과

관계 격상과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26년 4월 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기로 했다. 양국은 지난 2004년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 수립 이후 20여 년 만에 협력 수준을 전략 단계로 끌어올리며, 정치·경제·안보 전반에서 보다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프랑스 대통령의 11년 만의 방한이자, 한국 신정부 출범 이후 첫 유럽 정상의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중동 정세 대응과 에너지·경제 공조 강화 양 정상은 최근 중동 전쟁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중동 지역의 조속한 안정 회복 필요성에 공감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시경제 정책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원자력과 해상풍력 분야 협력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수송로의 안전 확보를 위한 협력 의지도 재확인했다.

국방·안보 협력 및 역사적 연대 재확인 국방·안보 분야에서는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지역 합동훈련에 한국이 참여하는 등 군사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프랑스가 6·25 전쟁 당시 병력을 파병한 우방국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재확인하며, 참전용사의 공헌을 기리는 보훈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과거의 연대를 기반으로 미래 안보 협력까지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교역 확대와 공급망 협력 기반 구축 양국은 지난해 교역 규모가 15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점을 평가하면서도, 상호 보완적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추가 성장 여지가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교역 규모를 200억 달러로 확대하기 위한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 간 협력과 상호 투자를 적극적으로 촉진하기로 했다. 또한 핵심광물 협력 의향서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첨단 산업·에너지 분야 전략적 협력 확대 양 정상은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기술, 우주, 원자력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공동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과 오라노 간 핵연료 전주기 협력 MOU 체결을 통해 원전 산업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원자력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상풍력 협력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가기로 했다.

문화·인적 교류 확대와 미래세대 협력 양국은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인적 교류 1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문화·교육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화기술협력협정 개정을 통해 전통 문화뿐 아니라 e-스포츠 등 신흥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어학 보조교사 교류와 워킹홀리데이 제도 개선을 통해 청년 세대의 교류 기반을 넓히기로 했다. 또한 퐁피두 한화 서울 개관과 문화유산 협력을 통해 양국 문화 교류의 상징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글로벌 협력과 다자외교 연계 강화 마크롱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했으며, 양국은 글로벌 거시경제 불균형 해소와 국제 협력 강화 의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또한 해양 보호를 위한 협력 로드맵을 채택하고, 향후 유엔 해양총회 개최와 관련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개발협력 분야에서도 MOU를 갱신해 국제사회 기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반도 평화와 국제정세 공조 양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국제사회 전체의 번영과 직결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한국 정부의 남북 대화 재개 노력에 대해 프랑스가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재확인하며, 주요 지역 및 국제 현안에 대한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종합 평가: 전략적 협력의 새로운 출발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적 만남을 넘어, 양국 관계를 전략적 수준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안보, 경제, 첨단기술, 문화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양국은 향후 글로벌 도전 과제에 공동 대응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기반을 마련했다. 140년의 외교적 신뢰를 토대로, 앞으로의 협력은 더욱 미래지향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한·프랑스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행사 차원을 넘어, 안보·경제·첨단기술·문화 전반을 포괄하는 전략적 협력 체제의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140년간 이어진 양국 간 신뢰와 우정을 기반으로, 양국이 미래 산업과 글로벌 과제 대응에서 공동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사진=청와대

1장 사절단 구성, ‘국가전략산업 총집결’

이번 방한 대표단의 구성은 프랑스 경제 구조의 단면을 그대로 반영한다. 에너지, 방산, 항공우주, 금융, 바이오, AI, 양자컴퓨팅 등 미래 산업의 중심 분야가 빠짐없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이를 단순히 ‘유명 기업들이 왔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자본을 공급하는 금융기관, 정책과 규제를 설계하는 정부 관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AI·디지털 플랫폼 전문가들이 하나의 패키지로 이동한 것이다.

이는 프랑스가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에 제안하는 것이 개별 협력사업이 아니라 복잡한 산업 생태계 전체와의 통합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말하자면, ‘프랑스 산업 포트폴리오 전체’가 통째로 한국을 방문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절단은 크게 다섯 개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첫째는 에너지 및 환경 분야로, 에어리퀴드·EDF(프랑스전력공사)·토탈에너지스·베올리아 등이 포함된다. 둘째는 방산·항공우주 분야로 탈레스와 에어버스가 중심이다. 셋째는 AI·디지털 분야로, 미스트랄AI와 각종 딥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이 포진한다. 넷째는 양자컴퓨팅 분야로 콴델라와 파스칼이 대표주자다. 다섯째는 바이오·헬스케어와 금융 분야로, 사노피와 BNP파리바가 핵심 역할을 맡는다.

이 구성의 특이점은 단순히 대기업만이 아니라 첨단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그리고 정부 장관급 인사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클라라 샤파즈(Clara Chappaz)는 AI 정책과 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인물로, 이번 방한에서 단순한 기업 협력을 넘어 정부 차원의 AI 생태계 설계까지 포함된 전략적 의도를 보여준다. 롤랑 레스퀴르는 경제·산업 정책 전반을 관장하며, 기업 협력이 국가 전략으로 승격될 수 있도록 투자·규제·정책 패키지를 동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구성은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 총동원형 산업전략 실행 회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첫눈에 보기에는 여느 정상 외교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정상 간 회담, 공동성명 발표, 협력 협정 서명 등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뒤를 따라온 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번 방문의 성격이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해되기 시작한다. 사진=위키백과

2장 핵심 기업과 대표 인물들, 그들은 누구인가

이번 경제 사절단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참여 기업과 핵심 인물의 면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어리퀴드 : 수소 경제의 설계자

에어리퀴드(Air Liquide)는 산업용 가스와 수소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프랑스 대표 기업이다. 산업가스, 수소 생산·저장·유통, 그리고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특수가스 분야에서 글로벌 1위권에 위치한다.

이번 방한에서는 프랑수아 자코브(François Jackow) 대표가 동행하며 한국 측 파트너와의 협력 논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리퀴드의 방한은 한국의 수소 산업 발전 전략과 직결된다. 자코브 CEO는 2025년 12월,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과 함께 공동의장을 맡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차와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포스코는 철강 생산 공정에서 수소를 활용하는 친환경 제철 기술을 추진 중이다. 에어리퀴드의 수소 생산·저장 기술과 한국의 제조·활용 기반이 결합될 경우, 수소 생산에서 최종 소비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수소 밸류체인 구축이 가능해진다.

사노피 : 유럽 빅파마의 한국 생산 전략

사노피(Sanofi)는 백신, 면역질환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다. R&D 역량과 임상 경험, 글로벌 유통망을 바탕으로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방한에는 글로벌 CEO인 폴 허드슨(Paul Hudson) 체제 하에서 핵심 경영진이 동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노피의 전략적 관심은 한국의 바이오 생산 능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세계적인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사노피가 자사의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한국에서 생산·공급하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더 나아가 AI 기반 신약 개발 협력까지 포함될 경우, 연구·개발·생산·유통을 아우르는 통합 바이오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다.

BNP파리바 : 산업 협력의 자금 엔진

BNP파리바(BNP Paribas)는 유럽 최대 은행 중 하나다. 글로벌 투자, 인프라 금융, ESG 금융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장 로랑 보나페(Jean-Laurent Bonnafé) CEO 체제하의 이 기업은 이번 방한에서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한·프 산업 협력 프로젝트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자금 공급자 역할을 맡는다.

BNP파리바 역할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모든 산업 협력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축이다. 원전 프로젝트, 수소 인프라 구축, AI 데이터센터 투자 등 대규모 사업에는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구조화하느냐가 협력의 실현 가능성을 결정한다. 한국의 한국산업은행, KB금융그룹 등과의 공동 투자 구조가 형성될 경우, 양국 산업 협력의 금융 파이프라인이 완성된다.

콴델라 :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의 선구자

콴델라(Quandela)는 광자(Photonics) 기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프랑스 스타트업이다. 니콜로 소마스키(Niccolo Somaschi) 대표가 이끄는 이 기업은 빛 입자를 활용한 양자 정보 처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현재의 반도체 기반 컴퓨팅을 근본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기술이다.

파스칼 : 중성원자 양자컴퓨팅의 도전자

파스칼은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조르주-올리비에 레이몽(Georges-Olivier Reymond)이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다. 현재는 로익 앙리에(Loïc Henriet) 대표가 이끌고 있다. 중성원자 방식은 확장성 면에서 강점을 가지며, 실용적인 양자컴퓨터 구현에 유리한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콴델라와 파스칼 두 기업의 방한은 한국 양자 산업 생태계와의 연결을 모색하는 것이다. 한국은 양자 기술 분야에서 기초과학 역량은 있으나 상용화 경험이 부족하다. 프랑스의 원천 기술과 한국의 산업화 능력이 결합될 경우, 양국은 글로벌 양자 경쟁에서 새로운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미스트랄AI : 유럽형 AI의 기수

미스트랄AI는 2023년 아르튀르 멩슈 (Arthur Mensch), 기욤 랑플 (Guillaume Lample), 티모테 라크루아 (Timothée Lacroix) 세 명이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프랑스 AI 기업이다.

오픈소스 철학과 유럽형 AI 주권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미국의 OpenAI, 구글에 대항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업의 방한은 단순한 기술 협력이 아니라 미국·중국 중심의 AI 질서에 대응하는 ‘제3의 AI 동맹’ 구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이번 방한에서 가장 전략적 비중이 높은 분야는 AI와 디지털 산업이다. 이 분야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AI 패권 구도에 새로운 균열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사진=청와대

3장 AI·디지털 주권 : ‘두뇌’와 ‘인프라’의 전략적 결합

이번 방한에서 가장 전략적 비중이 높은 분야는 AI와 디지털 산업이다. 이 분야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AI 패권 구도에 새로운 균열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프랑스의 AI 전략은 ‘유럽형 AI 주권’ 확보를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중국 국영 AI 기관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는 미스트랄 AI와 같은 자국 AI 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동시에, 유럽 내 AI 규제 프레임워크 설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AI 주권 확보에는 알고리즘과 모델 설계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성능 AI 연산을 처리할 반도체,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데이터센터, 그리고 이를 실제 서비스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모두에서 한국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역량은 AI 연산의 핵심 부품을 공급할 수 있으며, 네이버의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로바 X 플랫폼은 AI 서비스 운영의 기반이 된다. 카카오 역시 AI 기반 서비스 개발에서 축적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 구조를 정리하면, 프랑스는 AI 알고리즘과 모델 설계라는 ‘두뇌’를 제공하고, 한국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플랫폼이라는 ‘몸체’를 제공한다. 이 결합이 실현될 경우 양국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AI 생태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AI 윤리 기준과 규제 체계까지 공동 설계한다면, 이는 글로벌 AI 질서 형성 과정에서 양국이 공동 목소리를 내는 ‘디지털 주권 동맹’으로 확장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AI법(AI Act)을 통해 AI 규제의 국제 표준 설정을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이 이 프레임워크 설계 과정에 참여한다면 향후 글로벌 AI 규범 형성에서 더 큰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

AI 협력의 또 다른 차원은 클라우드와 사이버보안이다. 프랑스 기업들은 유럽형 클라우드 주권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의 KT·LG유플러스·SKT 등 통신 기업들의 클라우드 인프라와 결합할 경우 새로운 협력 영역이 열린다.

에너지 분야는 이번 방한에서 AI와 함께 가장 실질적인 협력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다. 특히 원자력과 수소는 양국이 전략적으로 공통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사진=청와대

4장 에너지 전환 : 원자력과 수소를 축으로 한 공급망 재편

에너지 분야는 이번 방한에서 AI와 함께 가장 실질적인 협력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다. 특히 원자력과 수소는 양국이 전략적으로 공통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원자력 : 글로벌 원전 시장 공동 진출

프랑스는 전통적인 원전 강국이다. 프랑스전력공사(EDF, Électricité de France)는 세계적인 원전 운영·기술 기업으로, 프랑스 전력 생산의 70% 이상을 원전에서 충당한다. 반면 한국은 한국전력공사와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원전 건설과 기자재 생산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 나라가 각자 보유한 강점은 서로 보완적이다. 프랑스는 원전 설계와 운영 경험, 오랜 안전 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다. 한국은 표준화된 설계와 빠른 건설 속도, 가격 경쟁력에서 강점을 보인다.

이 보완 관계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공동 진출이라는 새로운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중동, 동유럽, 동남아시아에서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양국이 컨소시엄 방식으로 원전 수출에 나선다면, 개별 국가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분야에서의 협력도 주목된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비용과 기간이 줄어들고, 다양한 지역에 유연하게 설치할 수 있는 차세대 원전 기술이다. EDF와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기술 개발에서 협력한다면, 글로벌 SMR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

수소 : 생산에서 소비까지 완결형 생태계 구축

수소 분야에서는 에어리퀴드가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에어리퀴드는 수소 생산, 저장, 운송, 공급 전 과정에 걸친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두산의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소 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협력의 핵심은 ‘생산과 소비의 매칭’이다. 에어리퀴드가 효율적인 수소 생산과 저장 기술을 제공하고, 한국 기업들이 이를 실제 제품과 산업 공정에 활용하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수소 경제의 핵심 과제인 경제성 확보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더 나아가, 양국이 협력해 제3국에 수소 생산 인프라를 공동 구축하고, 이를 한국과 유럽으로 수입하는 글로벌 수소 공급망 구축도 검토될 수 있다. 이는 수소 경제 규모 확장(Scale-up)을 위한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방산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복잡하다. 양국은 그동안 제3국 방산 수출 시장에서 경쟁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안보 환경의 변화와 글로벌 방산 시장의 재편 속에서, 이번 방한은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진=청와대

5장 방산·항공우주 : ‘경쟁 관계’에서 ‘전략적 연대’

방산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복잡하다. 양국은 그동안 제3국 방산 수출 시장에서 경쟁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안보 환경의 변화와 글로벌 방산 시장의 재편 속에서, 이번 방한은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탈레스 : 전자·레이더·사이버의 강자

탈레스(Thales Group)는 방산 전자, 레이더시스템,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군용 통신, 전자전 시스템, 감시 및 정찰 장비 등에서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 무기 시스템, 방산 전자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탈레스와 한화의 협력은 상호보완적 구조를 갖는다. 탈레스의 첨단 전자·레이더 기술과 한화의 생산 역량 및 가격 경쟁력이 결합될 경우, 양사는 제3국 시장에서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에어버스 : 군용·민항을 아우르는 항공의 거인

에어버스(Airbus)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중 하나로, 민항기와 군용기, 헬리콥터, 우주 분야를 망라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한국형 전투기(KF-21), 수리온 헬기 등을 개발하며 독자적인 항공기 개발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에어버스와 KAI의 협력은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항공기 공동 개발과 글로벌 수출 전략 연계로 확장될 수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양사의 협력은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우주 산업 : 새로운 협력 프런티어

방산·항공우주 협력의 또 다른 축은 우주산업이다. 프랑스는 유럽우주국(ESA, European Space Agency)의 핵심 회원국으로, 아리안 로켓과 갈릴레오 항법 시스템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은 독자 발사체인 누리호 성공 이후 우주 산업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양국 우주 협력은 위성 기술, 발사체 개발, 우주탐사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유럽과 한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우주 프로젝트는 미국·중국 중심의 우주경쟁 구도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방산과 항공우주 협력 핵심은 단순한 기술 이전이나 공동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동수출연합’ 모델이다. 양국이 각자 보유한 기술력과 외교 네트워크, 자금 조달 능력을 결합해 제3국 시장에 함께 진출한다면,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도전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는 이번 방한에서 장기적으로 가장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협력 영역으로 주목된다. 사진=청와대

6장 바이오·헬스케어 : ‘연구는 프랑스, 생산은 한국’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는 이번 방한에서 장기적으로 가장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협력 영역으로 주목된다.

사노피 : 유럽 빅파마의 한국 전략

사노피(Sanofi)는 세계 5위권의 글로벌 제약사다. 백신과 면역질환,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알레르기·아토피 치료제인 듀피젠트(Dupixent)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사노피의 R&D 역량을 상징한다.

사노피의 한국 전략은 명확하다. 신약 개발 역량은 프랑스 본사가 유지하되, 생산은 한국의 바이오 제조 허브를 활용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셀트리온은 항체 의약품 개발과 생산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협력 구조의 핵심은 ‘연구는 프랑스, 생산은 한국’이라는 분업모델이다. 이 모델이 체계화될 경우, 한국은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AI와 바이오의 융합

바이오 협력의 또 다른 차원은 AI와의 융합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 후보 물질 발굴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임상시험 설계를 최적화할 수 있다.

프랑스의 AI 역량과 한국의 바이오 데이터, 그리고 삼성·카카오 등의 AI 플랫폼이 결합된다면, AI 기반 신약 개발에서 글로벌 선두 그룹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헬스케어 등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진단 및 치료 보조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사노피의 임상데이터와 연구 노하우가 결합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AI 기반 의료 솔루션이 탄생할 수 있다.

이번 방한에서 가장 미래 지향적인 협력 분야는 양자컴퓨팅이다. 콴델라와 파스칼이라는 두 개의 프랑스 양자컴퓨팅 스타트업이 동행한 것은 이 분야에서의 협력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신호다. 사진=청와대

7장 양자컴퓨팅 : 다음 기술 패권의 씨앗

이번 방한에서 가장 미래 지향적인 협력 분야는 양자컴퓨팅이다. 콴델라와 파스칼이라는 두 개의 프랑스 양자컴퓨팅 스타트업이 동행한 것은 이 분야에서의 협력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신호다.

양자컴퓨팅은 현재의 반도체 기반 컴퓨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이다. 특정 분야에서는 현재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빠른 연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 개발, 재료 설계, 금융 모델링, 암호 해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갖고 있다.

콴델라가 개발하는 광자 기반 양자컴퓨터는 실온에서 작동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으며, 파스칼의 중성원자 방식은 확장성 면에서 유리하다. 두 접근법 모두 아직 대규모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기술 성숙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양자 기술 분야에서 기초과학 역량은 갖추고 있으나, 상용화 경험과 기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아직 발전 초기 단계다. 프랑스의 원천 기술과 한국의 산업화 능력, 반도체 제조 역량이 결합된다면, 양국은 글로벌 양자 경쟁에서 새로운 위치를 확보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자컴퓨팅 핵심 부품 생산에 참여한다면,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동시에 가속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주요 연구기관과 프랑스 양자 기업이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인력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장기적인 기술 역량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BNP파리바는 이번 방한에서 바로 그 역할을 담당한다. 유럽 최대 은행 중 하나인 파리바는 인프라 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 ESG 금융 분야에서 광범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원전 건설, 수소 인프라, AI 데이터센터, 방산 프로젝트 등 이번 방한에서 논의되는 협력사업들은 모두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규모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사진=청와대

8장 금융 : 산업동맹의 보이지 않는 축

산업협력의 이면에는 항상 금융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 협력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자금 조달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실을 맺기 어렵다.

BNP파리바는 이번 방한에서 바로 그 역할을 담당한다. 유럽 최대 은행 중 하나인 파리바는 인프라 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 ESG 금융 분야에서 광범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원전 건설, 수소 인프라, AI 데이터센터, 방산 프로젝트 등 이번 방한에서 논의되는 협력사업들은 모두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규모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조달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협력의 실현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파리바가 한국의 한국산업은행,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등과 공동투자 구조를 형성한다면, 산업협력이 계획 단계를 넘어 실행 단계로 이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금융협력의 또 다른 측면은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을 위한 자금 지원이다. 파리바의 유럽 내 네트워크와 금융 자원은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인수합병(M&A), 합작투자(JV), 그린필드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출하는 데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방한의 실질적 의미는 프랑스 기업과 한국 기업이 어떻게 매칭되고, 이를 통해 어떤 시너지가 형성되느냐에 달려 있다. 각 분야 매칭 구조와 실행 시나리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까. 사진=청와대

9장 한국 기업과의 매칭 구조 : 산업 동맹의 실행 단위

이번 방한의 실질적 의미는 프랑스 기업과 한국 기업이 어떻게 매칭되고, 이를 통해 어떤 시너지가 형성되느냐에 달려 있다. 각 분야 매칭 구조와 실행 시나리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까.

AI·디지털 미스트랄AI와 네이버·카카오의 협력이 핵심이다. AI 모델 개발과 플랫폼 운영 경험을 결합하면 유럽-아시아를 아우르는 AI 서비스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최적화 분야에서 프랑스 AI 기업들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에너지·수소 에어리퀴드와 현대자동차·포스코의 연결이 주목된다. 수소 생산·저장기술(에어리퀴드)과 수소차·수소환원제철 기술(현대차·포스코)의 결합은 완결형 수소 가치사슬을 만들 수 있다. EDF와 한전·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협력은 글로벌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의 기반이 된다.

방산·항공우주 탈레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어버스와 KAI의 협력이 중심이다. 전자·레이더 기술과 생산 역량의 결합은 제3국 방산 수출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바이오 사노피와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의 분업 구조가 핵심이다. 신약 개발(프랑스)과 대규모 생산(한국)의 결합은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양자컴퓨팅 콴델라·파스칼과 한국의 주요 연구기관·반도체 기업 간 공동 연구 및 산업화 협력이 예상된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과 프랑스의 양자 원천기술이 결합되면 글로벌 양자 경쟁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매칭 구조를 종합하면 하나의 ‘3층 구조’가 드러난다. 1층은 기술(프랑스 기업), 2층은 생산(한국 기업), 3층은 금융(BNP파리바 & 한국 금융기관)이다. 이 세 층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기술개발에서 생산, 투자,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완결형 산업 밸류체인 동맹 시스템’이 완성된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한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틀은 ‘외교’가 아니라 ‘산업전략’이다. 기업·정부·금융이 동시에 움직이며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이번 방문은 전통적인 정상 외교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사진=청와대

에필로그: 산업 동맹으로 진화하는 한·프 관계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한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틀은 ‘외교’가 아니라 ‘산업전략’이다. 기업·정부·금융이 동시에 움직이며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이번 방문은 전통적인 정상 외교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프랑스가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에 제안하는 것은 특정 프로젝트에서의 협력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봐야 한다. 양국이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약점을 보완하며 함께 글로벌 경쟁에 나서는 ‘산업동맹’이라는 점이다.

프랑스는 기술 연구, 원천 기술 개발, 규범 설계, 외교 네트워크, 금융 자본에서 강점을 갖는다. 한국은 반도체, 바이오 생산, 배터리, 조선, 철강 등 제조 역량과 빠른 산업화 속도에서 강점을 갖는다. 이 두 나라의 강점이 결합되면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산업 질서에 새로운 대안이 형성될 수 있다.

물론 이번 방한에서 논의된 협력이 모두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 간 이해관계, 기술 격차, 규제 환경, 지정학적 변수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그러나 이번 방문이 양국 산업 협력의 방향과 규모,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프 관계는 오랫동안 문화·외교·무역의 수준에서 유지돼왔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그 관계가 AI, 에너지, 방산, 바이오, 양자기술을 아우르는 산업동맹의 수준으로 격상된다면, 양국은 단순한 협력 파트너를 넘어 ‘글로벌 산업 질서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번 방문의 최종 의미는 ‘기업-정부-금융이 결합된 한·프 완결형 산업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시작’이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이 프로젝트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그 여정을 지켜볼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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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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