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평] 국제 성 정치공학으로서의 성매매특별법
"2001년 한국은 이 보고서에서 인신매매 퇴치를 위해 납득할만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3등급 국가군으로 분류됐지만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함께 1등급을 부여받는다. 한편 같은 해 보고서에서 (성이 비교적 자유로운) 일본은 제 2등급 국가들 중에서도 낮은 단계인 ‘감시를 요하는 국가’로 기록된다. 쿠바나 베네수엘라, 북한과 같이 미운털이 박힌 국가들은 당연히 최하등급이었다."
[한국인권뉴스] 성거래와 인권 04
※ 사람과사회는 성거래와 인권에 대한 내용을 담은 최덕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기자의 글을 5회로 나눠 게재합니다.
[인권단평] 국제 성 정치공학으로서의 성매매특별법
최덕효 / 한국인권뉴스 대표 겸 기자
한국인권뉴스 2015.08.31
‘성매매특별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제정 배경에는 주로 미 공화당이 선호하는 이른바 기독교 순결십자군운동(the Purity Crusade) 버전으로 알려진 미국의 2000년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Trafficking Victims Protection Act of 2000: TVPA)이 존재한다.
2001년부터 대통령 재임을 시작한 조지 부시는 2001년 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년)과 이라크 전쟁(2003년)을 강행하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에 모든 매춘을 인신매매로 간주한 금지주의 정책을 권하기 시작했다. 이는 무리한 중동전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불편한 이미지를 ‘금욕과 순결’에 기반한 기독교적 도덕주의로 상쇄시켜 보겠다는 성정치 아젠다였던 셈이다.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국 정부는 자발적인 매춘(sex work)과 강제적인 성 인신매매를 일체 구분하지 않은 채 단일한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개념으로 묶은 이 제안을 덥석 받아 즉각 법제도화에 나섰다. 그리고 여기에는 국내적으로 이른바 민주인사들의 인력 충원이 절실했던 당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정치공학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그리하여 기존의 윤락행위방지법에 피해자 개념을 강조한 매춘 금지주의(Prohibitionism) 정책인 「성매매 특별법」을 전격 추진했고 마침내 여야 만장일치로 2004년 국회에서 통과시키게 된다. 그간의 권위주의 정권과 차별화된 참여정부의 도덕적 이미지를 자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틈새시장은 자연스레 주류 여성계의 거점이 된 것이다.
한국과 달리 브라질은 매우 돋보이는 주체적 외교로 대응했다. 2005년 룰라 정권은 거액의 에이즈 보조금(4800만달러: 약 480억원)을 미끼로 한 부시의 ‘성매매 반대 서약’ 정책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브라질은 그 이유를 “우리는 에이즈를 신학적이거나 근본주의적인 방식으로 다루지 않는다”며 “현재 성적 순결보다 콘돔 사용을 중요시하는 에이즈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미국을 조소했다.
「인신매매에 대한 미 국무부 연례보고서」의 정치적 영향력도 대단했다. 그동안 미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이 연례보고서가 공정하지 못한 ‘순위 매기기’라는 혐의를 받아 왔다. 즉,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경향이 있어 만약 미국의 대외 정책에 소극적이거나 ‘반미’로 인식된 국가에게는 미국의 제재가 순위로 가려진다는 얘기였다.
예컨대 2001년 한국은 이 보고서에서 인신매매 퇴치를 위해 납득할만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3등급 국가군으로 분류됐지만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함께 1등급을 부여받는다. 한편 같은 해 보고서에서 (성이 비교적 자유로운) 일본은 제 2등급 국가들 중에서도 낮은 단계인 ‘감시를 요하는 국가’로 기록된다. 쿠바나 베네수엘라, 북한과 같이 미운털이 박힌 국가들은 당연히 최하등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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