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승 등이 말한 ‘과학적’ 국어학은 경성제국대학(京城帝國大學)에서 이희승과 이숭녕을 중심으로 서울대로 전달된 국어 연구 경향을 말한다. 유럽의 역사비교언어학, 소쉬르 언어학을 경성제대의 일본인 교수들이 소개한 것이 그 내용이다. 그들은 국어학계의 주류인데, 패권을 쥐고 고대 한국어가 하나임을 부정하고, 최만리를 옹호하면서 일본식 한자 혼용, 말다듬기(국어순화) 반대,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주장했다. 일본을 본떠 국립국어연구원을 만들었고, 주시경과 조선어학회와 대결하면서 한자말 투성이의 『국어대사전』을 조작했다. 그들은 주시경을 따르는 사람들은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빠져 있기 때문에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과학적’이라고 주장할 뿐이어서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적인 주장이다. 과학과 이데올로기의 이분법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 조선 왕조를 지배한 극단적 한문 숭상과 모화사상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눈을 뜨지 못했다. (결국 한글과 한국어를 역사적으로 볼 때) 이희승의 ‘과학적’ 국어학이 경성제대에서 서울대로 이어지면서 ‘제국주의 유산’이 되었다. 사실상 모화사상에 억눌려 있던 한글문화도 계속 억눌리게 되었다. 억압 때문에 억눌려 있던, 숨어 있던 모화사상이 근대 이후 서울대를 매개로 성장한 것이다. 중화사상도 일종의 문화적 제국주의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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