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作家·作品’을 응원합니다 006
Art & Society
사람과사회™
2019 겨울 제3권 제4호 통권 제12호
ISSN 2635-876X 94
기획
예술과사회 좋은 作家·作品™ 006
‘좋은 作家™, 좋은 作品™’을 응원합니다
‘프로필’보다 ‘작품’이 더 중요합니다!
‘좋은 作家™, 좋은 作品™’에 관심을!
권순옥 | 문정규 | 윤시현 | 이근희 | 이재강 | 임평예 | 최경수 | 추영호 | 황혜진
“프로필을 보고 작품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허위 학력, 돈만 주면 상 받아 인정을 받는 시대도 지났습니다. 전시를 하려면 일 년 내내 작업만 해야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문화와 예술은 동남아권에서도 하위에 들어갑니다. 프로필과 학력 위주로 작품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전시 공모도 학력, 프로필, 빼고 작품만 보고 선택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국제예술계는 모방이 있어도 안 되고 작품성으로만 선택합니다. 대중의 의식을 바꾸는 일은 작가도, 언론도 모두 해야 할 일이겠죠?” |
스탕달증후군과 98:2
스탕달증후군(Stendhal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 용어는 유명한 장편소설 『적(赤)과 흑(黑)』(Le Rouge et le Noir, 1830)을 쓴 ‘스탕달(Stendhal)과 관련이 있습니다. 스탕달은 프랑스 소설가 마리앙리 벨(Marie-Henri Beyle)의 필명(筆名)인데, 스탕달증후군은 스탕달이 쓴 『나폴리와 피렌체: 밀라노에서 레기오까지의 여행』(Naples and Florence: A Journey from Milan to Reggio)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스탕달증후군은 그림, 음악, 사진 등 예술 작품을 보고 평소와 다른 증상을 겪는 것을 말합니다. 심장이 빨리 뛰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어지럼이 생기기도 하고 심한 경우 환각 증상도 나타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같은 증상이나 경험을 이르는 말이 스탕달증후군입니다. 스탕달증후군은 1979년 이탈리아 정신의학자인 그라지엘라 마게리니(Graziella Magherini)가 이런 현상을 경험한 100여 건 이상의 여행객 사례를 조사하면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사람과사회™는 스탕달증후군을 보며 예술가를 생각했습니다. ‘98:2’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98:2’의 비율, 여기서 98%는 평생 동안 전시회를 한 번도 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예술가 비율이라고 합니다. 사람과사회™는 ‘좋은 作家™, 좋은 作品™’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작가와 작품을 찾기로 했습니다. 스탕달증후군을 겪지 못하더라도 ‘좋은 作家™, 좋은 作品™’을 만날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과사회™는 ‘좋은 作家™, 좋은 作品™’을 위한 ‘마당 넓은 집’이 되고자 합니다. 작가와 작품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좋은 作家™, 좋은 作品™’에게 관심을!
‘좋은 作家™, 좋은 作品™’에게 많은 관심을 부탁합니다. 모든 작가와 작품이 모두 위대할 수는 없지만, 위대한 작가와 작품은 언제 어디서든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자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사람과사회™가 ‘좋은 作家™, 좋은 作品™’에서 소개하는 작가와 작품(가나다 순)은 전시 여부, 연령, 성별, 국적 등을 따지지 않고 진행합니다. ‘좋은 作家™, 좋은 作品™’에는 작가와 작품을 알 수 있는 작가 프로필, 작품 설명, 작가 노트, 평론 등이 있습니다. 사정에 따라 작가 프로필 등 간단한 내용만 담은 경우도 있습니다.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이 있다면 작가가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가능한 방법을 찾아 후원할 수 있습니다. 작품 구입을 비롯해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작가를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것도 환영합니다.
‘좋은 作家™, 좋은 作品™’은 사람과사회™ 홈페이지와 계간지에 게재(가나다순)합니다. 계간지의 경우 지면(紙面)이 충분하지 않아 정해진 지면에 맞춰 작가와 작품을 접수한 순서대로 게재합니다. ‘좋은 作家™, 좋은 作品™’에 대한 문의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편지(thepeopleciety@gmail.com), 전화(02-6449-0707),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과사회™ thepeopleciety@gmail.com
예술과사회 좋은 作家™, 좋은 作品™ 권순옥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게 된 사람을 ‘지는 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새로운 삶에 뛰어들게 된 도화선’이었다. 오랜 교직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곧 10년이 된다. 욕심을 갖고 시작했다면 지금과 같은 작업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남들이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작업실에서 온전히 쏟는 시간이 감사하다. 밑그림도 없이 미친 듯 붓을 움직이다 보면, 잠시 ‘나’를 잊는 몰두의 시간이 참 좋다. 백두산 천지, 장백폭포, 두만강에 앉아 그림을 그리던 기억은 지금도 꿈만 같다. 화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며, 자연과의 교감이다.”
권순옥 작가는 ‘지는 해’를 ‘새로운 삶’으로 바꿨다. 황지수 기자는 권순옥 작가와 작품을 본 후 “좋다”며 “그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본 첫 느낌은 그저 ‘좋다’였다”고 말했다.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만족스러운 작가 본인의 삶은 그의 작품에서 고스란히 묻어있다는 게 느낌이자 이유다.
“다른 형제자매들보다 유난히 어머니가 가꾸신 화단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남들의 눈에는 그저 작고 보잘 것 없는 풀들을 좋아했고, 작은 꽃들의 생김새와 오묘하게 조화된 색을 볼 때마다 놀라곤 했지요. 산이나 주변의 곤충이나 벌레들도 신기하게 여겨 관찰하기를 좋아했습니다.”
황 기자는 권순옥 작가의 말을 바탕으로 그를 ‘말괄량이’라고 표현하며 권순옥 작가가 어린 아이였을 때 어린 아이가 갖기 어려운 ‘특별한 감정’이 있었고, 그 감정은 ‘자연을 향한 깊은 애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을 닮은 작가가 자연을 담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는 것이다. 작가 노트에는 권순옥 작가가 갖고 있는 자연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업실엔 온통 꿈 이야기가 눈을 뜨고 꾸는 꿈도, 수면 중의 꿈도 아직 진행형이다. 변덕은 왜 이리 심한지 먹이 좋아 화선지에 빠졌다가 이제는 또 화려한 색이 곱다. 사랑스럽다. 잘 그린 그림보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작업 속의 공작은 상처받고 지쳤던 나의 자화상이다. 나를 보듬고 치유하여 훨훨 꿈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가보지 않은 미래를 꿈꾸며, 현실에선 불가능한 꿈을 꾼다. 천마를 타고 하늘을 날기도 하고 수영을 못하는 내가 깊은 바다 속을 유영한다. 소설 제목처럼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이다.”
권순옥 작가는 “사람은 누구나 상처받은 내 안의 어린아이를 하나씩 안고 산다”며 배고픔이 상처였던 어린 시절을 가진 사람은 성인이 되어 아무리 잘 먹어도 여전히 배고프기 때문에 내 안의 어린 아이를 치유해야 배고픔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는 ‘공작’ 시리즈를 통해 내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옹이 졌던 상처엔 새 살이 돋는다”고 말한다.
권순옥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교육대학원 졸업했다. 36년 6개월 중등학교 미술교사로 근무하다 명예퇴직 후 ‘교사’가 아닌 ‘작가’로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개인초대전 4회, 아트 페어 부스 개인전 4회를 비롯해 연길, 베이찡, 홍콩, 부산, 경주, 웅플뢰르, 마이애미, 루앙, 코엑스, 예술의전당 등에서 12회의 전시를 진행했다. 이 외에 회토전, 파전, 사랑의이야기전, 현대사생회전, 아트체인지그룹전, 카프전, 권작가전, 여류작가전, 강북미협전, 한국미협전 등 120여 회의 그룹전에도 참여했다. 교직원사생대회 교육감상, 동방연서회 문인화 부문 문화공보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예술과사회 좋은 作家™, 좋은 作品™ 문정규
문정규 작가는 ‘아방가르드(Avantgarde) 예술가’로 유명한 2세대 행위예술가다. 화가뿐만 아니라 퍼포먼스(행위예술) 작가, 아방가르드(전위예술) 예술가, 설치 작가 등의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대표적 작품은 ‘넘나듦, 소망’ 시리즈다.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특징은 ‘액자 틀’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문정규 작가는 액자 틀의 역사적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1) 미술사에서 그림과 액자와 틀과의 관계는 숙주(宿主)와 기생(寄生)의 개념과 같이 신체와 의상과의 관계와 흡사하다는 점, (2) 액자 틀의 몇 가지 의미 중 특별히 분명한 한 가지는 주변 공간으로부터 작품을 분리함으로써 그림의 권위를 획득한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미술사(美術史)를 통해 인식하고 있는 액자라는 관념을 폐기한 것이다. 액자 틀을 넣음으로써 절단한 것 같은 캔버스는 절편(切片) 회화를 제시하고, 작가가 제시한 캔버스 나머지 부분은 감상자가 상상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몫으로 남겨둔다.
내용적인 면에서 꽃과 나비를 넣은 것은 행복 추구의 소망을 전달하는 장치를 메신저로 활용한다. 꽃은 친근한 소재이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상이다. 작품을 감상하며 감정을 이입할 때 자신을 꽃에 비유하기 쉽고 감상자의 눈과 정신을 맑게 하는 ‘긍정적인 값’(가치)이 있다. 꽃이 액자를 넘어가고 나비와 만나는 것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파기해야 하고 또 전령을 맞이해야 하기 위함이다. 나비는 꽃에게 끊임없이 행복을 전달해주는 전령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문정규 작가는 “결과적으로 ‘넘나듦, 소망, 안과 밖, 절편회화’의 작품 세계는 총체적으로 관계의 미학이고 또한 기존 관념의 경계로부터 다시 새로운 관계의 관념을 창안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사명에 다가가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김재권 조형예술학(미술이론) 박사는 ‘사고(思考) 방법으로서의 예술행위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문정규를 ‘전방위 예술가’, ‘학제(學際)적인 예술가’로 명명(命名)한 바 있다. 그러면서 “회화, 입체, 설치, 퍼포먼스 등 장르와 장르 사이, 매체와 매체 사이의 벽을 허물고 작업을 함으로써 이른바 ‘예술의 원룸’에서 살고 있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평면 작업은 사고(思考) 방법의 예술 행위인 대상을 통한 공간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입체나 설치 작업은 사고가 매체를 통해 프로세스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의 퍼포먼스는 사고가 직접적인 소통(커뮤니케이션)으로 연결된다.
김재권 박사는 “문정규의 회화 작업은 리얼리티를 가장(假裝)한 환상(illusion)을 공간에 적용해 환상(illusion)과 실제(reality)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허물고 그 자리에 ‘예술=환상=실제’라는 등식이 성립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문정규는 ‘까드르’(Cadre, 뼈의 줄기, 골간, 骨幹)라는 틀(액자) 대신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액자를 재현해놓고 액자 밖에 있는 벽지와 명제표까지 실제인 것처럼 제시한 상태에서 액자 안 캔버스에 그린 대상(여자, 꽃, 나비, 깃털, 곤충 등)이 액자 밖으로 연결함으로써 액자의 안과 밖의 구분이 없도록 한다.
그래서 전시장에 작품이 걸렸을 때 안과 밖의 이미지들에 의한 반응(feed back) 현상은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일어나 작품 자체의 틀 밖에 있는 전시 공간까지도 작품으로 수용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그 결과 그림의 규격(공간) 자체를 벗어나 전시 공간까지 통합(integration)하는 환경 개념을 갖고 있는 작품으로 확대와 발전을 이루게 된다. 김재권 박사는 이를 “문정규 회화가 갖고 있는 ‘대상 확장을 통한 공간 확장’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문정규
1984년부터 2020년까지 대전, 안동, 부산, 서울, 동경, 파리, 로스엔젤레스, 뉴델리 등에서 41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열었다. 단체전은 남한·북한·중국대표작가전(단동미술관, 중국) 외에 국내외의 초대·기획·그룹전 등 880여 회에 참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아시아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위원장 등 심사위원(장)으로 참여(30회)했으며, 대륙의메아리전, 아시아미술대전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운영위원으로 활동(42회)했다. 명신대학교 한국미술과(서울교육관) 교수를 지냈다. 아시아예술문화 대상(2019). 이동훈미술상 특별상(2010), 환경미술제 환경부장관상(1997). 문화체육부장관상(1995)을 수상했다.
예술과사회 좋은 作家™, 좋은 作品™ 윤시현
윤시현 작가는 “그림 속 인물은 얼굴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나타낸다”며 “나는 인간의 존재가 희미해지는 현대사회에서 본연의 가치가 무엇인지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작품 주제를 ‘내적 공간’(Inner Space)으로 표현한다.
윤시현 작가는 “인간은 목적을 위한 수단 취급을 받고 자아(自我) 없이 기계처럼 살아간다”며 “사회 구성원인 개인의 존재와 개성은 희미해지고, 개인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실체는 지워지고 오직 색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가 “색을 사용해 개인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싶었다”며 “공간을 본다는 것은 시간의 지층(地層)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시현 작가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자아상실과 불안의 연결성을 발견함으로써 ‘나만의 고민’이 아닌 ‘현대인의 공통 고민’이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작가도 혼란과 자아의 모습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으며, 심리적 불안과 억압된 모습을 어떻게 표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작가는 불안한 자아를 대변할 수 있는 매개체로 ‘얼굴’을 소재로 선택해 여러 입자로 이뤄진 흐릿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작업에서 가장 중점적인 요소는 ‘표면 입자’다. 이에 대해 작가는 “울퉁불퉁한 입자는 인간의 본질이고, 내적공간으로 들어가는 최소 단위”라고 설명한다. 까칠까칠한 표면은 불안정한 심리는 물론 인간군상의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공간 안의 상실된 자아는 얼굴로 나타나고 그 위에 작은 입자가 존재한다.
윤 작가는 “인물 외에는 아무것도 묘사하지 않음으로서 삶의 무게가 승화되고 녹아져서 초연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그들의 초연한 얼굴을 통해 ‘자신 들여다보기’에서 ‘승화된 초연함’으로 이어지고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고 말한다.
안재영 국립광주교대 교수(예술철학 박사, 방글라데시 비엔날레 커미셔너)는 윤시현 작가 작품을 ‘터치로 실현한 자아 탐색’이라며 “자아 탐색은 또 다른 나비효과로 물결친다‘고 설명한다. 안 교수는 자연이 변화하듯이 시간성을 두고 작업한 것처럼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담고 있는 연상을 뿜어내고 있고, 이는 작가가 지금까지의 걸어온 긴 여정의 길과 앞으로 가게 될 길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재영 교수는 “윤시현 작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이렇게 ‘회화적 자율성’으로 전환시켰다”며 “사물은 본연의 가치와 의미가 있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재창조하지 않고도 그 사물은 본연의 의미보다 더 많은 본질의 개연성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작가의 예술철학적인 정신세계를 통해 새로운 표현 양식을 나타내려 했다”고 평가한다.
윤시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회화) 졸업했다. 개인전은 △당진 안스갤러리 초대개인전(2020) △영종 스카이리조트 초대개인전(2019) △한옥마을카페 파티오 초대개인전(2016) △중산힐스청소년수련원 초대개인전(2016) △리안나갤러리 개인전(2010)을 진행했다. 아트페어는 △서울아트쇼(2019) △Edinburgh Art Fair(2019) △BANK ART FAIR SINGAPORE(2019) △Seoul Collector Art Festival(SCAF) 제7회 롯데호텔아트페어(2019) △부산국제아트페어 부스전(2016) △부산국제아트페어 부스전(2015) △서울모던아트쇼(2011) 등에 참여했다. 50여 차례 국내외 단체전에 참가했다.
예술과사회 좋은 作家™, 좋은 作品™ 이근희
이근희 작가는 따뜻한 감성을 품은 ‘구상’(具象) 작가다. ‘추상과 형상의 어울림’을 구상 작품의 특성 중 하나라고 본다면, 구상은 ‘영적’(spiritual) 세계를 형상화하는 데 있어 탁월한 예술로 손꼽을 수 있다. 이는 또 ‘철학적 사유를 닮고 담는 공간’으로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특성과 공간의 자리에 이근희 작가와 그의 구상 작품은 잘 어울린다.
미학자인 김원숙 박사는 ‘천 가지 색, 화이트’라는 평론에서 이근희 작가를 설명하면서 인간이 어두운 동굴 벽에 자신의 흔적을 그림으로 남겼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그림, 즉 회화는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된 기술이며, 그것은 빛과 색의 세계라고 설명했다.
김원숙 박사 설명과 작가와 진행한 간단한 인터뷰에 따르면, 이근희 작가는 목원대와 동국대에서 수학하고, 젊은 시절 비구상 작가로서 주목받으며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이후 작업은 지속하지 못했고, 자신의 작품마저 손수 불태우며 붓을 꺾었던 참담한 시기를 보냈다. 병 때문에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지만, 병든 몸으로 다시 붓을 잡고 작업에 매달리며 참담한 육체적 시련을 극복한다.
김원숙 박사는 이근희 작가의 작업 방식은 다층적이라고 분석한다. 캔버스에 한지와 양지를 덧붙이고, 유성과 수성을 자유롭게 사용해 여러 혼합 재료를 중첩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천 가지 색, 화이트’ 시리즈는 고통에 찬 영혼이 부르짖는 일종의 고백으로 설명한다.
“이근희의 작품에는 신의 형상이나 종교적 상징은 없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자신보다 더 큰 존재에 속하려는 통상적인 갈망, 삶의 근원과 죽음의 본질을 알고 싶은 욕망, 우주에 작용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가해한 힘에 대한 수용을 담고 있다. 자신과 주변 세상의 연관에 대해 쉼 없이 숙고하며, 설명할 수 없어 보이는 경험에 대해 검토한다는 측면에서 다분히 ‘영적’(spiritual)이다. 그의 화이트는 불안한 생존을 뛰어넘어 비로소 붙들게 되는 평정함이다. 이근희 작가가 구현한 색채는 재현적 형상을 초월한 침묵의 이미지와 근원적 감정을 건드린다.”
김원숙 박사가 이근희 작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천 가지 색’과 ‘화이트’를 묶어 정한 글 제목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탁월한 의미를 갖는다. 이근희 작품은 ‘작품의 공간’을 색채로 모두 채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화의 여백을 닮았다. 그리고 이 여백의 미(美)는 색채에서도 나타난다. 화이트, 즉 흰색은 어느 색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이다. 화이트는 곧 ‘천 개의 색’인 셈이다.
김원숙 박사가 “세상의 모든 색은 빛의 고통이지만 고통은 그저 고통이 아니다”며 “세상에 어느 하나 사연 없는 것이 없듯이 작가는 고통의 바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사랑의 의미를 건져내어 질감이 충만한 화이트로 응축해 작가가 고통 끝에 얻은 깨달음이고, 어둠을 품어 깨친 빛”이라고 설명한다.
김원숙 박사는 또 ‘소색(素色)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소(素)는 동양에서 명주나 무명에 있는 색이며, ‘희다’는 의미 이외에 본래 ‘바탕, 정성(精誠), 평소(平素), 처음,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함, 질박함, 넓음, 옮음, 부질없음’ 등 자연주의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근희 작품을 ‘추상과 형상의 어울림’과 ‘철학적 사유를 닮고 담는 공간’이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이근희
1958년 대전 출생. 목원대학 미술교육과,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미술 교사로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남대전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한국미술협회, 구상작가회 회원이며, 충남미술대전 대전광역시미술대전 초대작가다. LA Modern Art Gallery(미국), 대전백화점 아트홀(대전), 덕원갤러리(서울), 현대화랑(대전), 전람회와그림(당진), 명화갤러리(대전)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충청남도미술대전, 대전광역시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중앙미술대전, 구상전, 교사미술전람회, 학동인전, 동락전, 전국12개시도미술대전수상작가전(미술회관)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 국내외에서 개최한 단체·초대전에 참여했다.
예술과사회 좋은 作家™, 좋은 作品™ 이재강
이재강 작가는 대전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정년퇴임을 3년 앞두고 취미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60세가 넘어 시작했지만 3년 만에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국전’과 ‘공모전’에 참여해 연속으로 ‘입선’ 성적을 거두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재강 작가는 1977년 서울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음대를 졸업한 후에는 언어학에 관심을 갖고 서울대 언어학과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에는 서울대와 한양대에서 언어학 박사와 일문학 석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해 주목을 받았다.
이재강 작가는 75세에 그림을 시작한 모제스(Anna Mary Robertson Moses, 1860~1961)를 좋아한다. 모제스는 미국에서 ‘국민화가’이자 ‘그랜마 모지스’(Grandma Moses)라고 부르는 포크아티스트다. 포크아트(Folk Art)는 민속예술, 전통예술을 말하는데, 주로 대중 또는 서민이 이용하는 소박한 생활미술을 말하는 용어로 쓴다.
성악가, 언어학자, 일문학 교수였던 이재강 작가는 65세인 ‘MY Story’(나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2019년 2월 13일(수)부터 19일(화)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진행한 개인전은 자신의 삶을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으로 내면을 담은 작품이다.
이재강 작가 작품을 보고 느끼는 첫인상은 ‘구상’과 ‘풍경’의 어울림이다. 모제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미국의 풍경과 정서를 그림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림을 매개로 서로 공감하고 동감할 수 있는 공통점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강 작가 작품은 꽃, 식물, 나무, 산 등 부분을 이루는 소재를 넣어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형태로 볼 수 있는데, 낱낱의 소재는 얼핏 보면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보는 구도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나 장면이 들어 있다. 부분이 전체를 이루고 소재는 익숙한 것이어서 그림을 보면서 친근하거나 익숙함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이재강 작가는 “대개 작가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일정한 주제 및 소재를 정해서 작업을 하지만 내가 아직도 방향을 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작업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며 “이번에 소개하는 내 작품들은 제목은 달라도 모두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을 읽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캔버스에 나타나고 있는 자연들은 외관상의 자연을 빌려온 것일 뿐, 그것들의 형상 속에는 풀어내지 못한 제 자신이 들어있다. 붓은 다소곳한 모습으로, 또는 삐딱한 각도로, 뒤틀어지며, 반항하며, 몽글몽글한 형상들을 만들어낸다. 붓질 속에 숨어있는 예기치 못한 형상들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점과 선이 춤을 춘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결국은 작업 중에 찾아온 귀한 형상들이다.”
이재강 작가는 ‘작업에 대한 욕심’ 때문에 ‘방향을 잡지 않은 상태’라며 “오늘도 내 작업실 한편을 서성이며 하루를 보낸다”고 말한다. 작가가 밝힌 두 가지 조건은 작가가 형상을 찾고, 그 형상을 바탕으로 붓이 춤을 추면서 구상과 풍경을 오가며 새로운 작품의 탄생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재강
대전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60세가 넘은 후 그림을 시작했다. 개인전은 대전국제아트쇼(대전무역전시관, 대전, 2018.10.25~29), 갤러리이즈(서울, 2019.02.13~19), 갤러리A(서울, 2019.7.10~16)에서 개최했다. 2016년 12월 작은그림전(서울여류화가협회)을 시작으로 삼단아트마인박물관(CAM현대미술관), 서울여류화가협회 정기회원전, 한중국제예술교류전, 서울아트쇼, 조형아트서울2019, 경남국제아트페어,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한일창작교류전2019 등 30회가 넘는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2016, 2018, 비구상), 전국공모경기미술대전(2016, 2018, 서양화), 구상전공모대전(2016, 2017, 2018, 2019, 서양화), 한국교직원미술대전(2017, 2018, 2019, 서양화) 등 공모전에 참여해 좋은 평가(입선)를 받았다. 최근 드림갤러리 초대로 화랑미술제(코엑스, 2020)에 참가했다,
예술과사회 좋은 作家™, 좋은 作品™ 임평예
임평예 작가 작품을 보면 전통 한지를 작게 찢어 작은 조각으로 만든 후 조각을 캔버스에 붙이고 물감으로 캠퍼스와 한지조각에 색을 입혀 완성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작품은 구상이나 추상처럼 보이고, 또 어떤 작품은 그림에 등장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림 속 주인공은 나무, 꽃, 달, 자전거 타는 사람 등 다양하다. 특히 나무와 숲을 담은 작품은 자연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임평예 작가는 작품과 작업에 대해 “유년기의 기억을 회상하고 그때에 대하던 사물이나 공간을 하나의 시적 대상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그때의 일상적인 풍경들과 사물들, 인물들을 회상하며 쌓여 있는 의식적 기억들을 호출해 그 기억들과 만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가가 밝힌 설명에 맞춰 생각하면 작품이 품고 있는 것은 ‘일상과 풍경이 만나는 공간’이고 ‘일상과 풍경을 기억하는 공간’이다. 이는 만남과 기억의 공간이다. 여기에 시간적 차원인 ‘유년기’가 등장한다. 유년기의 일상과 풍경을 기억과 추억을 동원해 만남의 장으로 끌어오는 것, 이것이 작가의 작품이고 작가의 작업이다.
유년기라는 ‘과거의 시간’은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볼 때 수십 년 과거다. 현재의 나는 오랜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오직 기억과 추억, 그리고 몇 장으로 남은 사진으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유년기는 부정보다는 긍정을 간직한 시간이자 공간이다.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이고 기억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서랍 깊이 넣어둔 유년기를 캠퍼스 위로 불러내서 그리운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임평예 작가는 “작품 속 모든 풍경들은 나에게 ‘그리움’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며 “기억은 인간의 의지나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오랫동안 먼지 속에서 잠자고 있는 것들이 어떠한 여건이 형성되면 소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산업화함에 따라 사람들은 현재의 각박한 삶속에서 작은 기억들을 놓치며 살아간다”면서 “그러다 낡은 사진들을 보며 과거의 기억들과 만나게 되는데, 이는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그리움과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창섭 선생은 ‘잠재된 기억 속의 풍경’이라는 글에서 임평예 작가 이야기를 하면서 “시장 통 모퉁이 화실에서 갈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의 화폭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순결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썼다. 또 “작가의 작업에서 보이는 형태들은 보이는 사물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해체해 재구성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창섭 선생은 임평예 작품이 변화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는 “많은 것을 담는다고 해서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버리고 비울수록 깊어진다는 작업에 대한 새로운 태도는 이 작가의 작업을 관심 있게 주시해볼 이유”라고 말한다.
김창섭 선생은 “나무는 자연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잎과 꽃을 피우며 절정의 녹음을 보이다가 화려한 가을 색으로 변신한 후 그것까지 스스로 벗어버림으로서 완결성을 보인다”며 ”그 완결성 속에서 순수함의 결정체가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유년을 보낸 시간과 공간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년기가 갖고 있는, 그리고 유년기를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에는 공통적인 ‘그 어떤 똑같은 것’을 갖고 있다.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이지만, 작가와 작품과 관객이 갖는 시선과 감정에는 시공을 넘는 공감과 동감이 있다. 그 자리에 임평예와 그의 작품이 있는 것이다.
임평예
복사골갤러리(부천, 2019), 우츠노미아문화회관(2전시실, 일본, 2018), 서울숲커뮤니티쎈터(서울, 2017), 아뜨리에갤러리(안양, 2015) 등 2001년부터 1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인천국제아트페어, 신라호텔 아트페어, 예술의전당 구상아트페어, 싱가폴 아트페어, 서울아트 등 국내외 아트페어와 단체 및 그룹 전시에 200여 회에 참가했다. 한국미술협회, 환경미술협회, 한국미술인회, 경인미술대전(초대작가) 회원이다.
예술과사회 좋은 作家™, 좋은 作品™ 최경수
최경수 작가는 ‘항소재’(恒素齋)에서 작업하는 화가다. 항소재는 작업 공간인 셈인데, 경북 김천시 감문면 송북1길 394-8에 있다. 최 작가는 e편지 주소도 항소재를 넣어 ‘hangsojae@hanmail.net’를 쓴다. 항소재 풍경은 ‘항상 소박한 집’이라는 뜻을 잘 품고 있다.
“나는 천천히, 아주 느린 속도로 내면을 향해 깊이 들어가는 길 위에 서 있으며, 그 길 위에 서서 외로이 버티며, 보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 스스로의 내면에 숨겨진 어떤 ‘항소재(恒素齋) 1004번지’를 찾아보라고……. 적막한 산속에 홀로 앉아있는 흙집, 이곳에서 하늘을 보고 세상의 갖은 마음을 담은 그림을 그린다.”
최 작가의 말이다. ‘산속, 홀로, 흙집’으로 표현한 항소재 풍경에서 읽을 수 있듯이 하늘을 보며 세상에 있는 갖가지 마음을 그림에 담는 것, 이는 작가의 삶과 작업과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바탕이자 실마리라 할 수 있다.
“그 옛날 민초들의 밥그릇도 되고, 술 주발도 되었다가, 이빨이 빠지면 개 밥그릇으로 쓰기도 했던, 인간의 밥과 물을 담았던 그 막사발을 그린다. 곧 하늘을 그린다. 그곳에는 염원이 담긴다. 내가 그린 막사발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담겨 있다. 새벽에 일어나 맑은 정한수를 한 그릇 떠놓고 자식들의 건강을 하늘에 빌던 어머니의 마음. 그 순결하고 성스러운 마음을 담기 위해 광활한 캔버스 위에 순백으로 염원을 새긴다.”
수필가 윤혜영 선생은 최경수 작가의 막사발에 대해 ‘작가는 먹으로 막사발을 주로 그린다’며 작업하는 예술의 기조는 ‘염원’과 ‘하늘소리’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찻사발인 ‘이도다완’(井戶茶碗)을 설명의 도구로 끌어온다.
윤 선생은 “이도다완은 서민들의 밥그릇이고 술 주발이었던 막사발이었다”며 “아무렇게나 흙으로 빚어 서민들의 생활의 주가 되었기에 화려하지도 않고 섬세한 기교도 없는 그저 대충 빚어 툭 던져놓은 것 같은 막사발이지만, 막사발에서 도공의 지문이 묻어날 것 같은 ‘인생’과 ‘평생’을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윤 선생은 작품을 설명하는 과정에 ‘골든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을 인용한다. 바흐가 작곡한 주제곡과 30개의 변주곡으로 만든 하프시코드(Harpsichord, Cembalo, 16~18세기 건반악기) 곡이다. 변주곡이 어떤 주제를 바탕으로 리듬이나 선율에 변화를 주어 만든 악곡이듯이 최 작가는 막사발에서 얻은 느낌을 바꿔 작품을 만든다. ‘막사발 변주곡’이라고 표현하면 무척 자연스럽다.
최 작가가 한 말 중에는 막사발과 변주곡이 만나 작품으로 태어나는 일련의 과정이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손꼽을 수 있는 말이 있다. 바로 “사람에게 지치면 사람 대신 자연을 만나면 되고, 구름과 바람과 하늘에게 물어보면 된다”는 말이다.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이 표현이 들어 있는 문장을 함께 나눈다.
“작품의 화두, 인생의 화두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는 수없이 자신을 단련시키고 파괴하고, 추슬렀을 것이다. 무한한 예술의 여정 길에 유한한 인생을 가진 인간이라는 존재. 그 미약함을 극복하고 깨우침이 있는 작품 한 점을 낳기 위해 작가는 평생을 수련과 싸워야 한다. 진리에 가닿기 위한 기나긴 투쟁. 그 혼이 스며들어 작품은 비로소 작가만의 독창적인 아우라를 낳게 된다. 사람에게 지치면 사람 대신 자연을 만나면 된다. 구름과 바람과 하늘에게 물어보면 된다.”
최경수
1966년 1월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경북 김천에서 살고 있다. 경북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석사 졸업 및 박사 수료)에서 공부했다. 40회의 개인전과 청년작가상, 한국수채화공모전, 목우회공모전, 대구시미술대전 등 40개가 넘는 공모전에서 입상했으며, 500여 회의 그룹 및 기획·초대전에 참여했다. 현재 경북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이상회(화가 및 조각가 모임) 회원이며, 일본국제화가전, 국제예술교류협회,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다.
예술과사회 좋은 作家™, 좋은 作品™ 추영호
추영호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끈질기게,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집’에 집중해 왔다. 작가는 유년 시절 자신의 고향 마을이 도시화로 인해 집들이 지리멸렬하게 하나 둘씩 소멸되어 가는 모습을 어린 눈으로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라만 봐야 했다. 그렇게 작가의 기억의 창고에 쌓인 집에 대한 잔상은 어린 시절의 슬프면서도 역동적인 노스탤지어가 돼 작가의 집에 대한 집요한 변주 작업의 단초가 됐다.
집에 대한 집요한 변주곡은 변화를 거듭하면서, 사진의 순간 포착 기능을 통해 선택한 하나의 프레임만으로는 작가가 생각하는 유년 시절 고향의 집들과 풍경들을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단순히 집에 대한 형태적인 사실적 기록에 그치는 사진보다는, 집에 대한 작가의 여러 가지 해석과 해체적 의미가 담길 수 있는 수(手)작업을 통해 작품이 나오기를 작가는 간절히 바랬다.
그 결과 사진의 기록적이고 사실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미술의 재료와 방법론을 함께 수용해서 작가만의 독특한 폴리시가 있는 『도시의 생활 시리즈』를 확립하기에 이르렀다. 2009년부터 시작한 작가의 ‘린(鱗) 시리즈’(도시의 생활 시리즈)는 가능한 여러 종류의 가옥이나 건물을 찾아다니며 촬영했고, 이것들을 아주 작은 크기로 수백 개, 많게는 수천 개씩 프린트한 후 집의 생긴 모양대로 하나씩 오려내었다.
이 과정을 거쳐 집에 대한 수많은 이미지 파편을 미술 재료인 캔버스 위에 이어 붙여가는 반복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수(手)작업을 수년간 계속해왔다. 이를 작가는 ‘콜라주’(Collage)와 작가의 성(Surname)인 ‘추’(Chuu)를 합쳐서 ‘콜라츄’(Collachuu)라 명명하기도 했다.
『도시의 생활 시리즈』 단초였던 집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2017년이 되면서 ‘인공위성’이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만나면서 ‘공간에 대한 창의적인 진화’로 이어졌다. 그동안 지극히 개인적이고 한정적인 공간인 집에 집중했던 작가의 시각을 넓어졌다. 마치 우주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서 공간 너머의 맥락적인 모습까지도 위트 있게 창조했다.
이 같은 작업은 다양한 시점의 공간을 작가만의 독특한 시각과 폴리시로 진화한 도시의 생활 시리즈인 『도시의 표정 그 너머』가 탄생했다. 이는 그 동안 사진과 미술의 방법론적 이종교배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왔던 추영호 작가의 또 다른 실험적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도시의 생활 시리즈』 콜라주 연작이다. 공간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 인공위성을 통해 ‘전지전능’의 시각으로 전환돼 어떻게 위트 있게 창조 변주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신성균 홍익대학교 겸임교수(사진미학)는 ‘작가 추영호의 신작 ‘린(鱗)’의 형식과 그 의미‘에서 “연작 린(鱗), 2015)은 과거 환기미술관 등 전시회를 통해 소개했던 그의 전작 시리즈와 비교할 때 우선 그 형식에서 큰 변화가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는 주제물인 가옥을 촬영하여 사진을 캔버스에 접착한 후, 유화로 배경 등을 더하여 마무리함으로써 사진과 그림의 접목에서 작가적 형식의 확립을 찾고자 했다면, 이번 작품은 캔버스 평면, 그리고 사진 프레임에서 일탈한 것처럼 보이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추영호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메타디자인(사진)을 전공했다. 일상展(쌈지스페이스, 서울, 2001), 홀림展(런던 사치 갤러리 온라인 공모전, 런던, 2008), 도시의 표정 그 너머(4LOG 갤러리 서울, 2017) 등 국내외에서 12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일본 오사카, 중국 베이징 등 국내외 단체전에 20여 회 참여했으며 홍콩, 상하이를 비롯해 여러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참가했다. 한국현대미술가협회(KAMA), 버질아메리가미술협회, 서울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이며, 이글파운데이션파인아트클럽 한국지부장, 국제예술교류협회 전시위원장이다.
예술과사회 좋은 作家™, 좋은 作品™ 황혜진
황혜진 작가는 서정(抒情)과 서정시(抒情詩)를 닮았다. 『숲의 여정』 시리즈는 ‘숲’이라는 익숙한 풍경에 달, 사슴, 별, 꽃, 나무, 폭포, 피아노 등을 담고 있다. 몽환(夢幻)과 동화(童話)를 촘촘하게 담은 것 같다. 작가는 작품과 작업에 대해 ‘감동’과 ‘자연회귀본능’으로 설명한다.
“스쳐지나갈 수 있는 소소한 자연에 감사하며 그에 따른 감동을 작업으로 담아낸다”며 “바쁘게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오는 갈등, 정체성의 혼란으로 부유(浮遊)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연으로의 회기를 염원하게 된다. 이렇듯 나의 작업 ‘숲의 여정’은 자연이 주는 따뜻한 포용력과 긍정적이고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작가는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인 나무, 꽃, 사슴 등은 자기만의 미적 감각으로 재해석했고 자연의 리얼함과 복잡함을 덜어내고 일부를 변형해 새로운 조형으로 만들었다. 현실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몽환적인 색채를 통해 현실과 이상의 중간 어디쯤에 존재하는 ‘꿈의 공간’을 의도했다.
작가는 꿈의 공간은 ‘도피처’라기보다 우리가 아름다움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휴식 같은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업이 복잡한 이론 체계로 포장한 작품보다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길 원하며 앞으로도 숲에 대한 나의 감성 기록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서영옥 미술학 박사는 황혜진 작가가 찾은 자연과 작품에 있는 자연 공간을 돌아가야 할 곳이자 스승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그러면서 “화가들에게 캔버스는 의식과 정서의 표출 공간”이라며 “작가 황혜진에게도 그렇다”고 설명한다.
“황혜진의 화면은 자연의 범주 안에 있다. 그는 감성에 주목한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거르고 자연을 재해석해서 기록하는 작업 방식이 꾸준하다. 황혜진에게 자연은 감성 기록의 근원지이자 모방처다. 감성의 기록은 자연과 작가 간에 경계 허물기를 하고 새로운 조형을 일구는데 일조한다. 상호 어우러짐이 마치 미풍처럼 잔잔하고 부드러우며 여성스럽다.”
황혜진이 자연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은 서영옥 박사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지 않는 황혜진은 자연을 해체하고 재조립한다”는 설명처럼 ‘황혜정의 자연’에는 자연이 갖고 있는 현실적이고 복잡한 풍경은 ‘단순’과 ‘생략’을 거쳐 변형하고 해체한 후 작품으로 나타난다. ‘자기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지난 후에는 따뜻하고 잔잔한 서정으로 자리를 잡는다.
서영옥 박사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1712~1778)의 말과 ‘전원에 널린 눈부신 모든 것이 나를 눈멀게 만들었다’고 고갱, 그리고 노자(老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언급하며 서양이 극복의 대상으로 삼은 자연을 동양은 공존해야 할 조화의 본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서영옥 박사는 “황혜진 작가가 자연 속에 인간이 거하고 인간 속에 자연이 숨 쉬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견지한다”고 평가했다. 공감하는 평가다. 그렇기 때문에 황혜진 작가가 작품에 담아 만든 ‘자연 공간’은 자아를 찾고 회복하는 것, 그리고 자연에서 얻은 내면의 감성을 서정시처럼 담아냄으로써 ‘감동’과 ‘자연회귀본능’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공간’인 셈이다.
황혜진
계명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및 초대전 7회, 부스 개인전 5회를 개최했다. KASF(세텍, 2013), 사포로(2015), 대구아트페어(2016), SCAF(롯데호텔, 2017), 히즈아트페어(2018), 서울국제아트쇼(라메르갤러리, 2016, 2017), 첸나이체임버비엔날레(인도, 2015), 뉴욕첼시전(2017), 숲·향기2인전(문일갤러리, 2018) 등 여러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해외 전시회는 일본, 중국, 베트남, 네팔, 인도, 뉴욕 등에서 진행한 바 있으며, 이 외에 단체전(81회), 공모전 수상(6회) 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 마포미술협회, 열작가회 회원이며 문화센터에서 강의하고 있다.
Leave a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