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프로세스 복원이 ‘최우선’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복원 선택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정책”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복원이 먼저 돼야
곽태환 前 통일연구원장·사람과사회™ 상임고문
-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노동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남측이) 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며 남측의 태도에 따라 남북 관계가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전작권 환수’ 혹은 ‘한반도 평화정책 실현’을 선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두 가지를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 한 가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현실적으로 전작권 환수보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구축일 것이다.
2021년 첫 번째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내달 3월 8일 시작해 9일 동안 축소된 규모로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나 일정 등은 국방부가 침묵하고 있어 알 수 없지만, 이번 한미 연합훈련도 1부, 2부로 나뉘어 시행하는데 1부에서는 한미 연합군의 전투준비 태세 점검에 치중하고, 그간 해왔던 반격 성격의 2부 훈련은 과거처럼 공세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을 ‘시뮬레이션’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 일부분을 수용한 듯하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먼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증원 미군 참가 없이 작년 8월 훈련 수준으로 최소한 연합지휘소훈련(CPX)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최소한 연합훈련이 북한의 대남 적대적 군사 행위의 빌미가 안 되길 바란다. 오히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길 기대해본다.
2021년 춘계 훈련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의 2단계 조건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평가 기회로 삼으려는 한국 국방부의 계획이 무산되었다. 애초 국방부는 1부 방어, 2부 반격으로 나눠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하고 전작권을 행사할 미래 연합군 사령부의 FOC를 검증·평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 측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대규모 해외 증원 미군이 국내로 들어오기 어렵다고 밝혀 연합훈련 규모와 기간을 축소하자는 입장이었다. 결국 한미는 연합훈련 기간을 16일에서 9일로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실제 병력이 동원되는 야외 실제기동훈련(FTX)은 취소하게 되어 전작권 전환의 2단계 FOC 검증·평가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노동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남측이) 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며 남측의 태도에 따라 남북 관계가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번 3월 한미연합훈련 축소 결정으로 김 총비서의 요구를 한미 양측이 최소한 수용한 것으로 북한이 판단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 노력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협력하길 기대한다. 그러므로 먼저 북한 당국은 문 대통령이 신년사(2021)에서 제안한 9.19남북군사합의서(제1조 1항)에 따라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개최를 즉각 수용하길 촉구한다.
최근 통일부와 외교부에서 “남북 관계를 고려해 한미연합훈련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금년도 전작권 전환의 2단계와 3단계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점과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위해 연합훈련을 최소한 축소하자는 것일 것이다. 만약 금년 안에 미국의 3단계 조건을 충족하고 검증을 완료해도 후속 협상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생각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전작권 전환을 위한 3월 한미연합훈련 간 이해가 상충되어 양립이 불가하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9.19남북군사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김 총비서의 요구대로 오는 3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공약한 임기 내 전작권 전환 2단계 FOC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3월 한미 연합훈련을 계획대로 마치고, 하반기 8월에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평가를 받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년 FOC에 이어 FMC까지 진행돼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한 요건을 충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하는 연합훈련을 구상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 기동 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한미연합지휘소(CPX) 훈련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올해도 실제 기동훈련실시 없이 연합훈련을 시행한다면 미국이 FOC 검증 평가를 허용할지 불투명하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위해서는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에서 벗어나지 못한 북한지도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요청 등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정책 결정이라고 필자는 평가하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이후 일관성 있게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17년 7월 6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그의 한반도평화정책(Peace Doctrine)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의 평화정책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공동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 지난 4년 동안 그의 한반도 평화정책의 실현을 위한 노력과 헌신은 크게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외 제약 요인으로 한반도 평화정책의 실현이 지연되고 있어 아쉽다. 향후 15개월 동안 그의 임기 내에 한반도 평화정책 실현을 위한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한다면 결과적으로 실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먼저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에 대해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자세로 조율해야 한다. 특히 한반도의 지경학적 입지를 고려하여 미·중 전략적 경쟁시대에 반중 NATO형 안보협력체구상(트럼프 전 행정부 구상)에 참여하라고 압박을 한다면 문 정부는 지속적으로 ‘균형외교’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김정은 총비서의 조건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주권국가로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지혜롭고 담대하게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당사자로서 로드맵을 준비해 적극적으로 미국과 정책을 조율할 것을 촉구한다.
향후 한미연합훈련이 작전계획 5015를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참가와 전략적 자산을 동원한 대대적인 규모로 실시된다면 북한의 적대적 군사행동으로 인해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이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분명히 한미 당국에 대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대북 적대적 정책 철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북한은 싱가포르 1차북미정상회담(2018.6.12) 이후 자제해온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만일 ‘군사적 도발’ 행위를 재개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의 망령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우선순위로 추구해온 항구적인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치명적이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의 필요성에 따라 연합훈련이 최소 규모로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진행한다면 북한이 군사적으로 낮은 단계 위협으로 간주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전작권 환수’ 혹은 ‘한반도 평화정책 실현’을 선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두 가지를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 한 가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현실적으로 전작권 환수보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구축일 것이다. 그리고 전작권 환수는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임기 중에 전작권 환수는 물 건너간 것이다. 먼저 한반도에서 핵 없는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프로세스가 복원되어 한반도에 따스한 봄이 다시 오길 기대해본다.
※ 이 칼럼은 통일뉴스와 사람과사회™가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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