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모금] 석창포
석연경
반가사유상이 있는 선원에서
동안거에 들어
참선하는 초록 칼날
은산철벽이다
스스로의 마음에
날을 세울 뿐
회색 돌에 기대어
굵은 뿌리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차오른 활구
불타는 화두
칼날을 갈고 갈아
세워 드는
빛나는 푸른 납승
맑은 물에서
치솟아
험준한 설산과
검은 암벽을
단칼에 깨부숴 버린다
바라밀다라
맑은 물에 발 담그고
회색 돌에 잔뿌리 내린다
칼날은 이제 아무 것도
베지 않는다
마음이 없는 초록 수좌
부드러운 향기로 무성하니
길쭉한 연황금 꽃대 솟는다
석연경
경남 밀양 출생. 2013년 『시와 문화』에서 시, 2015년 『시와 세계』에서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가 있다.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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