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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경, 시와 정원 담은 ‘순천정원문화’ 발간

석연경 시인이 순천 정원문화를 소개하는 『시와 함께 하는 순천정원문화』(순천문화원)를 발간했다.

석연경, 『시와 함께 하는 순천정원문화』 발간

석연경 시인이 순천 정원문화를 소개하는 『시와 함께 하는 순천정원문화』(순천문화원)를 발간했다.

순천은 자연이 빚어준 정원인 순천만습지가 있다. 순천만습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가치가 높다.

 

따뜻하다는 말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말

봄날 아지랑이처럼

누워서 피워올리는 수줍음

 

몸을 말리는 것은 잠시

젖어 있는 생의 매운맛이

와온 따뜻한 물 안이기에

따뜻하다는 말에 잠기는

작은 칠게의 단단함이여

와온 노을에 갯벌이 젖어들 때

언덕배기 생강도 따듯해져

부드러운 매운맛으로 익어간다

-석연경, 「와온에서」 전문

 

새를 부르는 건

곡식 낱알만이 아니라고 해요

먹을 것을 주고 싶어

애타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해요

찬 겨울

둥지를 내주고 싶어 하는 마음

어미가 새끼를 품어주듯

나그네에게 아랫목을 내어주듯

 

따스함이 철새를 부른다고 해요

황금 씨앗의 벌판 가득

쉬고 있는 따뜻해진 철새여

-석연경, 「온기」 전문

 

오랜 역사 속에서 사찰정원과 정자정원 등 정원의 역사적 전통이 있는 곳이 순천이다. 자연과 전통 전각이 잘 어우러진 선암사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한국 3대 사찰 중 하나인 송광사도 역사 생태적으로 중요한 사찰숲과 수목이 있어 주요 전통 정원으로 의미가 깊다. 낙안읍성의 노거수 또한 읍성 정원의 운치를 더하고 있다.

2013순천만국가정원박람회 개최 후 대한민국 국가정원 1호로 순천만국가정원이 선정됐다. 특히 2023순천만국가정원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정원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여기는 지구의 동문

해가 떠오르는 동쪽

 

지표를 뚫고 솟아난

뜨겁고 웅대한 용암

 

세계로 나아갈

석산이 문을 연다

 

동문을 열고 들어가면

펼쳐지는 정원의 세계

 

나무와 꽃들이 마음껏

자신의 존재를 펼쳐내는 곳

나비와 새들이

정원을 날아다니며

자유를 누리는 곳

 

오대양의 씨앗이

꽃을 피우는 곳

세계를 꽃 피우는

생명의 입구

여기는 지구동문

-석연경, 「지구동문」 전문

 

세상 옷 입지 않고

발가벗은 나와 너는

나무 위에 집을 짓고

풀피리 불며 춤춘다

-석연경, 「원시의 숲」 중에서

 

여기는 비밀의 우주

블랙홀과 별똥별의 정원

나선형의 우주를 돌고 돌아

지유 낙하는 씨앗들

 

여기는 비밀의 공중정원

공중에서 지구 위로

고원에서 사막으로

해변에서 산맥으로

 

여기는 비밀의 숲

활엽수 빽빽한 열대우림에서

상고대 뒤덮인 침엽수 빙하정원으로

눈꽃정원에는 북극곰과 펭귄이

눈을 맞으며 웅크린다

 

여기는 시크릿가든

바람벽정원을 지나

유리벽정원으로

지하 햇빛정원에서

우주의 씨앗이 움 틔우고

-석연경, 「시크릿가든」 전문

 

내 영혼의 깊숙한 황무지에

그대 지중해의 출렁임으로 스미어

숨 가쁜 향기로 나를 이끄네

 

그대에게 가는 동안

꿈결인 듯 취하는 건

그대 애틋한 눈길이

간절한 기도로 촘촘히 꽃 피워

나를 부르기 때문

 

보랏빛 황홀경에 드는 건

그대 싸하고 기품 있는 향으로

아무 꿈도 꾸지 않은 채

내 품에 안기기 때문

 

순결한 그대와 영원 속에 깃든 건

순간순간 향기로 스몄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기 때문

-석연경, 「라벤더」 전문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끝난 현시점에서 순천 정원문화 전반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앞으로 순천정원문화를 전통과 더불어 어떻게 보존하고 향유할 수 있는지 방향을 설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시와 함께 하는 순천정원문화』 주요 목차는 순천 개관, 순천만습지, 사찰정원, 성곽정원, 정자정원, 순천만국가정원, 오천그린광장과 경관정원, 민간정원, 마을정원, 도시정원, 숲정원, 학교정원, 정원 도시 순천의 성과와 미래 등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00페이지가 넘는다. 각 정원마다 풍부한 사진 자료와 산문과 시가 어우러져 순천정원문화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석연경 시인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이다.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탕탕』이 있고 순천사찰 시사진집 『둥근 거울』, 힐링잠언시집 『숲길』, 정원 시선집 『우주의 정원』,  시 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가 있다.

About 김종영™ (935 Articles)
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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