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權詩 이어 統一詩 쓰고 싶다”
탈북 시인 이가연, 첫 詩集 ‘밥이 그리운 저녁’ 출간…‘詩 쓰는 詩人’이 꿈, 12일 출판기념회
북한 황해남도 해주 출신인 이가연(27세, 2015년 7월 ‘이윤서’로 개명) 시인이 처음으로 시집 ‘밥이 그리운 저녁’을 도서출판 마을에서 출간했다.
李 시인은 북한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지금은 한때 그 지옥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며 지금의 모습을 버티게 해주는 게 시(詩)라고 말한다.
시집 제목 ‘밥이 그리운 저녁’은 북한에서 겪은 고통과 슬픔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래서 시집에는 북한의 인권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한국에서 찾은 자유를 담고 있다.
이 시집은 시를 묶어 ‘북한 그 나라’, ‘탈북’, ‘그리움’, ‘새 하늘’ 등 네 가지 범위로 나눠 작품을 구성했다. 그리고 끝에는 30여 쪽의 산문도 실었다.
이 산문은 탈북 과정을 자서전 형태로 풀어 쓰고 있다. 시집에 있는 작품 중 ‘탈북’ 편에 게재돼 있는 ‘살기 위해’는 시와 산문을 아우르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새벽이 있고 아침이 있다
살아남기 위해
강을 만들고 산을 만들어
너에게 왔다
네가 보고 싶어 달렸다
-이가연, ‘살기 위해’ 전문
목숨을 걸고 탈북을 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자유와 인간다움을 갖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짧은 시를 통해 드러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해 산과 강을 만들어야 하고 ‘네’가 보고 싶어서 무작정 달려야만 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춘복 시인(전 한국문인협회 회장)은 李 시인의 시집 발문에서 “시인이나 작가의 작품 속에서 드러난 언어의 의미는 언제 읽어도 핏빛이다”며 “이가연의 이 시들은 그 구성이 아주 가까운 데서 출발해 너무도 아득한 곳을 돌고 돌아 외딴 땅인 듯 찾아온 여로이기에 더욱 감동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李 시인은 ‘한 손에 눈물을 쥐고/다른 한 손에 폭탄을 붙잡았다’(‘살고 싶어’ 중에서)며 두만강을 건너던 순간을 묘사하고, ‘24년을 지옥에서 살았고/3년을 천국에서 살았다’(‘나의 나이’ 중에서)고 시를 통해 이야기한다. 또한 산문을 통해 남한을 천국이라고 표현하며, 지금은 당당한 한국 시민으로 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李 시인은 2011년 5월 19일 하나원을 수료하고 서울 동대문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하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 때문에 한때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뜻대로 되지 않았다. 또 다행인 것은 자살 시도를 계기로 깨달음을 얻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혼자서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터득하고 자기만의 삶을 위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의 나이지만 홀로 탈북해 가족이 없다는 외로움과 남한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는 까닭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 쓰는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계획과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李 시인은 2011년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 남한으로 왔다. 이후 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12년 12월 대한문예신문사를 통해 등단했다. 2013년에는 시 부문에서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국제PEN클럽탈북망명작가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통일부 통일교육강사협회 회원으로 학교 및 각종 단체 등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다.
李 시인은 아직 학생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에 재학 중이다. 내년부터는 시를 더욱 잘 쓰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1학년 과정부터 국문학(2016년 현재 외대를 그만 두고 고려대 국문학과에 새로 입학해 재학 중)을 배울 예정이다.
한편 李 시인은 또 오는 9월 12일 오후 6시에는 서울 남산에 있는 ‘문학의집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가연 시인 인터뷰
“첫 시집은 인권시지만 2시집부터는 통일시 쓰고 싶다”
이가연 시인은 지난 2013년 11월에 처음 만났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수석부의장 현경대, 민주평통) 서울지역회의 여성위원회(위원장 이영수)가 11월 18일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통일공감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한 행사에서다.
이후 인터뷰를 한 번 했었고, 전화와 SNS로 안부를 묻고 지내다 이번에 첫 시집을 출간한 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설렌다. 꿈인지 생시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북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소설보다는 시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학생들은 노래를 하기 전에 시를 낭송할 만큼 시는 인기가 많은 편이다. 시는 무언가 멋이 있고 머리가 알차 보이는 인상을 준다. 똑똑하고 지식이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이번 시집은 북한을 탈출할 때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을 담은 시집인 것 같은데, 어떤 시집인가. 또 다음 시집도 계획하고 있나.
맞다. 전체적으로 북한의 생활과 인권과 다룬 시집, ‘인권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시집부터는 조금 더 가벼운 작품을 담을 생각이다.
인권시는 좀 무겁다. 첫 시집이 인권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것만 담으면 무거움이 더 클 것 같아서 그리움이나 자유를 함께 넣었다. 무거움에 무거움을 더하면 더욱 무거워지기만 할 것이므로 주제를 바꾸고 싶다.
그래서 다음에는 ‘통일시’를 다루려고 한다. 통일에 대한 희망, 재미, 용기, 희망 등을 많이 넣고자 한다. 현재 통일시를 계속 쓰고 있다.
△출판 상황이 좋지 않은데 시집은 많이 판매가 됐나.
은평구에서 꽃가게를 하시는 박연정 선생님이 100여 권을 구입해 주셨다. 미국 캐리포니아주에 계시는 제임스(James) 선생님도 30여 권을 사주셨다. 또 경남 창녕에서 운전을 하시는 조욱진 선생님도 20권을 주문하셨다.
생각지도 못한 분들이 구입을 해주셔서 좀 놀랐다. 이 자리를 통해 이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시집은 롯데재단이 후원을 해줬다. 롯데재단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고, 수입금의 30%는 롯데재단의 후원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할 얘기는 없나.
9월 12일 오후 6시부터 서울에 있는 문학의집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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