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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설의 ‘발칙한 아부’

익명에 숨은 아부 근성의 표본...인문학 왜곡·악용하는 글쓰기의 허와 실

한국 언론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시선을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부끄러움과 왜곡과 불법을 너무 쉽게 버린다. 그래서 어떤 것이든 상관하지 않으며, 묻거나 따지지도 않으며, 확인하지도 않는 나쁜 행태가 ‘중요한 보도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를 위해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을 만드는 역할은 언론이 할 수 있고 해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 어렵다. 언론이 언론으로서 공공을 위한 유익한 기기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러기에 긍정적 기대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눈이 어둡거나 침침해 제대로 보기 어려운 사람, 그리고 우리 사회가 제대로 판단하고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의 22일자 사설인 ‘인문계 졸업생 홀대 이유 아직도 모르나‘를 보니 세 개의 주요 문장(아래 상자 참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결론은 기업의 마음을 매체가 ‘사설’이라는 ‘입’을 통해 아부하는 발칙한 글이다. 사설은 실명(實名)이 없다. 회사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사설은 익명(匿名)에 숨어 머리를 조아리며 아부하려는 의도를 매우 깊고 넓게 담고 있을 뿐이다.

인문학 전공자가 많을수록, 또 수준이 높을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임직원에 대한 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사실 피곤한 일이면서 때에 따라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위, 조금 삐딱하게 보는 입장에서 보면, 철학적 사유가 부족한 쪽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세 가지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1. 잘못된 인문학 교육이 빚어낸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2.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인문학적 상상력은 고사하고 지독한 반(反) 기업 정서에 물든 인문계 졸업생들에게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시장주의, 반자본주의를 인문학으로 위장하는 강남좌파식 교수들이 판을 치니 당연한 결과다.

3. 인문학 교육의 과감한 변화 없이는 졸업자의 실업자 코스만 더욱 고착화될 뿐이다.

그러면 무슨 문제가 있나 따져보자.

1. 자업자득이라고?
정책의 문제에서 찾는 게 더 근본적이고 효율적이며 바람직하다.

2. 강남좌파식 교수들이 판치기 때문이라고?
이 나라 땅, 이 나라 대학과 인문학은 모두 강남좌파라는 근거가 어디에 있으며, 이와 같은 마녀사냥 형태의 몰아세우기 논리가 타당성이나 객관성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자문해보라. 익명에 숨어 호가호위(狐假虎威)로 인문학을 나쁜 학문으로 호도하는 글은 쓰지 않아야 한다.

3. 인문학 교육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국 앞에서 한 얘기를 바탕으로 기업 등 특정 흐름에 순순히 복종하는 인재를 위한 인문학 교육의 변화를 강조하는 것 외에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양심에 손을 얹고 답해 봐야 한다.

눈 밝은 이라면 이런 맥락을 알기 때문에 이 사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은 또한 익명에 숨은 그 누군가에게 답하는 글이기도 하다.

인문학은 다양함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해 씨줄과 날줄로 연결이 돼 있다. 이것은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며 지향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어느 하나를 끊는다고 해서 그 역할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색도 빨강·노랑·파랑 등 삼원색(三原色)에서 나온다. 인문학에 대한 이 사설은 기본이 되는 삼원색을 없애고 어느 한 가지 색만 쓰겠다고 우기는 행위와 전혀 다를 바 없다.

About 김종영 (881 Articles)
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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