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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사나이’, 동화인가, 사실인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사실’인가?...“어떤 동화는 사실을 먹고 태어난다”

일제는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이완용의 조카 이병도를 일본에 유학시킨 뒤 귀국한 1920년대에 ‘조선사편수회’를 조직했다. 조선사편수회는 환국이나 배달국은 물론 단군 관련 기록까지 신화로 만들어 삭제해 고조선을 없애버려 우리역사를 일본과 같은 2000여 년으로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더구나 한국과 일본의 조상은 같다는 동조동근론(‘日鮮同祖論’, ‘日韓同祖論’이라고도 함)을 만들고 조선인은 열등하고 일본인은 우수하다고 사실을 부각시켰다. 해방 후 이병도의 활동은 친일 전력으로 잠시 위축되었다. 그러나 그는 독립군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던 일본 순사 출신 김창룡 등 친일 인사들을 대거 기용한 이승만이 반공 이데올로기로 정권을 잡고 6.25동란 후 역사계 인사들이 대거 납북되자 다시 살아났다. 또한 그는 일본의 대륙 진출을 위한 괴뢰 국가 만주국 출신 인사들이 권력의 핵심 역할을 했던 박정희 정권에서는 서울대 교수로서뿐 만 아니라 문교부장관, 학술원회장에 선임돼 일생을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자로 대우받고 살았다. 이 결과 국사학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일제에 의해 조작된 역사를 그대로 제자들에게 전수시켰다. 그러나 이병도 박사는 타계 3년 전인 1986년, 조선일보에 ‘단군조선은 신화가 아닌 사실(史實)이며 고대사는 복원돼야 한다’는 기고문을 내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늦은 ‘양심선언’이었지만 이미 사학계의 중추 세력이 된 그의 제자들은 그를 ‘노망’으로 내몰았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중세사학자 아베 긴야가 괴팅겐의 주립문서관에서 발견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전설’을 다룬 문서를 바탕으로 그 전설 너머에 감춰진 중세 사람들의 삶을 탐색해나가고 있는 책이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중세사학자 아베 긴야가 괴팅겐의 주립문서관에서 발견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전설’을 다룬 문서를 바탕으로 그 전설 너머에 감춰진 중세 사람들의 삶을 탐색해나가고 있는 책이다.

Sachsenspiegel-Ostsiedlung

Pied_piper

“어떤 동화는 사실을 먹고 태어나기도 한다.”

독일의 도시 하멜른을 소재로 한 케이트 그리너웨이(Kate Greenaway, 1846.03.17~1901.11.06)『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Pied Piper of Hamelin)는 동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라는 주장을 방송 프로그램인 ‘서프라이즈’에서 보았다.

1284년, 하멜른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 한다. 6월 26일 130명의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진 실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독일 중세사 전문가인 일본의 역사학자 아베 긴야(阿部謹也, 1935~2006)가 괴팅겐의 주립문서관에서 우연히 기록을 찾은 후 본격적으로 연구해 발표한 데서 나온 것이다.

아베 긴야는 1834년 하멜른교회 기도문 등을 추가 기록을 찾았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당시 독일은 남편이 없거나 미혼모는 일자리를 주지 않도록 돼 있어 굶어 죽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하층민의 민심이 매우 좋지 않았다고 한다.

아베 긴야는 120명의 아이들이 아사했다고 주장했고 6월 26일은 죽은 아이들의 넋을 기리는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130명의 아이들이 하늘의 뜻에 따라 사려졌다”는 기도문 기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아베 긴야의 주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어떤 동화는 사실을 먹고 태어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을 제대로 풀지 못한 것처럼,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는 70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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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긴야(阿部謹也)
193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히토쓰바시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히토쓰바시대학원 사회학연구과를 수료했다. 히토쓰바시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서양 중세사, 특히 독일 중세사에 정통한 학자로 이름이 높다.
주요 저서로 『중세유럽산책』,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독일 중세 후기의 세계』, 『형리의 사회사 : 중세 유럽의 서민생활』, 『중세의 창으로부터』, 『중세의 별 아래에서』, 『역사와 서술 : 사회사에의 길』, 『중세 천민의 우주 : 유럽 원점으로의 여행』, 『사회사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중세사학자 아베 긴야가 괴팅겐의 주립문서관에서 발견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전설’을 다룬 문서를 바탕으로 그 전설 너머에 감춰진 중세 사람들의 삶을 탐색해나가고 있는 책이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전설’은 1284년 6월 26일에 독일의 작은 도시 하멜른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린이들의 실종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베 긴야는 우선 거의 400년에 걸친 연구사에서 제시된 수십 가지의 이론들을 종합해 분석하면서 동시에 중세 하층민 어린이들과 피리 부는 사나이가 어떤 존재였는지, 전설은 어떻게 해서 현재의 형태를 띠게 되었는지를 밝혀가고 있다.
저자는 재해와 전쟁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았던 중세인이 옛 전설에 자신의 고통을 응축시켜 표현했고, 전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그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투영하여 그 모습을 바꿔갔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16~17세기 이래로 이 전설이 교회나 신학자에 의한 민중 교화 수단으로 또는 알 수 없는 운명에 휘둘려왔던 독일민족의 과거를 해명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독일 통일운동으로 민중의 힘을 집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민중정신의 발로로, 때로는 지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신학·계몽사상·낭만주의·역사학 등의 소재가 되어왔다고 결론짓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설의 이면에 숨겨진 역사의 단편들을 발견하고 있는 책이다.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중세사학자 아베 긴야가 평범한 매일을 살았던 서민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중세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중세’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될까? 화려한 옷을 입은 왕족과 아름다운 귀부인, 그리고 기사들의 결투 등이 우리가 언뜻 생각하게 되는 중세의 풍경이다. 그러나 그것이 중세의 전부였던 것은 아니다.
중세유럽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저명한 중세사학자 아베 긴야가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화려한 중세가 아닌, 외면당해온 서민들의 중세를 찾아나선다.
저자는 농민과 목자에서 나루기지, 목로주점 주인, 제분업자, 목욕탕 주인, 집시, 거지, 편력하는 직공에 이르기까지 중세를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면면을 눈에 보일 듯 세밀하게 그려내어 답하고 있다.

About 김종영™ (915 Articles)
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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