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AD 배치, 得보다 失 더 크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한중 및 미중 관계가 악화되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약화되거나 무력화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의 국익에 배치되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에 타협을 도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한중 관계의 파탄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교적 위상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고래 사이에 낀 돌고래’와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얻게 될 제한적 안보이익과 7대 외교·안보·경제적 손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통해 한국이 얻게 될 안보적 이익은 제한적인 반면 한중 및 한러 관계의 악화로 얻게 될 외교․안보․경제적 손실은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외교적 선택’을 고집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장래가 우려스럽다.
물론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확률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는 있겠지만, 현재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1,000여 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사드로 대응하는 것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이처럼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한국이 갖게 될 안보상의 이익은 제한적이지만, 다음과 같이 7대 외교․안보․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첫째, 한중 및 한러 관계의 악화로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북 제재와 관련 중․러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계속 지연되었고 조만간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지는 의문이다.
둘째, 한국의 전체 교역에서 1/4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한중교역이 위축되면 중국도 함께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보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하지만, 한중교역의 위축으로 중국이 입게 될 피해보다는 한국이 입게 될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다. 지난 월요일자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제가 공개한 바와 같이 중국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직후 북한에 대한 곡물수출을 금지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지 않으면서도 은밀하게 제재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진전되면 중국 내 반한 여론의 조성으로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급감하고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진행될 수 있다. 그리고 중국 진출 한국기업이 여러 가지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셋째,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자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한․중 외교 관계의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하면서 누릴 수 있었던 상대적인 외교적 자율성이 위축되고 한국은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와 함께 ‘고래 사이에 낀 돌고래’에서 다시 ‘고래 사이에 낀 새우’로 전락할 수 있다.
넷째,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중국은 연안지방과 동북지역의 핵미사일 등 전략 자산들을 전반적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중국 군부의 반발로 한중 군사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중국 군부는 미국과 남한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북중 군사교류협력을 복원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러시아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자국의 안보이익에 배치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한러 관계도 부분적인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에 북․러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한중 및 한러 군사관계가 악화되면 이후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하더라도 대북 제재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고 한국의 안보는 더욱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일곱째, 미래에 북한체제가 붕괴하게 될 경우 통일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강대국에 의한 ‘북한 분할’이라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패권경쟁의 심화로 최근 중국은 통일된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런데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어 통일된 한국이 친미․반중 성향을 띨 것이라고 판단되면 중국은 그와 같은 통일에 비협조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겠지만,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재형성되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더욱 위축되고 안보적․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입게 되며 통일은 그만큼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얻게 될 제한적인 안보이익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부담해야 할 외교․안보․경제적 손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드 배치 문제를 재고하거나 이제라도 한미중 3자 협의를 추진해 중국의 안보상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가지고 중국과도 협의하겠다고 하면 미국이 반발할 수도 있지만 미국도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만큼 접점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한중 및 미중 관계가 악화되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약화되거나 무력화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의 국익에 배치되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에 타협을 도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한중 관계의 파탄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교적 위상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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