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2주년 맞으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역사적인 판문점 제1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4.27판문점선언을 한지 2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남북대화는 중단되었고 이 칼럼에서 판문점선언 이후 지난 2년을 되돌아보고, 교착상태인 빠진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에 대한 분석과 정책대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4.27판문점선언 2주년 맞이하면서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역사적인 판문점 제1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4.27판문점선언을 한지 2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남북대화는 중단되었고 이 칼럼에서 판문점선언 이후 지난 2년을 되돌아보고, 교착상태인 빠진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에 대한 분석과 정책대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핵심 사안은 무엇인가?
먼저 요약하여 두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에서 핵심 사안을 살펴보자.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군사적으로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수행하기로 합의했다. 남북 간 우연한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다양한 안전 메커니즘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남북 두 정상이 2018년 9월 평양선언에서 포괄적인 남북 군사협정 합의를 했는데, 이는 ‘사실상 남북 불가침협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12월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 전략보고서에서 3단계로 군축을 위한 청사진을 제안했다. 한국은 군사적 신뢰감을 개선한 후 작전무기 통제를 진행한 다음 남북공동 군사위원회를 통해 구조적 무기 통제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런 목적을 위해 한국정부는 안보 보고서에서 남북한이 아래 4가지 목표를 추구함으로써 비무장지대(DMZ)를 진정한 의미의 평화지대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4가지 목표는 (1) DMZ 내 모든 가드 포스트(GP) 철수, (2) 판문점에서 JSA의 비무장화, (3) DMZ 내 남북 공동 시범사업 복구 유지, 그리고 (4) 한/임진강 하구 공동사용 등이다. 이런 목표는 제한적이지만 이행된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안정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예를 들면 남북한은 육상, 항공, 해상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을 따라 비행 금지 구역의 운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진전과 연계되어 있어 북미관계 개선에 따라 남북관계도 개선되기 때문에 요약하면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종속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한국정부의 대북협상력이 약화되었고 따라서 한국정부가 미국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설득할 수 없게 되자 대남 비난이 시작되었다. 북한의 입장은 한국정부가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마련하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였다. 따라서 “민족공조”를 강조하여 북한이 한국정부에게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강하게 목청을 높이고 한국의 당사자 역할을 강조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정부의 입장을 미국이 수용하지 않는다고 북한이 인식하게 되었다. 북한이 한국정부에 대한 역할을 기대했는데 실망하게 되었고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인센티브가 없게 되자 북미관계 개선을 강조하게 되었고 대남 ‘무시전략’으로 변모하였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남북 간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북미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 가지 더 추가하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해결을 위해 한국정부가 직접 당사자 임에도 불구하고 “중재자 역할”을 시도했다고 북한은 한국정부를 맹비난하였다.
창의적인 돌파구는 없는가?
현재 교착된 북미 간 비핵 협상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창의적인 해법은 없는가?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이상은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에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선(先) 완전 비핵화, 후(後) 제재해제를 주장하는 이상 한반도 비핵화는 실현할 수 없는 꿈일 뿐이다.
한국정부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창의적인 해법’의 주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한다면 남북관계에 진전이 기대된다. 북한이 그 동안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에 대해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을 아직도 제시 못하고 있다. 이런 셈법을 구상하는데 한국정부의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남북 의료협력부터 시작할 것을 제언하고 싶다. 남북 간 의료 협력이 성사되면 4.27판문점공동선언과 9.19평양선언에 남북협력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시점에서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보다 북한당국이 필요한 의료협력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 의료협력이 동시에 북미간 의료협력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남북미 3자간 의료 협력이 계기가 되면 3국간 정상회담의 개연성도 높아지게 되고 이런 좋은 분위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제 완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평화프로세스가 가동되려면 남북미 3자간 혹은 중국을 포함하여 4자간 가칭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필자의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5단계 로드맵 구상”(통일뉴스, 2019.5.13) 참조. ]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간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필자는 주장해 왔다. 이런 접근방식의 문제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태도이다. 김 위원장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국제환경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이미 제안한 보건 협력을 김정은 위원장이 즉각 수용하길 촉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대통령 재선에 북미 간 협력이 도움이 될 것인지에 관해 신중히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의 재가동이 트럼프의 재선에 유리하게 작용하여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논객도 있다. 그래서 어떤 논객은 재선 때까지 현재 북미 간 교착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2020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문재인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므로 문 정부는 “새로운 사고”로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정책을 펴내길 기대한다. 남북 간 대화제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이미 두 정상 간 소통을 위해 설치된 핫라인(hotline)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자신 있게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핫라인을 이용하여 김정은 위원장과 소통하길 촉구한다.
비핵화 협상을 위한 필자의 제언
4.27판문점선언에서 남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이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별 진전이 없음은 유감스럽다. 이런 교착된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무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이 핵 협상에 “직접 관련 당사”로서 참여했다는 사실은 향후 남북미 3자 핵 협상 가능성이 열어져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핵 협상은 북미 간 논의해야할 핵심 이슈이기도 하지만 남북미 3자가 다뤄야 할 핵심 이슈가 되었다. 9.19평양선언에서 “한반도는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땅으로 바뀌어야 하며, 이 목적을 향한 실질적 진전이 필요하다”는 조항을 포함한 것은 남북미 3자 간 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과거 보수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의 진전 없이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된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 문제를 풀기 위해 유리한 환경조성과 남북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4.27판문점선언 이후 2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해법을 놓고 상이한 접근으로 합의를 보지 못하고 현재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동시에 남북 간 대화도 완전히 중단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평화프로세스는 영원히 물 건너가게 될 개연성을 배제 못한다.
따라서 현재 교착된 핵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해법은 앞에서 지적한 대로 쉬운 문제부터 풀어나가자는 제안이다.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과 한국과 미국이 3자간 의료 협력을 통해 한국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제언하였다. 이를 계기로 남북미 3자 간 신뢰가 구축되고 소통이 되면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하여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를 이뤄내 합의된 로드맵에 따라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 이 글은 통일뉴스(2020.04.20)와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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