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조약과 비핵화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이 비핵화의 지름길?
곽태환 前 통일연구원장
- “미중 경쟁시대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은 바이든 행정부의 동북아 정책의 핵심은 중국의 부상을 봉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국익 차원에서 미국의 대중 봉쇄 정책과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프로세스 문제를 분리하여 추진해야 한다.”
- “평화협정(A Peace Agreement)보다는 평화조약(A Peace Treaty)이 더 강력한 구속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관련해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한반도평화조약은 반드시 미국과 중국이 지지하는 다자 간 한반도평화조약이어야 한다.”
지난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아직도 미 행정부의 새 대북 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된 것이 없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검토 중이고 포괄적인 새 대북정책이 곧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에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고 했지만 북한의 요구에 부응해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안한 것이 없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요구인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포괄적인 대북정책 수립을 위해 몇 가지 정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새로운 셈법’과 한반도
역사적인 제1차 북미정상회담(2018.06.12)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을 확신하면서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4개항에 합의했다. (1)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2) 항구적,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3) 4.27판문점선언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확약, (4) 전쟁포로와 행방불명자들의 유골 발굴과 송환 확약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북미 간 합의를 해 놓고도 지금까지 실천 이행에 실패한 것이다.
향후 북미 간 대화와 의제는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선언을 존중하고 구체적 실천을 위한 조치 논의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논의부터 해야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단계적으로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합의 사항을 무시한다면 북한과 미국 양측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비쳐지게 될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프로세스’는 지연될 것이고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북미 간 대화와 협상 의제 가운데 한국전쟁을 종결하는 종전선언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자 간 종전선언에 합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후속 조치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조약)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협상 테이블 위에 놓게 될 것이며 단계적으로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에 합의해야 한다.
종전선언과 평화조약
미중 경쟁시대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은 바이든 행정부의 동북아 정책의 핵심은 중국의 부상을 봉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국익 차원에서 미국의 대중 봉쇄 정책과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프로세스 문제를 분리하여 추진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적극적 역할과 미중 간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 환언하면 동북아 체제의 구조적 측면에서 미중 간 적극적 협력 없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국인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러면 4자회담에서 논의할 구체적인 안건과 관련해 검토해보고자 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두 가지 조건인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와 북한체제 보장부터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조건부 비핵화 제안을 했기 때문에 이 두 개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먼저 4자가 한반도 종전선언에 서명하고 평화협정(A Peace Agreement)보다는 평화조약(A Peace Treaty)이 더 강력한 구속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관련해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협정과 조약의 차이점은 미국 상원의 2/3 비준을 받아야 하고 보다 강력한 구속력이 있다. 따라서 필자는 출구전략으로 한반도 평화조약이 북한의 비핵화 두 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어 구체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한반도평화조약’이 가장 효율적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건부 비핵화를 제안하였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한대로 김 위원장이 제안한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4자 간 ‘한반도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 체결이 가장 효율적이고 신뢰성 있는 법적·제도적 보장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한반도평화조약은 반드시 미국과 중국이 지지하는 다자 간 한반도평화조약이어야 한다. 향후 미·중·남·북 4자 평화회담에서 평화조약을 4자간 체결하고 동시에 북미, 북일 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동북아에서 미·중·러·일·남·북 간 교차 승인이 완료돼야 한다. 필자가 제안한 한반도평화조약 속에 4개 ‘평화합의문’(Four Peace Agreements)이 포함되어야 한다. (1) 북미평화합의문, (2) 남북평화합의문, (3) 한중평화합의문, (4) 미중평화합의문 등 4개 부속 평화합의문을 포함해 다자 간 한반도 평화조약으로 미·중·남·북 4개국 정상이 서명해야 한다.
4자 정상이 서명한 한반도평화조약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추인하고 이 조약을 UN 사무국에 등록하면 국제조약으로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주장했던 남북 평화협정 체결과 미중보장안(2+2방안)보다 한반도평화조약이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국제조약이 될 것이다. 이런 구상이 실현된다면 한반도에 핵이 없는 항구적인 평화가 구축되고 동북아 평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주축이 되어야 하고 북한은 조건부 비핵화가 충족되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유엔기구가 국제적으로 북한 체제를 보장하게 될 것이다.
정치적 의지가 선결과제
끝으로, 필자가 제안한 한반도평화조약 체결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4개국의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 하더라도 그 방안을 실현할 정치적 의지가 없을 경우 비현실적인 방안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4자 정상들이 서명한 ‘한반도평화조약’은 국제조약으로서 집단 안보체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룰 수 있게 할 것이다.
한반도평화조약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와 북한 체제를 보장하고 북한지도부의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출구 전략을 통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맞교환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면 동북아의 중심 지역인 한반도에서 법적, 제도적으로 핵무기 없는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될 것이다.
※ 이 칼럼은 통일뉴스와 사람과사회™가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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