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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와 동맹의 줄타기

현재 교착된 핵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해법은 앞에서 지적한 대로 쉬운 문제부터 풀어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이다. 현재 북한의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남북미 3자 간 의료 협력을 통해 한국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제언하였다. 이런 한미 양측의 대북의료협력 제안을 김정은 위원장이 즉각 수용하길 다시 촉구한다.

곽태환 칼럼

미·중 패권시대, 한국의 균형외교 재조명

  곽태환 前 통일연구원장

  •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21년 1월 12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틀(United States Strategic Framework for the Indo-Pacific)’을 기밀에서 해제했다.
  •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경제·외교·군사·기술력을 내세워 국제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잠재력을 보유한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이 아닌 미국이 국제 의제를 설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강대국에 의해 휘둘린 점에 대한 자성과 함께 이제부터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 미국이나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균형 외교가 가장 현명한 정책 선택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21년 1월 12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틀(United States Strategic Framework for the Indo-Pacific)’을 기밀에서 해제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10쪽짜리 문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3월 28일 작성했고 2018년 2월 승인한 후 지난 3년 간 미국이 시행한 인도태평양전략 지침이었다. 이 문서는 중공(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미국·일본·인도·호주가 협력해 제1열도선(중국의 군사전략상 개념이자 전력 전개 목표선이며 대미 방위선을 말함)을 공동 방어하며 대만 등을 대상으로 하는 중공의 군사적 확장을 저지한다는 지침 등이 포함 되었다. 중국을 핵심안보 도전집단으로 규정하고, 그 다음으로 북한을 지목했다.

기밀문서를 갑자기 공개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앞당긴 이유에 대해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자유롭고 개방된 곳으로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지속해서 헌신해왔다는 것을 미국 국민과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에게 이해하게 하려고 이 문서를 기밀 해제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기밀 해제한 것은 중공(국)을 견제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려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추정해 보건대 이런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문서는 “국가 간 협력으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를 주요 허브로 삼는 4각 안보 전략이 핵심”이라고 했으며 “일본은 인도태평양에서 지역통합과 기술 진보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며, 한국은 4개국 연합이 아닌 개별 주체로 한반도를 넘어 지역안보에서 큰 역할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새 외교정책이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2021년 3월 3일 백악관이 총 24쪽짜리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경제·외교·군사·기술력을 내세워 국제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잠재력을 보유한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이 아닌 미국이 국제 의제를 설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의 최우선 순위에서는 동맹 회복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위해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십을 재활성화하고 새롭게 할 것”이라며 나토, 호주, 일본, 한국과의 동맹을 미국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고 밝혔다. 향후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중(反中)동맹 진영에 가담하도록 강력하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지난 1월 기밀 해제한 인도-태평양 전략 틀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그러므로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봉쇄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든, 트럼프 반중봉쇄정책 계승 예상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 발표에 앞서 토니 블린컨(Blinken) 국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이 21세기에 가장 큰 지정학적 시험”이라며 “안정적이고 개방된 국제 질서에 심각하게 도전할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힘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경쟁을 할 수도 협력할 수도 있지만, 적대적이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중국과의 ‘적대적’이라는 언급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또한 효과적 외교를 위해 최강의 군대를 유지하겠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것은 미국의 핵심 이익이기에 위협받으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의 핵심은 미국이 동맹 외교로 중국을 강력히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호주, 일본과 함께 미국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언급했다. 미국이 반중안보연합체 구축에 한국 정부의 참여 요청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강조해왔던 동맹을 강화하고 상향식 결정(Bottom-up) 방식의 실무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아시아 동맹국들과의 조정·협의를 우선하는 접근 방식을 보여줬다. 그가 또한 북한의 핵 위협 ‘감소’를 언급한 것은 북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제거가 현실적인 단기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첫 번째 단계로 핵 프로그램을 제한(limits)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해법으로 단계적(incremental) 접근법을 수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한반도 문제 해결이 쉽게 풀리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꼬여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으로 인한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강대국에 의해 휘둘린 점에 대한 자성과 함께 이제부터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아래는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친미·친중 ‘균형외교’(balanced diplomacy)를 지향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생존의 길임을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동맹으로 중국 압박하는 미국

미·중 간 전운(戦雲)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동북아 안보 상황을 우려한다. 현재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은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미국에 통보했다고 한다. 만약 미·중 간 작은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전쟁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높아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지침의 제1열도선 안에 대만을 포함한 것은 중국 시진핑 주석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적어도 중국 지도부는 중국 국내 문제에 미국이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베이징 시각에서 대만과 남중국해의 작은 섬들은 분명히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양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 자기 영토로 간주하기 때문에 중국은 전쟁을 해서라도 핵심 이익을 보전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미·중 간 긴장 고조로 인한 동아시아 안보 환경의 악화에 대해 몹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중안보협의체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인도·태평양지역에 쿼드 4각체제(Quad, 미국, 인도, 일본, 호주)를 확장해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했던 나토(NATO)와 같은 반중안보연합체를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이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가 생존이 달려있다. 일부 보수 논객들은 문재인 정부에게 미국의 새로운 나토형인도태평양반중안보연합체(Networked anti-China NATO-like Security Coalition)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압박하는 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미 문 정부가 장기적 국익 차원에서 대중·대미 균형외교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필자가 주장하는 균형외교의 개념은 중견국으로서 국가 이익을 보호하고 신장을 위해 대한민국이 주도적이고 자주적인 외교를 추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남북·한미·한중 관계는 한국이 주도적, 자주적 외교를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인 전제다. 한국 입장에서는 한미동맹 관계라는 틀 속에서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주도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생존의 길이다.

친미·친중 균형외교는 생존의 길

요약하면 한국 정부는 실사구시적인 기존의 외교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부 보수 안보 논객들이 주장하는 반중안보연합체에 합류해 미국의 반중봉쇄정책을 지지하고 미국 쪽에 줄을 서라는 입장은 장기적인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친미·친중 균형외교를 유지함이 바람직하다. 미·중 간 패권경쟁시대에 어느 쪽에도 줄을 서지 않고 국익차원에서 자주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전략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정부가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친미·친중 균형외교를 지향해야 하는 논리적 근거와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그러므로 미·중 패권경쟁 사이에 낀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을 냉정하게 실리적이고 국가이익 차원에서 초이념적·초동맹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미·중 패권 시대에 한국이 반중안보연합체에 참여하는 것은 장기적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둘째, 한·중 간 상호 경제의존도가 높아 경제적으로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유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 당사자인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과도 상호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중국이 미국에 못지않게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미·중·남북 4자 간 긴밀한 협력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한국 정부가 반중안보연합체에 참여해 미국에 줄을 서면 한반도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셋째,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군사안보(military security)에 못지않게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는 국민의 행복한 삶과 번영을 위해 보호해야 할 대한민국의 핵심 이익이다. 한반도는 76년 간 남과 북이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중·러·일 4강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대한민국은 어느 한 쪽 강대국에 줄을 설 수 없는 지정학적 운명이기에 한국 정부의 선택은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균형외교를 추구하면서 국가이익을 수호하고 신장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선택의 문제 아닌 국가이익의 문제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는 향후 한 마디로 균형외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 이런 정책 방향은 일부 보수 논객들이 주창하는 미국이나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균형 외교가 가장 현명한 정책 선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한반도의 특수 상황을 고려해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자기 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로 국익을 보호하고 신장하기 위해 균형외교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실용주의적 차원에서 한국 정부는 당연히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균형외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중견국인 대한민국은 당사자로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을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미국에 휘둘리는 외교를 지양하고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어 남·북·미 3국 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 이 칼럼은 통일뉴스와 사람과사회™가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About 곽태환 (20 Articles)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이스턴켄터키대학교(Eastern Kentucky University) 국제정치학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및 교수, 통일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 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사람과사회™ 상임고문 등을 맡고 있다. 경남대 정치학 명예박사(2019), 글로벌평화재단 평화상(혁신 학술 연구 분야, 2012)을 수상했다. 32권의 저서와 공저, 편저 등을 비롯해 칼럼, 시론, 학술 논문 등 300편 이상을 출판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구상』,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공저) 등이 있다. 영문으로 발간한 책은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Ashgate,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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