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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등장 동영상과 ‘천리마민방위’ 분석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2017년 3월 8일

유튜브에서 김한솔이 아버지(김정남)가 사망한 것을 태연하게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에 웃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김한솔이 동영상(김한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외부세계에 전달하고자 하는 명확한 메시지도 없어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나중에 ‘천리마 민방위’ 홈페이지의 글을 보고서 이 동영상이 김한솔이 스스로 원해서 찍은 것이 아니라 ‘천리마민방위’에서 김한솔에게 요청해 촬영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김한솔이 마지막에 웃은 것도 몇 번의 실수 끝에 이번에는 제대로 쵤영되었는지 궁금해서 겸연쩍어 하는 모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김한솔 가족이 ‘천리마민방위’의 도움으로 망명에 성공했다면 이 단체의 후원자 모집을 위한 홍보 동영상 제작을 김한솔이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김한솔에게 ‘천리마민방위’가 요청했을 것”

‘천리마민방위’라는 단체의 홈페지에서 한글과 영문을 혼용해가면서 제일 위에 “북조선사람들에게”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리고 ‘주조선-주한 네덜란드 엠브레흐츠 대사’(‘조선’을 ‘한국’보다 앞세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 단체는 해외 체류 중인 북한 간부 또는 주민의 도피, 망명을 돕기 위해 해외 탈북자들이 만든 민간단체로 판단된다.

‘천리마민방위’ 홈페이지에 기존에 도움을 받은 고위 탈북자의 글과 김한솔 가족 망명 관련 글 외에 다른 내용이 없는 점에 비춰볼 때 김한솔 가족의 망명을 계기로 이 단체를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후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최근에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 같다.

김한솔의 동영상은 김정남 피살 며칠 후에 촬영했지만 오늘에서야 공개한 것은 이 단체가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 등을 개설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영국을 비롯해 유럽에 많은 탈북자들이 있고 탈북단체들도 활동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볼 때 ‘천리마민방위’는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자 단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에서 천리마라는 용어는 매우 빠른 속도를 강조할 때 사용되므로 ‘천리마 민방위’라는 이름은 매우 신속하게 북한 주민의 도피를 돕는 단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단체에서 천리마라는 단어를 영어로 옮기면서 북한식으로 ‘Chollima’가 아니라 남한식으로 ‘Cheollima’로 옮긴 것은 번역 과정에 한국 사람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

‘천리마 민방위’라는 단체가 네덜란드 정부와 ‘주조선-주한 네덜란드 엠브레흐츠 대사’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김한솔이 유학했던 프랑스에서 멀지 않은 네덜란드의 정부가 김한솔 가족의 망명을 수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망명 조건으로 제안 그대로 수용했을 것”

2012년에 김정남도 유럽 국가로의 망명을 원했지만 당시에는 김정남의 호화스러운 생활을 보장하면서 망명을 받아들일 국가가 없어 망명이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한솔과 그의 가족들은 김정남처럼 특별한 대우를 요구할 입장도 되지 않고 당장 신변 안전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망명을 받아들인 국가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한국이나 미국,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점도 김한솔 가족이 (네덜란드가 맞다면) 유럽 국가를 망명지로 선택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천리마민방위’는 김한솔 가족의 피신과 관련 네덜란드 정부, 중국 정부,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게 감사를 표했는데, 네덜란드 정부는 망명지 제공이라는 큰 결단을 내렸고, 중국 정부는 김한솔 가족의 비밀 출국을 위한 조치를 취했으며, 미국 정부는 김한솔 가족의 망명지까지의 도착 과정 신변 안전 보호를 위해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리마민방위’라는 단체가 ‘주한 네덜란드 엠브레흐츠 대사’와 접촉한 점에 비추어볼 때 ‘한 무명의 정부’는 한국 정부이거나 망명지까지 도착하는데 편의를 제공한 제3국일 것으로 판단된다.

김한솔이 새로운 망명지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되었다면 향후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요청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 소재지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 시신 인도를 포기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