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사회™ 뉴스

박정수 01 美術과 一攫千金의 꿈

[연재] 박정수, 『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 001 "미술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누구나 미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미술은 부동산과 다르다. 투자를 하고 싶다면 미술시장을 알고 미술품을 알고 미술을 알아야 한다.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인사동 화랑이 사랑방이 되어야 하고 화가가 친구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한 번도 발을 디밀어본 적이 없는 미술시장, 어떤 곳일까?"

“오늘 너무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 청계천을 지나오는데 내 그림이 80만원에 걸려 있는 것이야. 어떻게 구한 것이냐 물어 봤더니 어떤 사람이 팔고 갔다 그러데. 참 나, 80만원이 뭐야. 그럼 내 작품이 호당 8만원밖에 안 나간단 말이야? 얼른 사버렸지. 여기 봐. 내가 몇 해 전에 판매한 그림인 것 같아. 누구한테 팔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말이야. 그리고 엊그제는 김포공항을 갔었는데 내 그림하고 똑같은 게 있더군. 누가 내 도록을 보고 베낀 것 같아. 기분이 나빠서 주인한테 그랬지. 그림 내리라고. 뭐라는 줄 알아? 가짜가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거야.”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은 10억으로 1000만 원 버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1000만 원으로 10만 원을 벌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2007년 우리나라 미술 시장 규모가 1000억이 넘는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어림잡아 전 국민의 5% 정도가 미술을 이해하고 있으며, 그 5% 중 1% 이하의 사람들이 미술품을 구매한다. 사진=박정수

연재 박정수, 『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 001

일확천금(一攫千金)의 꿈

예술과 돈의 무대 ‘미술시장’

-아무나 갈 수는 있어도 만만치 않다

박정수 정수화랑 대표

사람과사회는 박정수 정수화랑 관장이 쓴 『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BMK, 2007)를 간추려 연재합니다. 이 책은 ‘미술 재테크로 가는 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듯이 미술과 재테크를 중심으로 쓴 책입니다. 현재 박 관장은 서울시 종로구에서 정수화랑과 현대미술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젊은 작가 후원과 지원, 아트 페어 참가, 좋은 작가 초대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과사회 thepeopleciety@gmail.com

사람과사회™ 2017 겨울 & 2018 봄 통권4·5호

미술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누구나 미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미술은 부동산과 다르다. 투자를 하고 싶다면 미술시장을 알고 미술품을 알고 미술을 알아야 한다.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인사동 화랑이 사랑방이 되어야 하고 화가가 친구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한 번도 발을 디밀어본 적이 없는 미술시장, 어떤 곳일까?

미술시장에 난리 났다?

“어이, 친구, 요즘 미술시장 난리 났다며! 재미 좀 봤어?”

대학 동창이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몇 해 전 벤처 기업 붐이 일어났을 때 재미 좀 봤다는 친구다. 당시 잘나간다는 벤처에 투자하라고 부추기는 바람에 나도 작은 금액을 투자한 경험이 있다. 그때 받은 증권은 지금 장롱 구석에서 잠자고 있다.

“이봐, 내 비자금 한 5000만 원 있는데 두 달 후에 1000만 원 정도 만들어 줄 수 있나?”

구체적으로 나서는 걸 보니 미술시장에 난리 났다는 소문이 사실이기는 한 모양이다.

“아니면 말야, 내가 은행에서 한 1억 빌릴 수 있는데 두 달 후에 1000만 원만 만들어 주게.”

지나가는 소리가 아니다. 요즘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꽤 진지하게 접근해 오는 바람에 나도 좀 귀찮아졌다. 대학 동창은 그래도 양반이다. 막연한 부탁들은 무수히 받는다.

“돈 되는 미술품 있으면 소개 좀 해줘.”

미술품이 돈 된단다. 미술시장에 기웃거리기만 하면 한 몫 잡을 것이라는 대박의 꿈들을 꾸고 있다. 내 친구처럼 투자를 대행해 달라는 부탁도 많다. 돈을 주고는 거래 이익만 챙기려 든다. 부탁하는 이들은 대개 주식 시장을 기웃거렸던 사람들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투자’가 뭔지 기본은 아는 사람들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 분위기에 얹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보는 것이지 정말로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환금성 상품만으로 보지 않고, 비환금성 부분인 ‘감상’ 가격과 ‘소장’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설령 뭉칫돈을 들고 당장 달려오겠다고 하더라도 선뜻 그러마고 하기가 사실은 어렵다. 3000만 원, 5000만 원 이상의 작품들은 오히려 문제가 없다. 화랑이나 수집가들 사이에서 검증이 된 작품들이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적어서다. 물론 그런 그림이라고 해서 무조건 오른다는 확신도 가질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분위기에 편승해 가격만 높은 부동산이 있듯이 미술에도 화가의 명성에 따라 거품 가격이 낀 작품들도 있다. 미술시장, 생각보다는 까다롭다.

이처럼 투자하기 좋은 작품이 어떤 작품이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하기 어렵다. 봉천동이냐 신림동이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하기 좋은 작품들은 현재 검증 과정을 거치는 중이거나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승패의 가능성이 모호하다. 여유 자금이 많다면야 우선 사놓고 기다리면 될 일이지만 한 번 실패하면 그것으로 미술품 투자를 끝내야 하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위험한 발상이다. 미술시장, 주식처럼 명쾌한 공식이 나오지 않는다.

‘예술’과 ‘투자’를 위한 이중주

자금은 얼마 정도가 기본이고 적정선일까. 오히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재테크는 ‘재무(財務)’와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말한다. 여유 있는 돈을 증권이나 기타 방법을 통해 증식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그런데 미술품은 그 특성상 돈이 남아돈다고 선뜻 사들여도 되는 상품은 아니다. 일부러 시간 내어 감상하거나 즐겨야 하는 ‘정신적 경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박, 횡재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꿈꾸지 않는 게 좋다. 그런 식의 접근은 미술 재테크의 기본이 아니다. 좋은 물건은 비싸고 나쁜 물건은 싼 것이 일반 시장의 원리이다. 미술시장의 원리는 다르다. 좋은 작품이라고 무조건 비싼 것은 아니다. 가격이 낮다고 예술성이 떨어지는 것 역시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샀을 때 가격보다 조금이라도 오르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지금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을 구매하여 소장하고 있으면서 늘 즐겁게 감상하면 그만이다.

누구의 그림 가격이 몇 해 전 얼마였는데 지금은 얼마만큼 올랐다고 언론에 발표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누구의 작품을 얼마에 샀는데 지금은 얼마가 떨어져 얼마를 손해 봤다는 말은 없다. 이것이 미술품만의 특성이다. 미술 투자도 투자다. 늘 성공할 수는 없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다. 그러나 실패를 경험해보면 성공의 확률은 높아진다.

물론 가치가 확실하게 보장된 작품들이 미술시장에도 있다. 소위 ‘블루칩’이라고 부른다. 박수근, 이중섭, 이우환, 천경자 같은 화가들의 작품이다. 이런 작품들에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절대로 가까이 가지 못한다. 비싼 작품은 아파트 한 채 값에 맞먹는다. 그림의 떡이다.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은 10억으로 1000만 원 버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1000만 원으로 10만 원을 벌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2007년 우리나라 미술 시장 규모가 1000억이 넘는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어림잡아 전 국민의 5% 정도가 미술을 이해하고 있으며, 그 5% 중 1% 이하의 사람들이 미술품을 구매한다.

4500만 국민 중에서 225만 명이 미술에 대해 관심이 있고, 이들 중 2만 명 내외의 사람들이 미술품을 구매한다는 뜻이다. 이들이 구매하는 미술품들의 총액이 1000억이다. 하지만 그중 900억 이상의 돈은 소위 말하는 블루칩 작가들에게 몰려 있다. 이것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술품 구매가 아니다. ‘그들만의 리그’이지 우리의 관심 대상은 아니다. 그림의 떡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누굴까. 미술품 경매에 작품조차 내보내지 못하는 작가들, 경매를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은데 갈 줄 모르거나 가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 미술품을 좋아하지만 너무 비싸서 엄두조차 못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200만 명이 넘는다. 바로 이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우리들’이다. 이들이 우리나라 미술을 살찌우는 원동력이다. 30만 원으로 한 점을 사고 싶은 사람들이며, 50만 원에라도 작품을 팔아보고 싶은 미술인들이다.

그러므로 미술품이 보고 싶으면 당장 인사동이나 청담동이나 사간동에 가자. 전시장에 성큼성큼 들어서도 아무도 가로막지 않는다. 그림을 볼 줄 몰라도 상관없다. 아이 손잡고 자신 있게 들어서자. 경매하는 모습을 참관하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경매 회사에 회원 등록을 하면 된다. 정회원이 되고자 한다면 연간 약간의 비용만 지출하면 그만이다. 경매 일정을 보내준다. 특별한 의상이 아니어도 된다. 무지하게 비싸면서 좋은 미술품을 발견했을 때 자신이 일확천금이라도 한 것처럼 상상해보자. 꿈만 꿔보아도 즐겁다.

미술책이나 언론이 거론하는 작품에 자신의 취향을 일치시키는 최면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가는 작품 종류를 알아내는 것은 미술 재테크의 첫걸음이다. 부동산 중개소에는 문턱이 아예 없지만 화랑은 문턱이 무척 높다. 화랑 관계자나 큐레이터에게 가격을 물어보기조차 망설여진다. 그러니 우선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자. 화가도 좋고 화랑 관계자도 좋다. 주변을 찾아보면 몇 다리 건너서라도 반드시 아는 사람이 있다. 이들과 친해지자. 그리고 자문을 구하자. 이제 당신은 제대로 첫걸음을 뗀 것이다.

Tipping Point
• 미술 투자는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아니다. 일부러 시간 내어 감상하거나 즐겨야 하는 정신적 경제 활동이다.
• 투자하기 좋은 작품들은 현재 검증 과정을 거치는 중이거나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승패의 가능성이 모호하다.
• 좋은 작품이라고 무조건 비싼 것은 아니다. 가격이 낮다고 예술성이 떨어지는 것 역시 아니다.

Step by Step
• 인사동, 청담동, 사간동 전시장에 자주 가서 그림을 감상하자.
• 인터넷으로 경매 회사에 회원 등록을 해 경매에 참관해보자.
• 매스컴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의 취향을 스스로 찾아보자.
• 미술계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자주 만나서 대화를 나누자.

About 박정수 (5 Articles)
세종대학교 회화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예술학을 전공했다. 롯데화랑 큐레이터, (주)종로아트 관장, 갤러리가이드 편집부장, 베네주엘라 피아 국제 아트페어 한국관 커미셔너, 제38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 미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 『미술·투자·감상』, 『그림 파는 남자의 발칙한 마케팅』, 『아트 앤 더 마켓』, 『미술 읽어주는 남자: 독화(讀畵) 또는 감상(鑑賞)』, 『고흐, 공자를 보다』 등이 있다. 현재 한남대학교 겸임 교수, 정수화랑 대표, 미술 창작 스튜디오 ‘창작공간 광명’ 대표, (사)한국미술협회 전시기획정책위원장, 광명예술협동조합 이사,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 미술평론 위원, 미술 전문 잡지 『아트앤피플』(Art & People)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아트컨설팅, 아트마케팅, 아트페어 참가, 기업 및 대학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Contact: Website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