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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산법’과 ‘새로운 길’

"종전(평화)선언이 북미 협상 돌파구가 될 수 있나? 김정은 위원장이 유엔결의안을 위반하는 군사적 도발 행동은 하지 않길 희망한다"

최근 남북미 3국 간 강대강(强對强) 맞대응 전략의 지속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가고 있어, 3국 간의 강대강 적대적 구조가 일부 어리석은 인간들의 오판과 첨단전략자산의 오작동으로 인해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향후 한미와 북한이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한반도 주변에서 예정된 적대적 군사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비핵-평화체제 이행 로드맵을 작성해 미·중·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4자 정상이 종전(평화)선언 합의문에 서명할 것을 제언한다.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상호 양보와 타협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

‘새로운 계산법’과 ‘새로운 길’
종전(평화)선언이 북미 협상 돌파구가 될 수 있나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유엔결의안을 위반하는 군사적 도발 행동은 하지 않길 희망한다. 유엔결의안 위반은 북한의 생존권과 발전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북한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멸 행위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비핵-평화체제 이행 로드맵을 작성해 미·중·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4자 정상이 종전(평화)선언 합의문에 서명할 것을 제언한다.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상호 양보와 타협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의 데드라인을 무시하면 북한은 ‘새로운 길’(A New Path)을 가겠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많은 논객들이 북한이 새로운 길은 군사적 도발 행위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재까지 김정은 위원장은 평화로운 길을 택했다.

지금도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강경파 리선권 외무상을 임명했다. 많은 논객들이 주장하듯이 과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평화적 목적을 위해 인공위성을 발사할까? ICBM을 발사하든, 인공위성을 발사하든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은 물론이다.

교착 상태 푸는 돌파구는 양보와 타협이 관건

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유엔결의안을 위반하는 군사적 도발 행동은 하지 않길 희망한다. 유엔결의안 위반은 북한의 생존권과 발전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북한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멸 행위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은 평화·비핵화 조치를 위한 전제조건을 미국이 충족시켜 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비핵화보다 평화 프로세스를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그러면 교착 상태에 빠진 현재 북핵 협상의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북미 양측이 한 발짝씩 물러서서 양보와 타협을 하려는 의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지금 양측이 그렇게 할 의지가 없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제3자가 중재할 수 없는 입장이라 북미 양측이 딜레마에 처해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상원에서 탄핵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어 북핵 해법에 신경도 쓸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한반도 문제 당사자인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현 상황을 타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남북 관계 개선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에 들어와서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무응답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무 진전이 보이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

평행선 유지는 접점 도출 불가능한 전략

그 동안 미국은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자발적 선제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보상)를 미국에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先(선) 비핵화 조치를 주장하고 북한은 선 상응 조치를 주장해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평행선을 달려 접점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이런 상황을 뚫기 위해 중국은 러시아와 공동으로 지난해 12월 16일 유엔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게 됐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직접 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처음으로 제출했다. 중·러 결의안 초안을 요약하면, (1) 북한의 수산물·섬유조형물 수출 금지 해제, (2) 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 해제, (3) 남북 간 철도·도로협력사업 제재 면제를 포함하고 있다.

수산물 수출은 지난 2017년 8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의해 금지됐고, 섬유 제품 금수 조치는 9월 채택한 유엔의 제재 결의 2375호에 담겼다. 2017년 12월 22일 채택된 유엔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자국에 주재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2년 내 북한에 송환해야 한다.

남북 철도·도로협력사업과 관련해 남북 경협사업으로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는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제시한 목표다. 남북은 2018년 12월 판문역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개최했다. 그러나 현재 안보리 제재 결의로 대북 투자 및 합작 사업은 중단상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개별관광과 남북철도·도로협력사업을 다시 북한에 제안한 것이다.

문재인 제안, 미국 반대와 북한 무응답이 걸림돌

미국 국무부는 “지금은 유엔 안보리가 시기상조인 제재 완화를 제안하는 것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선 비핵화 조치를 주장하는 한 중국과 러시아의 결의안이 채택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도 현 시점에서 미국의 반대와 북한의 무응답으로 실현될 개연성이 낮아 보인다.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를 원하지만 미국이 선 비핵화 조치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 하에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하나의 창의적인 방안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간 적대시 정책을 청산하기 위한 종전(평화)선언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다. 이 선언은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 로드맵(roadmap)의 첫 단계이기 때문에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최근 미 하원 군사위원회 한반도 안보청문회(202.01.28)에서 로 칸나(Ro Khanna) 연방 하원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문정인 특보가 첫 단계로 북미 간 평화 선언을 강하게 고무한다”(President Moon and Chung In Moon would strongly encourage a peace declara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as a first step)고 밝혔다. 이 구상은 현 미국의 선 비핵화 조치와 차이는 있지만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우호적인 시그널이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앞서 정책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 봄에 실시할 예정인 한미군사연습은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일시 중단 혹은 유예가 바람직하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가 싱가포르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기자회견(2018.08.02)을 통해 처음으로 종전선언에 대해 “시대 발전의 흐름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밝힘으로써 종전선언에 공식 참여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한중외교장관회담(08.03)에서 종전 선언과 관련해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어서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고 유용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오랫동안 북미 간 종전선언을 주장했으나 중국의 권유로 4자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에게도 중국의 참여 없는 종전선언은 지지할 수 없음을 알렸고 문재인 정부도 3자 종전선언에서 후퇴하고 4자 종전선언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과거 오랜 전부터 4자 평화협정(조약) 체결을 원했고 1990년대 말 남북미중 4자 회담에 참여해 이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냉담한 이유 두 가지

미국은 지금까지 종전선언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종전선언이란 표현보다 평화선언(A Peace Declaration)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북한이 미국에 자발적인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종전선언을 요구했다, 미국은 아직 종전선언 혹은 평화선언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국이 종전(평화)선언 서명 이전에 가시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진전을 요구하고 있는 강경한 입장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둘째, 종전(평화)선언 이후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 요구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만일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약화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 종전(평화)선언을 서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장기적인 국익 차원에서 종전(평화)선언이 창출하게 될 이익을 계산하면 종전(평화)선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필자는 북미평화협정보다 구속력이 강력한 다자종전(평화)선언과 4자 간 한반도평화조약 체결을 제안해왔다. 지금도 남북미중이 종전(평화)선언과 함께 4자 평화조약(A Peace Treaty)―평화협정(A Peace Agreement)이 아닌―체결을 위한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한반도 4자 평화회담을 주창해왔다.

한국, 비핵-평화체제 이행 로드맵 작성해야

가칭 ‘한반도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 속에 남북평화합의문(agreement), 한중평화합의문, 북미평화합의문, 중미평화합의문 등 4개 부속 합의문을 포함해 4자 간 한반도평화조약 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맞교환하면 한반도에는 핵무기 없는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동시에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북한체제 보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만이 보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 칼럼,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5단계 로드맵 구상’, 통일뉴스(2019.05.13) 참조]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비핵-평화체제 이행 로드맵을 작성해 미·중·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4자 정상이 종전(평화)선언 합의문에 서명할 것을 제언한다.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상호 양보와 타협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


※ 이 칼럼은 통일뉴스와 동시에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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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on ‘새로운 계산법’과 ‘새로운 길’

  1. 본 칼럼의 필자는 사람과 사회의 독자여러분들에게 저의 글을 읽어 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글을 읽으시고 일부분이라도 좋아하시면 “좋아요”에 꾹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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