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후 ‘남북대화’ 보인다
곽태환, “남북 간 보건협력이 한반도 평화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4.15 총선 이후 남북대화가 보인다
곽태환 前 통일연구원 원장, 경남대 초빙석좌교수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COVID-19) 대유행(Pandemic)으로 선언했고 전 지구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현 국제적 핵심 문제가 됐다. 권위 있는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세계 인구의 4,000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뉴스미디어와 SNS는 온통 코로나19 기사로 도매되고 있다. 각국의 증권시장은 몸살을 앓고 있어 미국 경제, 세계 경제도 붕괴 직전에 온 것처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인류는 유래 없는 대재앙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코로나19 위기 하에 문재인 정부는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어 트럼프 미 대통령도 극찬하고 있고 전 지구촌 방역의 모범이 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방역을 계기로 한반도에 따뜻한 봄을 예고하는 신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쪽에는 지금 한창 총선 준비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범국민운동을 통해 과학적이고 포괄적인 조치를 진행하고 있어 다행이다. 한편 북쪽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지금 상당한 확진자와 사망자가 생기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으며, 국제적 지원을 받아야 할 시점에 있다고 전한다.
오는 4월 15일은 제21기 국회의원 총선 날이다. 지금 남쪽에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총선 준비가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정권이 했던 것처럼 ‘북풍’을 이용하려는 생각은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한국 정부나 어떤 정치 지도자가 북한과의 화해. 협력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제안도 할 수 없는 딜레마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정부의 대북 제안은 4.15 총선 이후로 미뤄야 할 실정이다.
이 글에서 그 동안 남북 관계의 현실을 재조명하고 4.15 총선 이후 남북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남북 관계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먼저 간단히 살펴본다.
지난 3월 초 남북 관계와 관련 예상하지 못한 큰 이변이 발생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생산적인 남북·북미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북한이 다시 고개를 들고 국제 외교 무대에 등장하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과 그 다음날 5일에는 문 대통령이 답신을 보낸 사실을 청와대가 공개해 획기적인 이벤트가 생긴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남북 간 주고받은 메시지를 살펴보는 것이 4월15일 총선 이후 남북관계의 미래를 전망하는데 필요하다. 국제 관계는 주권 국가 간의 작용(action)과 반작용(reaction)으로 이뤄지는 상호작용(interaction) 관계라고 규정할 수 있다. 최근 남북 간 상호작용 관계를 살펴보면 한반도에서 남북 간 적대적·우호적 관계가 혼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최근 남북 관계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경축사에서 코로나19 사태와 방역에 남북 공조와 공동 대처를 위한 남북 간 보건 협력을 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무응답이다.
북한은 2020년에 들어와서 특별히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일관성 있게 강력하게 주장했다. 올해 처음으로 2월 28일 저강도 도발 행동으로 2개 발사체를 발사했고, 이어서 3월 2일과 3월 9일에는 대구경장거리대포(북한 주장)를 각각 2발과 3발을 동해안에 발사했다. 북한은 동계방어훈련 일환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통상적인 훈련’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러한 북한의 ‘통상적인’ 군사훈련은 서울 입장에서는 “군사적 도발행위”며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의 반응은 적대적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서 청와대가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해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세 살 난 아이, 겁먹은 개” 등 원색적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입에 담기 민망한 ‘막말’을 3일 밤늦게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발표했다. 이런 과잉 반응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도움이 될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비난 담화문이 김정은 위원장의 재가 없이 발표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여정 담화문과 김정은 친서는 모순된 것으로 보이겠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신중한 전략적 계산에서 이뤄진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김여정 부부장의 비난 담화문은 북한이 2020년 들어 강조해온 한미연합훈련 중단 맥락에서 메시지를 읽어야 하고, 북한 입장에서 북한도 동계군사훈련을 주권국가로서 방어적 차원에서 군사훈련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한반도 내에 코로나19 확산·방역과 관련해 친필로 ‘위로’한 친선 메시지이니 두 개의 입장은 상호보완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내용만 보면 대단히 우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5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전했고, 김 위원장이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길 빌겠다”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윤 수석은 외교 관례상 자세히 공개하지는 않겠다고 하면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한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전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담은 답장을 김 위원장에게 같은 날 보냈다고 밝혔다.
이런 엄중한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남북 두 정상이 친서를 교환했다는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남북 정상의 친서는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의 모친상 때, 11월 김정은 위원장에게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때도 친서를 보냈으며, 올해 들어선 처음이다. 코로나19가 계기가 되긴 했으나 일단 친서 교환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는 점이 대단히 중요하다.
필자의 견해는 남북 두 정상 간 친서 교환은 그 동안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모색하는데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두 정상 간 친서 교환은 세 가지 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첫째, 남북 간 ‘소통’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톱다운 정상외교를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향후 두 정상이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둘째, 이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현 북한의 권력 구조와 내부 사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고려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남북보건협력의 필요성을 암시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팬더믹 시대에 더욱더 악화되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상당한 액수의 현금은 중국 관광객의 방북 프로그램에 의존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관광 사업이 잠정중단 됨에 따라 북한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래서 향후 경제적 지원국은 남한임을 재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 언급한 대북 제안을 김정은 위원장이 긍정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므로 4.15총선 이후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길 바란다. 남북 간 보건 협력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제 다자보건회의를 개최하여 국제협력을 통해 과학적·포괄적인 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아래 조치를 고려해주길 제언한다. 북한의 코로나19 사태 관련 모든 자료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즉각 보고하고 국제적 도움을 받아 코로나19로 인해 보다 더 큰 재앙이 발생하지 않길 촉구한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치료를 위해 남북보건협력을 요청하는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그 시기는 4.15 총선 후가 되길 바란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명언이 생각난다. 코로나19가 계기가 돼 한반도에 다시 따뜻한 봄날이 오길 염원한다. 향후 남북 간 보건협력이 한반도 평화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이 글은 사람과사회™가 통일뉴스와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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