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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실패=상이한 접근과 해법

이제 공은 다시 미국에 넘어왔다. 북미 간 비핵화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북미 양측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고 ‘조건 없이’ 대화에 나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셈법 없이는 북미 핵 협상 재개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북미가 기(氣) 싸움을 계속 하고 있는 현실은 암담하지만,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복원을 위해 ‘새로운 설계도’를 그려야 할 것이다.

필자가 트럼프 시대에 북미 양측의 제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면, 미국의 제안은 ‘선(先) 북한의 비핵화 조치, 후(後) 미국의 보상’이라는 종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런 접근은 북한의 ‘단계적, 동시행동 접근’과 배치되기 때문에 북한은 수용할 수 없었다. 따라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새롭고 구체적인 셈법’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공은 다시 미국 코트로 넘어가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으려면 미국의 선 비핵화 조치 요구를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셈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해법으로 ‘단계적 이행 접근’과 ‘실용적인 외교협상’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 방안이나 북핵 해법 로드맵을 공개한 적은 없어 유감스럽다. 사진=청와대

“북미 협상 실패는 ‘상이한 접근과 해법’ 때문”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제언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2021년 8월 15일은 광복 76주년

금년 8월 15일 광복 76주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아직도 한반도 평화 문제는 국제관계의 역사상 아마도 가장 풀기 어려운 국제정치의 과제로 남아있다. 왜냐하면 한반도 평화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기위해서는 남북·북미 관계, 한반도 비핵화 문제, 평화체제 구축 문제, 그리고 원 코리아(One Korea) 새나라 선진 복지 국가건설 이슈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국제정치의 이론을 모두 동원해도 해결하기 힘들기에 국제정치사에 가장 풀기 어려운 국제적 이슈이다.

본 칼럼에서 현실적으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이에 대해 필자가 한반도 평화의 선결 조건을 먼저 분석한 후 현 시점에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북미 간 대화재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필자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본 칼럼의 근본 목적이다. 본 칼럼의 제언은 평생을 한반도 문제 해법을 연구해온 필자의 마지막 호소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반도 문제 관련국 지도자들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본 칼럼의 제언을 수용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한반도비핵·평화정착을 위한 5대 핵심 선결 과제는?

1953년 7월 27일 군사정전협정이 체결된 이래로 한반도에서 지난 68년간 전쟁도 평화도 아닌 남북한 간 군사적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남과 북은 여전히 실질적으로 전쟁상태에 있으며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 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 하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한반도 평화조약(협정) 체결 없이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5대 핵심과제와 북미 간 대화재개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검토해보고 정책 대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그러면 선결해야 할 핵심과제를 먼저 살펴보자. 첫째, 남북 간 신뢰 구축이다. 남과 북이 상호신뢰가 부족하여 먼저 양측 간 상호 신뢰구축 작업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그 동안 남과 북 사이에 상호신뢰 결여로 인해 남과 북이 합의사항을 지키지 못하거나 위반하였으며 평화와 통일을 이루겠다는 정치적 의지 역시 부족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의미 있는 문서에 공동 서명하였다.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6.15남북공동선언(2000), 10.4남북공동선언(3007), 4.27판문점남북공동선언(2018), 그리고 9.19평양남북공동선언(2018)은 남과 북이 합의한 역사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도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어 한반도 평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은 너무 안타깝고 아쉽다.

남과 북이 깊은 상호 불신과 적대적 감정, 상반되는 이념과 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남북 간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 체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프로세스에 핵심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핵심 과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의 포용 정책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이 포용(Engagement)의 자세를 견지하지 않고서는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프로세스를 기대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남북 간 공동합의 문건들은 각자의 헌법 절차에 따라 비준동의를 걸쳐 반드시 이행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남과 북이 합의만 해 놓고 남북 간 공동 합의를 이행하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에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개정된 김일성-김정일 헌법(2012.4.13.) 서문에서 북한이 핵 국가임을 명문화 한 후 북한은 6차례 핵 실험을 걸쳐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다.

북한이 핵보유국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 의지를 피력하였다. 2018년 3월 “조건부” 한반도 비핵화를 제안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의 두 개 전제조건인 (1)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2)북한체제의 보장을 전제로 ‘조건부’ 한반도 비핵화를 제안하였다. 이 조건만 충족되면 김 위원장은 핵보유국가로 남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최고 존엄”의 제안이기 때문에 미국이 수용하면 한반도 비핵화는 이뤄질 것이다. 그러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이 김 위원장이 제안한 두 개 전제조건을 수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만약 미국이 김 위원장이 제안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두 개 전제조건을 받아드릴 수 없다면 북한체제의 생존과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 제안한 한반도 비핵화의 두 개 조건을 수용할 의지가 없어 보여 대단히 유감스럽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안하지 않으면 협상에 의한 한반도 비핵화는 현시점에서 물 건너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통일 한반도의 실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임을 이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북미 간 실무협상에 논의하게 될 현안 이슈와 관련하여 아래 구체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셋째, 남과 북은 한반도 정전체제를 종식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병행 추진함이 바람직하다.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직접 당사국으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내외 유리한 환경조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과 북이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북미 간 상이한 접근 때문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지연되고 있다.

그러면 남과 북이 주장하는 각자의 접근을 요약한다. 북한은 일관성 있게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북미 간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고집해 왔으나 최근 다자간 평화협정 체결에 합의한 바 있다. 반면에 남한은 미·중·남·북 4자 간 평화 조약(협정) 체결을 주장하였고 단계적인 접근으로 상호교류와 협력을 통해 상호신뢰를 구축하자고 제안하였다. 국제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프로세스 구축에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국제적으로 보장하는 다자간의 평화조약(협정)을 선호하고 있음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프로세스에 청신호이다. 필자는 한반도는 평화협정(Peace Agreement)보다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평화조약(Peace Treaty)을 선호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필자 칼럼 참조.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이 비핵화의 지름길?’, 2021.03.02, 통일뉴스)

넷째, 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이 지연되고 아직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한반도 문제 당사국인 미·중·남·북 4자가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칼럼과 시론을 통해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로드맵에 관련국들이 합의하길 반복적으로 제언한 바 있다. 남·북·미 3자가 먼저 한반도 비핵-평화 로드맵에 합의한 후 4자 간 한반도 비핵-평화 로드맵에 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대한 5단계 로드맵에 관련하여 필자 칼럼 참조.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5단계 로드맵 구상’, 2019.05.13 통일뉴스)

다섯째, 한반도에는 유엔 회원국인 대한민국(ROK)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는 현실적으로 두 개 주권 국가가 존재한다. 이제 남북기본합의서(1992년 비준)에 규정한 남북한 관계를 특수 관계로 보는 시각을 수정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헌법에 영토 조항(헌법 3조)도 수정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국제법적으로 남과 북이 서로를 주권 국가로 인정하고 남북 관계 정상화를 위한 ‘남북기본조약’ 체결이 바람직하다. 이제는 남과 북이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 국가가 존재함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이런 절차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남북 관계의 정상화 조치가 필요하며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이 이뤄지면 수렴 이론에 바탕을 둔 ‘원코리아’(One Korea), 새로운 선진 복지국가건설 합의에 의한 통일이 이뤄질 것이다.

북미 간 스톡홀름실무회담 결렬의 교훈과 시사점

그러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은 아직도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한 ‘새로운 셈법’을 제안하지 않고 ‘조건 없는 대화’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왜냐하면 북한도 북한 식 ‘전략적 인내 정책’을 구사하고 있고 북한이 제안한 북미 간 대화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이제 남은 10개월 임기 중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기대하지만 문 대통령이 임기 중에 북미 간 핵 협상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한반도비핵·평화체제’ 구축은 영원히 물 건너가게 될 수도 있어 안타깝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전략적 인내심을 갖고 냉철히 기다리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북한은 북미 간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주장하였다. 북한이 주장하는 핵심 의미는 대북제재 완화·철회,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한국 정부의 첨단 전략 장비 반입 중단, 종전선언, 북한의 내정 불간섭,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일부만이라도 미국이 수용한다면 북미 간 대화재개는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므로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대화 조건에 유연성을 보이면 북미 간 협상 재개가 이뤄질 것이다. 그러면 협상이 재개되면 의제(Agenda)는 무엇으로 해야 할까? 필자는 이에 대해 2019년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간 마지막 실무회담에서 논의된 의제에 대해 북미 간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북한 김명길 대표는 북미 간 합의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구축 조치들에 대해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해야 다음 단계의 비핵화조치를 위한 본격 대화에 들어갈 수 있다고 이미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스톡홀름회의에서 트럼프 전 행정부는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에 대해 “새로운 셈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사점이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트럼프 백악관과 당시 미 국무부에서 검토했던 제안은 ‘새로운 맞춤형 패키지 아이디어’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하나 또는 그 이상의 핵심 핵 생산시설을 해체하고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을 공식 선언하는 내용이 포함된 패키지 대가로 미국은 제재 완화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즉 ‘주고받는 외교’ 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이 구상부터 검토하자는 제안이다.

구체적으로 당시 미 국무부는 “북한의 핵무기 시설 동결은 물론 핵물질과 미사일 생산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제안도 재평가했을 것이다. 요약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단계적 접근 방식’과 ‘실용적인 외교협상’(Practical Diplomacy)에 따라 첫 단계에서 북한의 핵무기 시설 동결, 1~2개 핵심 핵 생산시설 해체,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선언과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패키지와 종전선언 등을 맞교환하자는 구상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러한 구상을 수용한다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구상을 제안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이런 구상을 미국이 제안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용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서서히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스웨덴스톡홀름실무회담에서 논의된 각자의 요구와 주장과 관련하여 북미 간 실무회담에서 이 구상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스톡홀름북미실무협상 결렬 요인은?

북미 간 스웨덴스톡홀름실무협상이 실패한 요인을 요약하면, ‘북미 간 상이한 접근과 해법’ 때문이다. 먼저 당시 미국의 입장부터 검토하자. 미국은 북한의 先(선) 비핵화 조치에 대한 후(後) 대북 제재해제를 포함한 보상 안을 북한에 제안했다. 첫째, 북한이 핵무기 핵물질을 미국으로 인도하기로 약속하고 핵시설, 생물 화학 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관련 시설을 완전 해체를 요구하였다, 둘째,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완전 폐기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는 ‘영변 플러스(+) 알파’의 이행을 포함하여 미국이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다.

그리고 북한이 상기 미국의 두 조건을 먼저 받아들인다면 미국은 아래 조치를 하겠다고 북한에 제안했다. (1)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조치로 석탄 섬유 수출 금지에 대해 일시적으로 유보를 제안하였다. 이런 조치는 미국이 처음으로 제시한 대북 제재 완화 조치였다. 그리고 유엔제재의 일부를 완화하고 인도적 경제지원을 제안하였다. (2) 미국은 북한체제 보장의 일환으로 종전 선언도 제안하였다. 그리고 (3)제3차 북미 정상회담도 제안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先(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미국의 이런 제안에 대해 북한은 5개 사항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1) 미국의 전면적인 대북제재 해제 요구, 그리고 ICBM 발사와 핵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북한이 이미 취한 선제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 요구. (2) 한미 합동(연합)군사연습 실시 중단 요구, (3)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첨단 무기 배치 중단 요구, (4) 핵무기 탑재 가능한 전략폭격기 등의 한반도 전개 중단 요구, 그리고 (5) 북한은 단계적인 보상 조치를 요구하였다고 한다.

필자가 트럼프 시대에 북미 양측의 제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면, 미국의 제안은 ‘선(先) 북한의 비핵화 조치, 후(後) 미국의 보상’이라는 종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런 접근은 북한의 ‘단계적, 동시행동 접근’과 배치되기 때문에 북한은 수용할 수 없었다. 따라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새롭고 구체적인 셈법’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공은 다시 미국 코트로 넘어가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으려면 미국의 선 비핵화 조치 요구를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셈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해법으로 ‘단계적 이행 접근’과 ‘실용적인 외교협상’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 방안이나 북핵 해법 로드맵을 공개한 적은 없어 유감스럽다.

요약하면 트럼프 행정부시대에 북미 간 비핵화 해법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합의도출에 실패하였다. 향후 북미 양국이 각자의 해법을 고집한다면 현재 교착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모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이 상호 양보와 타협하려는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곧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북미 당국자에게 제언한다. 스웨덴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 검토된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의 제안과 북한의 제안을 융합(fusion)하여 단계적, 동시행동의 원칙하에 실용적 외교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에 남·북·미 3자가 먼저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후에 미·중·남·북 4자간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북한체제 보장을 담보함으로서 한반도의 영원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와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

문재인 정부가 임기 10개월을 남겨두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바라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금년 8월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하여 큰 결단을 해야 할 시점에 7.27 남북 정상 간 통신연락선 복원 합의가 이뤄졌다. (북한 의도에 대한 분석은 필자 칼럼 참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복원되려면?’, 2021.08.01, 통일뉴스)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조치 가운데 일관성 있게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북한의 입장에서 작전계획 5015 한미연합훈련은 북한 지도층의 참수 작전이 포함되어 있어 북한의 시각에서는 ‘방어적 성격’이 아닌 ‘공세적 성격’이기 때문에 훈련 중 북한을 공격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일관성 있게 주장하고 있다.

문 정부의 임기 중에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바라고 있어 문 정부가 8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 연기 혹은 최소 규모 훈련(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 등을 고려하고 있는 중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8.1 담화 발표가 문재인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주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국내 정치를 의식하고 대선의 영향을 고려하여 문 정부는 결국 최소한 규모로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한미 군 당국은 한미연합훈련의 사전연습으로 8월 10일부터 13일까지 각종 국지 도발과 테러 등의 상황을 가정한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Crisis Management Staff Training)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8월 16일부터 26일까지 예정된 후반기(21-2) 연합지휘소훈련(CCPT, Combined Command Post Training)도 증원 인력 없이 작전 사령부급 부대의 현 인원만 훈련에 참여하고, 사단급 이하 부대도 참가 수준을 최소화할 것이며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연습(CPX, Command Post Exercise)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지난 3월에 실시한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최소한 축소하여 실시했기 때문에 강력한 대응이 없었다. 이번에도 북한이 강력한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길 기대한다.

김여정 부부장의 8.1 담화 발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중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복원에 찬물을 끼얹게 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 혹은 조건부 연기(여야 국회의원 74명이 남북 관계 개선을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자는 제안 성명서 발표)를 결정했더라면 문 정부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정부가 8월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한 큰 결단은 정치적 합의를 가진다. 국내 정치의 불안정을 잠재우고 대선을 조용하게 실시하려는 현 정부의 고민이 엿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조건 없는 대화’ 반복 말고 창의적 로드맵 제안해야

2021년 4월 30일(미국 현지 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다면서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일괄타결 식’ 접근도 아닌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도 아닌 ‘단계적 접근 방식’과 실용주의적 외교 협상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외교 협상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나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아 북한과 어떻게 실용적인 접근을 시도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3개월 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것만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들이 제안한 대화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셈법’을 가져오라고 하면서 미국의 제안에 묵묵부답이다. 그리고 향후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압박을 지속하면서 조건 없는 북미 간 대화 주장만 반복하고 있어 북미 간 기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정상 간 합의서를 존중하고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협상의 전제조건을 고집하지 않으면 북미 간 대화와 협상재개의 개연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필자는 현실적으로 북한이 직면한 국내외 요소를 감안할 때 북한이 이런 대화의 전제조건을 고집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현재 직면한 3중고를 감안하면 북한은 양보와 타협을 통해 북미 간 외교협상을 성공시키려 할 것이며,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한반도 비핵화의 2개 조건을 일부분이라도 미국이 수용한다면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필자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위한 북미 간 협상 재개는 2019년 10월 북미 간 스웨덴실무협상에서 합의하지 못한 핵심 이슈들을 중심으로 실무협상에서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원칙으로 미국과 북한이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으로 상대방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길 바란다. 그러면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서는 북미 간 상호 양보와 타협 의지가 기본원칙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대선을 앞두고 한국 국내 정치의 안정화이다. 필자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위해 대선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한반도 평화는 초당적이고, 초정치적이고, 초이념적이고, 초종교적이라야 원코리아(One Korea), 새 나라 선진복지국가건설의 기반 조성을 위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온 국민이 함께 동참하여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을 모우기를 기원한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향한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과 미국이 노력할 것을 제언하고자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험을 절대로 실시해서는 안 된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이 제안한 북미 간 대화 조건의 일부분이라도 수용할 것을 심각히 고려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대북제재 면제인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을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먼저 북한의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하여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을 한국 정부와 함께 선제적 지원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대승적 차원에서 한미 양측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수용하길 바란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복원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이 칼럼은 통일뉴스와 사람과사회™가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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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이스턴켄터키대학교(Eastern Kentucky University) 국제정치학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및 교수, 통일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 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사람과사회™ 상임고문 등을 맡고 있다. 경남대 정치학 명예박사(2019), 글로벌평화재단 평화상(혁신 학술 연구 분야, 2012)을 수상했다. 32권의 저서와 공저, 편저 등을 비롯해 칼럼, 시론, 학술 논문 등 300편 이상을 출판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구상』,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공저) 등이 있다. 영문으로 발간한 책은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Ashgate,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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