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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모금] 흥륜사

죽고 사는 것은, 칼날 위든가, 절벽 위인가, 불꽃 위든가, 허공의 안인가 밖인가? 사진=Pixabay

흥륜사

석연경

말이 질주하면
연기 높이 피우고
아우성인 밤에는
산정에 불을 피우네
불꽃이 불꽃으로
마음이 마음에게로

죽고 사는 것은
칼날 위든가
절벽 위인가
불꽃 위든가
허공의 안인가 밖인가

수행의 칼날을 갈아
푸른 날 선 마음마저
베어버릴 때
침범자는 섬나라로 갔지

도시의 산에서
커다란 수레바퀴가 구르네
빛이 흐르는 동쪽 강으로
거리에서 정원으로

산벚꽃 환히 피고
대숲에 맑은 바람이 부니
눈 맑은 꽃사슴도
바퀴 굴리러 오리니

불꽃 꺼진 순한 땅에
화엄의 수레가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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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경 경남 밀양 출생. 2013년 『시와 문화』에서 시, 2015년 『시와 세계』에서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가 있다.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About 김종영™ (915 Articles)
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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