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적 ‘팃포탯전략’ 필요하다
남·북·미, ‘팃포탯전략’ 고려하길 바란다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한미 양 정부는 ‘강대강’ 맞대응 전략과 힘을 바탕으로 군사안보만 강조하다가보니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 전략이 실종되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남·북·미 3자가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고수한다면 한반도에서 민족상잔의 비극인 (핵)전쟁의 개연성이 높아지게 되어 우려스럽다. 현실적으로 남·북·미 간 건설적 대화 및 소통 없이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한미 양 정부의 새로운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북미 및 남북 간 대화 재개 유인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여 무력충돌을 예방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건설하기 위해 필자의 정책대안을 제언하려는 것이 본 칼럼의 기본 목적이다.
바이든, ‘대북무시정책’ 버려야 한다
한미 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강압 정책은 북한을 압박하여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 없는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북한은 대화에 나오지 않겠다고 미국에 통보했지만, 미국은 ‘대북무시정책’(Benign Neglect)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이 바이든식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집하는 한 북한은 국방력을 강화하여 핵 강국으로 매진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핵 강국이 되는 것을 막는 길은 유일하게 북미 간 대화를 통한 상호신뢰 구축을 통해 건설적인 북핵 협상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월에 들어와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회동이 서울에서 6월 3일 개최되었다. 이 모임에서 새로운 북핵 해법을 크게 기대했는데 새로운 해법이 없어 유감스럽고 실망이었다. 이 모임에서도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앵무새같이 반복하였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해야 북미 간 대화 및 협상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성김 미 대사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이번 한·미·일 서울 회동도 새로운 대북제안이 없어 유감이었다.
윤석열 정부 ‘힘 중심 안보정책’은 ‘한반도 평화전략’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힘을 바탕으로 한 군사안보만 강조하고 있어 한반도 평화전략이 안 보인다. 윤 정부는 한반도의 비핵화 대신에 ‘북한의 비핵화’ 표현을 즐겨 쓰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합의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기에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은 쓰지 않아야 마땅하다. 서울에서 6월 8일에 개최된 한·미·일 3국 차관회의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을 살펴보니 3국간 안보협력만 보이고 ‘한반도의 비핵화-평화전략’은 보이지 않아 유감스럽다.
윤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아직도 ‘북한의 비핵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윤 대통령이 즐겨 쓰지만, 미 정부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공식문서에 쓰고 있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군사안보와 평화전략의 두 수레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하는데 안보만 보이고 평화전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 유감스럽다. 남·북·미 3국간 한반도에서 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 해법의 초석인데, 새 정부가 안보전략만 강조하다 보니 평화전략이 안 보여 안타까워 유감이다.
한반도 주변에는 최근 여러 종류의 한미 군사훈련이 시행되었다. 특히 2017년 11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실시한 한미 양국이 항공모함을 동원한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하루만인 6월 5일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분노와 반발 차원에서 동해상으로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 8발을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세 번째 무력시위이기 때문에 한·미·일 3국의 릴레이 회동이 진행되고 있다. 무슨 해법이라도 나와야 할 것인데 오리무중이라 안타깝다. 현 시점에서 한미 양 정부는 북한의 핵 강국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한미 간 무력시위를 자제하고 우선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미국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직설적으로 언급하자면 미국이 대북무시정책을 버리고 적극적 관여(engagement)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강대강’ 맞대응은 ‘위험’을 낳는다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 발사(6월 5일)에 맞대응으로 하루가 지난 6월 6일 현충일 새벽 4시 45분부터 약 10분 간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Army TACtical Missile System, 육군 전술 유도탄 체계) 총 8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발표했다. 합참은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은 북한이 다수 장소에서 미사일 도발을 하더라도 상시 감시 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 원점과 지휘 및 지원세력에 대해 즉각적으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강대강 맞대응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위험과 관련하여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반도에서 강대강 맞대응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위기를 고조하고 ‘사고로 인한 전쟁’(accidental war)으로 유발할 수도 있어 북한과 한미는 즉각 맞대응의 무력시위는 자제하고 남북/북미 간 대화와 협상 재개를 위해 건설적인 해법을 모색하길 촉구한다.
한편, 6월 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 8일~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하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 몇 가지 정책적 함의를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첫째, 북한의 국가안보는 생존권 문제이기 때문에 한 치의 양보나 허점이 보여서는 안 되며 국방력 강화를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라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고 무력과 국방 연구 부문을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다른 국가의 안보 관련 입장과 같다. 한미 정부도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이번 회의에서 한미 고위관리, 정보기관이나 IAEA 등 북한의 7차 전술핵 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김 위원장은 핵실험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그리고 한미 정부를 겨냥한 직접적인 위협 발언도 없는 것이 특이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국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여 전술핵 실험을 포기한 것은 아닌 것 같고 한미 양 정부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김 위원장이 핵실험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우리의 적’으로 명시한 데 대한 북한의 강대강 맞대응으로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적 투쟁과 대외사업 부분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들과 전략 전술적 방향들이 천명되었다”라고 알려졌다. 이 의미는 북한은 남한을 사실상 ‘적’으로 규정하고 남북관계를 대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이번 회의에서 대남 강경파인 리선권 외무상을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하고 미국통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으로 승진을 단행한 것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행동으로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제안한 일부분 대화의 조건을 미국이 수락하면 북미 간 대화 재개는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평양 안보전략가들은 게임이론을 잘 구사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회의를 통해 앞에서 지적한 데로 북한이 직면한 국내외 요인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를 원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중국의 강력한 요구로 인한 7차 핵실험 결정을 주저하고 있는 걸 보면 더욱더 그러하다. 북한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침체로 악화하여 한미가 조금만 북한의 체면만 고려한다면 북미 간 대화 재개의 개연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미 3국, ‘Tit For Tat 전략’ 재고 권장한다
현 시점에서 남·북·미 3국이 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제언해 보고자 한다.
남·북·미 3국이 렵력적 팃포탯(Tit For Tat, TFT) 전략을 재고해보길 바란다. 요약하면 팃포탯 전략은 상대가 협조적 신호를 보내면 협조하고, 반대로 적대적 신호를 보내면 협조하지 않는다. 이런 전략을 팃포탯 전략 혹은 보복전략이라고 한다.
필자는 한반도 정세에 남·북·미 3국 간 TFT 전략을 구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시점에서 한반도 위기 상황 속에서 누구든지 협조적 신호를 보내면 다른 편에도 상응되는 협조적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자제하고 협조적 TFT 전략으로 전환할 것을 제언하는 바이다.
남·북·미 3자가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북한이 먼저 하든지 한미가 먼저 시도하든지 상관없이 어느 쪽이든 먼저 협력적 신호를 보내면 협조적 TFT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남·북·미 3국이 강대강 맞대응을 접고 TFT 전략으로 전환하길 촉구한다.
※ 이 글은 사람과사회™가 통일뉴스와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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