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첫 BBQ 체인점 CEO 탄생
“북한 이야기 전하는 강사가 아니라 성공한 기업인으로 강단에 다시 서겠다”
대한민국에 정착한 2만 8천여 명의 탈북민들 속에는 성공한 기업인들도 많이 있다.
국영기업체제인 북한에서 기껏해야 시장을 이용한 경험밖에 없는 많은 이들이 쓰디쓴 좌절과 수십 번의 실패를 딛고 자신만의 창업에 성공해 대한민국에서 사장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미 홈쇼핑까지 진출해 대박 신화를 창조한 전철호 씨 못지않게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많은 탈북민들이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탈북민 최초로 BBQ 체인점 사장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시 구로구 봉천동 현대시장 근처에 BBQ 치킨 가게를 오픈한 김화(가명) 씨다.
2011년에 한국에 입국한 북한여군 장교 출신인 그가 지금까지 해오던 강연과 잘 나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돌연 창업에 뛰어든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2014 7월, 북한민주화위원회와 통일신문사는 (주)BBQ와 손잡고 창업을 원하는 탈북민들의 BBQ 본사 견학을 추진했다. 이 견학은 탈북민들의 정착에 항상 많은 관심을 돌려온 (주)판문점트레블센터 사장인 북한민주화위원회 김봉기 감사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김봉기 감사와 장운영 통일신문사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포함해 탈북민 40여명이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BBQ 본사를 방문했다.
BBQ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제품 생산 공장견학에 이어 제품 만들기 현장실습까지 세심한 배려를 돌려주었으며 모든 행사 일정이 끝날 무렵에는 창업을 원하는 탈북민들을 위해 별도의 특별 상담 자리까지 마련해 주었다.
당시 창업에 대한 의지를 보인 여러 명의 그 탈북민들 속에 김화씨도 있었다. 1박 2일간의 일정 후에도 김화 씨는 창업을 위해 김봉기 사장과 함께 여러 차례 BBQ 본사를 방문하고 관계자의 조언을 들으며 창업의지를 굳혔다.
그리고 수개월간 고민 끝에 드디어 올해 1월 12일부터 남편과 함께 3주간의 창업교육에 참가했다. 수십 명의 교육생 가운데 탈북민으로서는 김화 씨가 유일했다.
그런데 교육 첫날부터 김화 씨의 예상을 뒤엎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치킨이라고 하니 한두 가지의 메뉴로만 알았는데 기본메뉴만 30가지가 넘었다.
아침 7시에 기상하여 밤 9시, 취침 30분전까지 이어지는 교육과 실습으로 하루 종일 돌아치고 나면 그대로 쓰러질 정도로 강도 높은 실전 훈련이었다.
북한에서 7년여의 장기간 군복무로 체력을 다져 온 김화 씨지만 그때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런데다 함께 참여한 다른 교육생들은 치킨 이름을 이미 다 떼고 들어갔으나 40대 후반이 되도록 치킨이나 피자를 사먹어 본적이 별로 없는 김화 씨에게는 메뉴를 외우는 것도 큰 난제였다.
황금올리브치킨, 바삭칸치킨, 양파의 청춘, 꼬꼬댁, 꿀떡의 추억……. 이름도 생소한 30여 가지 제품의 레시피를 단 3주 동안에 다 외워야 한다는 것 역시 무리였다.
어디 그뿐이랴. 하루 수십 번 씩 자기가 만든 제품의 맛을 체크해야 하는데 하루 일정이 끝나가는 무렵엔 이 맛이 저 맛 같고 도저히 감이 안 잡혔다.
선택의 여지가 없고 더 물러설 곳도 없다는 각오를 가지고 뛰어들었는데 잠깐 후회스럽기도 했다.
하루일과가 끝나면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러면 함께 교육에 참여한 남편이 그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통일의 그날, 성공한 기업인으로 고향의 부모형제를 만난다는 남다른 각오가 없었다면 그는 다시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한국 입국 4년차. 탈북민 가운데 여성으로 군사대학을 졸업한 몇 안 되는 재원이라 그를 찾는 곳도 많았다. 지난 기간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도 역시 그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김화 씨는 다시 일어섰다. 다시 용기를 내어 하루 24시간을 25시로 쪼개며 교육에 임했다. 열정은 결과를 낳았다. 3주간의 교육과 현장실습이 끝났을 때 전 교육생 가운데서 김화 씨는 가장 훌륭한 성적을 거둔 교육생으로 평가받았다.
음력설을 앞두고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가게를 오픈한 김화 씨는 꿈 만 같았다. 하지만 가게를 오픈했다고 누구나 다 성공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경기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되어서 갈수록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진다는 뉴스도 이어지고 있다. 거리에 빼곡히 나붙은 간판만 보아도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10명이 창업을 한다면 이미 다른 사업자 10명이 망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다가 사회생활 경력이라고는 북한에서 軍복무가 전부인 그에게 있어서 사업가로 성공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게를 오픈하는 날, 여러 명의 탈북민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가게에 찾아왔다. 지난 해 BBQ 본사에서 창업 상담을 함께 받았던 친구들이었다. 김화 씨는 이미 그들보다 멀리 앞서 달려온 것이다.
오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그의 가게에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 주변에 이름이 다른 치킨 가게도 여러 곳 있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되지만 김화 씨는 벌써 한 가지를 터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고객 관리 차원에서 레시피를 지키지만 후에는 이득 창출에만 눈이 어두워 고객을 잃게 되고 결국은 폐업한다는 것이다. 김화 씨는 초심을 잃지 않고 오직 맛으로 주변 치킨 가게와 승부수를 걸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쉼 없이 전화벨소리가 울리고 주문이 이어진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그대로 꿈나라로 빠져들고 꿈에서도 그는 치킨을 생각한다. 김화 씨는 일단 치킨으로 시작했지만 자리가 잡히면 피자도 함께 할 계획이다.
BBQ 치킨과 함께 반드시 성공해 북한을 이야기하는 강사가 아닌 창업에 성공한 기업가로 강단에 다시 서겠다는 당찬 의욕을 보이는 김화 씨. 회사원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김화 씨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 이 기사는 통일신문 3월 9일자(제728호, 정진화 객원기자) 기사를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바람직한 사례의 기사군요. 부디 김화씨 부부가 노심초사를 동반한 노력과 투자한 시간에 상당하는 수확을 거두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