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다?
책은 아메바가 아니었다.
오다 마사쿠니(小田雅久仁)는 환타지를 쓰는 작가다.
책을 암컷과 수컷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발상이 참 재미 있다.
또 제3회 트위터 문학상 ‘정말 재밌는 국내 소설’ 1위에 오른 책이기도 하다.
정치학과 출신인 점, 데뷔작이 판타지보다 순문학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특이하다.
책의 암수 구분은 환타지라서 가능한 일이겠다.
출판사 리뷰에서도 언급한 이 책의 한 대목은 암수 구분을 하지 않아 생기는 판타스틱한(?) 내용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책은 ‘진보적 지식인’이 아닌 ‘산보적 지식인’을 자처하는 정치학자 후카이 요지로의 외손자 히로시가 자신의 아들에게 외가의 비밀을 글로 남기는 형식을 취한다. 그 비밀이라 함은, 책에도 암수가 있어 그 사이에서 책이 태어난다는 것. 요지로는 그러니 책의 위치를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엄포를 놓지만, 히로시는 자꾸 책을 사들이는 애서가 할아버지가 눙치느라 하는 말이라 여기고 그 금기를 어겨버린다. 그러나 그 순간 듣도 보도 못한 책이 탄생하고, 늘쩡늘쩡한 농담 속에 감춰두었던 후카이가의 비밀이 드러난다.”
일본은 사람의 심리에 강하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든다.
이를 테면, 공포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 공포나 두려움을 담아 보는 이가 깊이 느끼도록 하는 데 있어 일본은 분명 탁월함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암수 구별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새로운 책이 ‘탄생’하는 이야기도 예외는 아니다.
오다 마사쿠니 작품에 등장하는 ‘책’은 어쩌면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책의 위치를 바꾼다는 것은 곧 사람, 즉 부부와 출산에 대한 비유로도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책의 위치 바꾸기는 곧 부적절한 부부 관계로 볼 수도 있겠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암컷일까, 수컷일까.
다른 책과 바꾸어 놓으면 새 책이 태어날 수 있을까.
환타지처럼 꿈에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오다 마사쿠니 저
권영주 역
은행나무
201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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