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
황인찬 “한 번에 읽히는 시가 좋다”...시집 『희지의 세계』펴내
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
–황인찬, ‘숙이의 정치’(시집 <희지의 세계>, 2015.09.18) 중에서
출판사 리뷰를 보니 매뉴얼을 거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황인찬의 시는 한국문학사를 부정하면서도 필연적인 패배 혹은 어쩔 수 없는 속박을 본능적으로 안다. 매뉴얼이 되어 버린 전통을 비웃고 어떤 가르침도 거부하고는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다시 “아침의 빛과 어울리게 되”는 어둠처럼 시적 히키코모리는 다시 세상으로 나아간다.
한국문학사에 대한 황인찬의 도전은 여기까지다. 종로라는 전통적 배경에서 연인 관계에 가까운 캐릭터를 통해 펼친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죄악감을 얻은 우리일까? 죄악감을 발생시킨 저들일까?
승자와 패자를 가늠하기 힘든 대결. 다만 황인찬의 시를 통과한 우리는 “판결이 끝났다”는 사실을 등에 지고서 “평생 동안”의 “죄악감”을 얻었을 따름이다.
이 과정에서 황인찬은 모더니즘의 새로운 기수로 임명받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인의 정수리에 있는 난쟁이가 되길 거부했다. 시인은 차라리 한국시에서 ‘모더니즘이라는 거인’ 자체가 되어 지금까지의 거인의 자세와 태도, 옷차림과 말투를 바꾸려 한다.
이렇게 황인찬의 두 번째 시집 『희지의 세계』는 한국시의 전면에 위치하며, 한국문학사의 맨 앞에 자리하는 시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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