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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냐 가뭄이냐”

태안군 ‘이원수로’ 어족 급속 소멸, 낚시·가뭄이 주요 원인?

2017년 4월 20일 오후 3시, 충남 태안군 이원면에 도착했다. 지난 3월 29일 한 모임에서 처음 만난 어민 최진엽(1958년·60세) 선생이 낚시 때문에 어종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찾은 곳이다. 첫 만남에서 최 선생은 ‘가까운 바다(근해)’에 있는 어종이 부분별한 낚시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낚시가 바다 어종에 이 정도까지 큰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이어서 눈을 휘둥그레 뜨며 사실이냐고 재차 물었다. 최 선생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말을 거듭 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2017년 4월 20일 오후 3시, 충남 태안군 이원면에 도착했다. 지난 3월 29일 한 모임에서 처음 만난 어민 최진엽(1958년·60세) 선생이 낚시 때문에 어종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찾은 곳이다.

첫 만남에서 최 선생은 ‘가까운 바다(근해)’에 있는 어종이 부분별한 낚시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낚시가 바다 어종에 이 정도까지 큰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이어서 눈을 휘둥그레 뜨며 사실이냐고 재차 물었다. 최 선생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말을 거듭 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4월 20일은 약속한 날, 최 선생이 있는 태안군 이원면에 도착해 어종 멸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 선생이 말하는 장소는 ‘바다’가 아니라 근처에 있는, 강을 닮은 ‘수로’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 들었던 이야기와 차이가 커서 취재를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서울에서 태안까지 멀리 온 상황이라 아무 이야기도 듣지 않고 되돌아올 수도 없었다.

태안 이원면 ‘이원수로 붕어’, 왜 씨가 말랐나?

이원면에 있는 수로는 ‘이원수로’라고 부른다. 당산리, 관리, 포지리 등 세 지역 중 당산리 중심 지역을 흐르고 있다. 수로는 전체 길이가 약 4km에 이른다. 최 선생과 함께 수로 주변 약 1km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원수로는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이원호에서 시작한다. 수로의 폭이 넓고 갈대와 말풀 등 수초가 많아 붕어가 성장하는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때문에 붕어를 잡으려는 낚시꾼이 오래 전부터 찾는 곳이다. 주요 어종은 붕어다. 이 외에 잉어, 가물치, 동자개, 망둥어, 참붕어, 새우 등을 잡을 수 있는 곳이다. 수심도 상류권은 1m, 중·하류권은 약 2m 정도다. 낚시 정보 관련 검색을 해보니 이원수로에 있는 붕어는 봄철 산란기는 물론 수초가 삭아 내리는 늦가을에 굵은 씨알이 굵은 붕어를 잡을 수 있다. 미끼는 지렁이와 새우가 유리하다는 설명도 있다.

취재를 하던 날 수로에서 붕어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최 선생은 물론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붕어를 비롯해 물고기를 거의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씨가 말랐다’는 말을 적용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최 선생은 이와 관련해 “3~4년 전까지만 해도 수로 주변에는 평일에도 낚시꾼을 싣고 온 관광버스가 수십 대에 이르고 주말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버스가 이곳을 찾았다”며 “버스를 포함해 승용차를 갖고 찾은 낚시꾼도 무척 많았고, 낚시꾼들이 무분별하게 붕어와 민물고기를 잡는 바람에 수로에서 살고 있는 어족의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붕어는 오염에 견디는 힘이 강해서 3급수 수질에서도 잘 자라는 어종인데, 붕어가 잘 자라지 못할 만큼 수질과 생태 환경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낚시꾼 때문에 어족 멸종 위기?

최 선생의 설명에 따르면, 수로를 찾은 낚시꾼은 크고 작은 물고기를 잡아 먹잇감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고 이 때문에 물고기가 제대로 자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태안군에 있는 드르니항 주변도 낚시꾼이 몰려와 어린 주꾸미까지 무분별하게 잡는 바람에 수확량이 줄어 주꾸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평균 1만5000원(1kg)이던 가격이 4만원까지 올랐다.

무인도에 가서 난(蘭) 종류를 무차별하게 캐서 특정 섬에서만 자라는 난이 씨가 말라 멸종 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낚시를 하러 온 사람들이 주변 산을 오가며 고사리를 비롯해 산나물을 마음대로 뜯어가는 바람에 나물 농사 피해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원수로에 붕어 등 어족이 많았을 때는 당산리, 관리, 포지리 등 세 곳에 사는 일부 주민이 허가를 받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어업조합도 만들었다. 10여 년 전에 조합을 만들어 운영했지만 3~4년 전부터 고기를 잡을 수 없어 조합은 유명무실한 상황이 됐다.

최 선생은 “낚시꾼이 많이 찾으면서 쓰레기 문제가 크다”며 “강 일부 오염은 대부분 낚시꾼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길 주변 여러 곳에 버린 쓰레기도 상당히 많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농사를 짓는 논이나 밭에 버리는 것도 문제인데, 동네 사람들이 쓰레기를 치우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경우에는 제때에 치우는 것도 어려운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선생은 경찰이나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를 했느냐고 묻자 “낚시 자체는 뭐라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쓰레기 투기나 산나물 무단 채집 등의 문제는 경찰이나 면사무소 직원 등 단속이나 관계자가 오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리를 떠나버리거나 막무가내로 버티기로 나오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나마 몇 년 전부터 고기 씨가 말라 낚시꾼이 찾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원수로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다녀오면서 다시 한 번 떠오른 생각이 있다.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이다. 물 부족은 사람은 물론 생태 환경의 변화를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산이나 강, 바다, 기후 등 우리 사회 전반을 아우르며 변화를 낳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가 아니라 부정적인 변화라는 데 있다.

“가뭄이 생태 환경 바꿔 어종 자라기 어렵다”

최 선생의 주장은 낚시꾼 때문에 이원수로에 있는 붕어 등 어족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게 뼈대다. 하지만 이와 달리 어업 신고를 한 후 물고기를 잡고 있는 한 어부 A씨는 낚시 문제보다는 가뭄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근처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주민 B씨도 낚시보다 가뭄이 원인일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낚시를 한다고 해서 물고기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물고기는 하늘이 주는 것이지 사람이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가 몇 년 동안 충분히 오지 않아 수로에 있는 물이 물갈이가 되지 않고 이로 인해 바닥에 있는 흙이 순환하지 않아 물고기가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안 돼 물고기가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물 순환이 잘 안 되면서 바다와 맞닿아 있는 수로의 특성상 염도 문제도 물고기가 잘 자랄 수 없는 환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며 “염도 차이 때문에 산란을 해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상황은 결국 고기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없어진 것이어서 고기가 빠르게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가뭄 때문에 비가 적으니 물은 물고기가 살기에 좋지 않고 염도도 올라가는 문제가 있으니 산란을 해도 작은 물고기가 먹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늘이 도와야(비가 와서 물이 바뀌고 생태 환경이 변해야) 물고기가 자랄 수 있지, 지금처럼 환경이 안 좋으면 몇 마리밖에 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 B씨는 수로에 고기가 없다며 낚시와 가뭄이 모두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하자 “낚시보다는 가뭄 때문에 고기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리고 낚시하는 사람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고기가 있는지 없는지는 금방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에 수로에 보(洑)를 쌓았는데, 수로는 주로 농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고 염도 문제 등을 감안해 보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엽 선생은 이와 관련해 “3~4년 전까지만 해도 수로 주변에는 평일에도 낚시꾼을 싣고 온 관광버스가 수십 대에 이르고 주말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버스가 이곳을 찾았다”며 “버스를 포함해 승용차를 갖고 찾은 낚시꾼도 무척 많았고, 낚시꾼들이 무분별하게 붕어와 민물고기를 잡는 바람에 수로에서 살고 있는 어족의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낚시보다 가뭄이 더 큰 원인

한때 이원수로에 많았던 붕어 등 어족이 몇 년 사이에 급속히 줄어 ‘멸종’이라는 말을 할 정도의 상황이 된 배경에는 낚시와 가뭄, 염도 등이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현장을 살펴본 결과 낚시보다 가뭄이 더 큰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뭄 때문에 수로에 있는 물이 흐르지 않고 있는 데다 물이 부족해지면서 수로 바닥에는 침전물이 앙금으로 쌓여 부패한 상태다. 염도 문제도 (여건상 전문가 의견 또는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지 못했지만) 물맛을 보면 심각할 수준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적은 양일지라도 다른 데서 물이 흘러들어와 보를 넘어 물이 계속 흐르거나 큰 비가 내려 물갈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수로의 생태 환경은 몇 년 동안 계속 수질 악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붕어는 오염에 견디는 힘이 강해서 3급수 수질에서도 잘 자라는 어종인데, 붕어가 잘 자라지 못할 만큼 수질과 생태 환경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원수로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다녀오면서 다시 한 번 떠오른 생각이 있다.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이다. 물 부족은 사람은 물론 생태 환경의 변화를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산이나 강, 바다, 기후 등 우리 사회 전반을 아우르며 변화를 낳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가 아니라 부정적인 변화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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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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