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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려 살아가기

“내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어울려 살아가는 삶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어쨌든 예수님께서 낮아지고 섬김의 삶을 통해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선물로 주신 것처럼 나의 조그마한 손길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될 수 있다면 기쁘고 보람된 일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그들이 마음이 더 열려 예수님을 믿게 된다면 이 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섬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동네 사람들 처지에서 생각하며 바라보니,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분은 말벗이 필요하고, 또 어떤 분은 텔레비전이 고장 났을 때 봐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주로 리모컨 오작동으로 인한 문제). 마을 이장님은 공문 작성과 프린트를 필요로 했다. 급하게 읍내에 나가야 하는데 차편이 없는 분들도 계셨다. 이러한 것들은 다행히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어울려 살아가기

고종윤 백산침례교회 목사 eliago@hanmail.net

교회 앞 텃밭에 김장할 때 사용하려고 고추를 심고 가꾸었다. 어느덧 고추나무에서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데, 여러 일정으로 인해서 고추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더는 미룰 수 없겠다는 생각에 오전 일만 처리하고 오후에는 고추를 따기로 계획을 세웠다.

오전 일정이 길어져 생각보다 집에 늦게 도착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빨갛게 익어 있던 많은 고추가 모두 사라진 것이다. 알고 보니, 건조기가 있는 집 아주머니와 몇 분의 동네 아주머니께서 우리 고추를 따 건조기에 말리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바쁘다는 것을 아시고 우리의 손을 덜어 주신 것이다. 동네 분들이 바쁜 와중에도 가끔 우리의 손길을 덜어 주실 뿐 아니라 쌀과 참기름 그리고 채소류를 놓고 가시기도 한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동네 사람들과 처음부터 끈끈한 정을 나눈 것은 아니었다. 이 마을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몇몇 분들은 언제 도시로 나갈지 직설적으로 물었다. 또한, 당시 마을에서 수도가 없는 집은 우리 집을 포함한 단 두 집이었다. 지하수로만으로는 부족하여 수도를 설치하고 있는데, 근처에 있는 모정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교회에 수도 놓는가 봐!”

“그러게 우리 마을에서 살려고 그러나?”

“설마…….”

동네 사람들은 우리를 곧 동네에서 떠날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동네 사람들을 대하면서 “내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목회의 길은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삶이다. 예수님께서 섬기는 삶을 살았던 것처럼 내게도 그런 삶을 살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내가 섬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동네 사람들 처지에서 생각하며 바라보니,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분은 말벗이 필요하고, 또 어떤 분은 텔레비전이 고장 났을 때 봐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주로 리모컨 오작동으로 인한 문제). 마을 이장님은 공문 작성과 프린트를 필요로 했다. 급하게 읍내에 나가야 하는데 차편이 없는 분들도 계셨다. 이러한 것들은 다행히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런 것들을 보며 동네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마을 사람 그 누구도 언제 떠날 거냐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텔레비전이 나오지 않으면 찾아오신다. 냉장고에 문제 있어도 찾아오신다. 그리고 고맙다며, 음료수를 주시고 밭에서 따온 채소를 내미신다. 텃밭에서 일하고 있으면 지나던 발걸음을 멈추고 노련한 손길로 도와주신다. 그러면 우리는 직접 담근 매실에 얼음을 넣어서 드리면 웃으시면서 시원하게 드신다.

하지만 여전히 교회에 나오시지는 않는다.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한가 보다. 그래도 그분들이 나를 원하면 언제든지 기쁜 마음으로 도울 것이다. 어울려 살아가는 삶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어쨌든 예수님께서 낮아지고 섬김의 삶을 통해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선물로 주신 것처럼 나의 조그마한 손길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될 수 있다면 기쁘고 보람된 일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그들이 마음이 더 열려 예수님을 믿게 된다면 이 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고종윤
백산침례교회 목사다. 대전 침례신학대학교 침례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했다. 2005년 전라북도 부안군 백산면에 있는 백산침례교회를 개척해 김선기 사모와 함께 섬기고 있다. eliag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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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침례교회 목사다. 대전 침례신학대학교 침례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했다. 2005년 전라북도 부안군 백산면에 있는 백산침례교회를 개척해 김선기 사모와 함께 섬기고 있다. eliag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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