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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서 단군을 이야기하자”

“현재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고구려까지 중화권으로 편입시키고 있는데 우리는 중국 고서도 입증하는 우리 고대사를 신화라고 빼버렸다. 남들은 없는 역사도 만들어 꾸며서 자기네 것인 양 하는 판국인데 실로 아쉬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1905년 일본에서 들어온 소위 ‘신식교육’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1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창의성을 억누르고 입시 지옥을 만드는 주입식 암기 교육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중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입시 경쟁으로 함께 밥 먹기도 힘들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 집에서 가정교육이란 거의 불가능해져 버린다.

일제는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이완용의 조카 이병도를 일본에 유학시킨 뒤 귀국한 1920년대에 ‘조선사편수회’를 조직했다. 조선사편수회는 환국이나 배달국은 물론 단군 관련 기록까지 신화로 만들어 삭제해 고조선을 없애버려 우리역사를 일본과 같은 2000여 년으로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더구나 한국과 일본의 조상은 같다는 동조동근론(‘日鮮同祖論’, ‘日韓同祖論’이라고도 함)을 만들고 조선인은 열등하고 일본인은 우수하다고 사실을 부각시켰다. 해방 후 이병도의 활동은 친일 전력으로 잠시 위축되었다. 그러나 그는 독립군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던 일본 순사 출신 김창룡 등 친일 인사들을 대거 기용한 이승만이 반공 이데올로기로 정권을 잡고 6.25동란 후 역사계 인사들이 대거 납북되자 다시 살아났다. 또한 그는 일본의 대륙 진출을 위한 괴뢰 국가 만주국 출신 인사들이 권력의 핵심 역할을 했던 박정희 정권에서는 서울대 교수로서뿐 만 아니라 문교부장관, 학술원회장에 선임돼 일생을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자로 대우받고 살았다. 이 결과 국사학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일제에 의해 조작된 역사를 그대로 제자들에게 전수시켰다. 그러나 이병도 박사는 타계 3년 전인 1986년, 조선일보에 ‘단군조선은 신화가 아닌 사실(史實)이며 고대사는 복원돼야 한다’는 기고문을 내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늦은 ‘양심선언’이었지만 이미 사학계의 중추 세력이 된 그의 제자들은 그를 ‘노망’으로 내몰았다.

이기영 밥상머리 칼럼

밥상머리에서 아이들에게 단군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자

이기영 호서대 교수

월간 교육과사색 2018년 4월호

요즘 유대인의 하브루타(Chavrusa)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인구 중 유대인 비율은 0.25%에 불과한데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 등 노벨상 수상자의 33%가 유대인 출신이고 아이비리그 학생의 30%가 유대인이다. 더구나 화가 샤갈이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번스타인 등 예술가 들은 물론 세계를 움직이는 언론인, 금융인, 유명 기업인이나 억만장자의 30~40%가량이 유대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계올림픽에 온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Ivanka Marie Trump)가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한국인들의 교육열에 대해 미국이 배워야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열로 따지면 유대인도 한발 물러선다는 한국인들 중엔 정치적 비중이 큰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외엔 창의력이 필요한 과학이나 예술분야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유대인 교육과 정신 ‘밥상머리교육’

세계를 움직이는 유대인들의 교육과 정신은 2000년 동안 나라 없이 유랑생활을 하며 오로지 가정과 민족을 지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유지해온 그들의 밥상머리교육에서 나온다. 유대인들은 나라를 잃고 전 세계에 흩어져 디아스포라로 살아왔던 지난 2천년 동안도 조상의 역사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유대민족의 고대사를 배우기 때문이다. 먼저 어린 아이들이 유대민족의 고대역사서 ‘토라’를 읽을 수 있도록 아버지가 히브리어를 가르쳐준다. ‘토라’는 구약의 모세오경으로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로 이루어져 있다.

탈무드는 토라의 가치를 시대적 삶의 특수 상황에 맞춰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해석해 신앙과 삶을 이어주는 지혜서 역할을 한다. 유대아이들은 12살이 되면 하객들 앞에서 히브리어로 토라를 암송하며 성인식을 치르는데 토라 교육은 유대인의 사회교육기관인 ‘예시바’에서도 이루어진다.

예시바(Yeshiva)에서는 주로 발표와 질문 및 토론 중심으로 토라와 탈무드를 공부한다. 두 사람이 짝이 돼 공동책임을 지는 자율성과 소통의 교육으로 자신이 모르는 것을 보충하고 자기와 다른 의견들을 들을 수 있어 지식을 더욱 창의적으로 융합시켜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이런 특별한 교육과정을 통해 누구나 서로 스승이 되고 또한 제자가 되며 수많은 질문을 통해 공통의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도 저절로 증대된다.

1905년 일본 ‘신식교육’에 머물러있는 한국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1905년 일본에서 들어온 소위 ‘신식교육’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1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창의성을 억누르고 입시 지옥을 만드는 주입식 암기 교육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중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입시 경쟁으로 함께 밥 먹기도 힘들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 집에서 가정교육이란 거의 불가능해져 버린다.

이러한 현 교육 시스템은 원래 일본이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에서 들여온 서구의 근대식 교육 방식으로 산업화에 따른 기능 인력 공급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는 언어, 수학 등의 기능 교육 위주로 구성돼 있다. 초등학교란 명칭 이전에 사용했던 국민학교(Volksschule)도 바로 독일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이 근대적 교육방식은 일본에서는 일사분란하게 명령에 복종하는 제국군인들과 황국신민교육을 위해 이용되었다.

한편, 식민지 한국에서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말살하고 한국인을 식민지 노예로 만들기 위한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일제는 한국이 일본보다 이미 수천 년 전에 국가를 세웠고 백제의 유민들이 일본의 나라현에 일본 최초의 국가를 세워준 친정이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우리 역사를 조작했다.

일제 ‘조선사편수회’ 조직해 역사 왜곡

일제는 이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이완용의 조카 이병도를 일본에 유학시킨 뒤 귀국한 1920년대에 ‘조선사편수회’를 조직했다. 조선사편수회는 환국이나 배달국은 물론 단군 관련 기록까지 신화로 만들어 삭제해 고조선을 없애버려 우리역사를 일본과 같은 2000여 년으로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더구나 한국과 일본의 조상은 같다는 동조동근론(‘日鮮同祖論’, ‘日韓同祖論’이라고도 함)을 만들고 조선인은 열등하고 일본인은 우수하다고 사실을 부각시켰다. 해방 후 이병도의 활동은 친일 전력으로 잠시 위축되었다.

그러나 그는 독립군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던 일본 순사 출신 김창룡 등 친일 인사들을 대거 기용한 이승만이 반공 이데올로기로 정권을 잡고 6.25동란 후 역사계 인사들이 대거 납북되자 다시 살아났다. 또한 그는 일본의 대륙 진출을 위한 괴뢰 국가 만주국 출신 인사들이 권력의 핵심 역할을 했던 박정희 정권에서는 서울대 교수로서뿐 만 아니라 문교부장관, 학술원회장에 선임돼 일생을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자로 대우받고 살았다.

이 결과 국사학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일제에 의해 조작된 역사를 그대로 제자들에게 전수시켰다. 그러나 이병도 박사는 타계 3년 전인 1986년, 조선일보에 ‘단군조선은 신화가 아닌 사실(史實)이며 고대사는 복원돼야 한다’는 기고문을 내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늦은 ‘양심선언’이었지만 이미 사학계의 중추 세력이 된 그의 제자들은 그를 ‘노망’으로 내몰았다.

우리의 생각은 수시로 우리 주변을 맴돈다. 생각이 손에 잡히지 않아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면 시간과 함께 마냥 흘러가 버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날아다니는 그 생각을 붙들어 매면 생각이 구체화되고 실행에 까지 옮길 때 역사가 이루어진다.

“단군조선은 신화가 아닌 사실(史實)”

중국고대사를 전공했던 윤내현(79) 단국대 명예교수는 1970년대 말 하버드대 옌칭(燕京)연구소 서고에 쌓여 있는 중국 사서들을 보고 충격을 받아 한국 고대사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그는 40년 간 『기자조선고』, 『고조선 연구』 등 다수의 한국고대사 서적을 출간했다.

학자들 중에서도 드물게 중국어에 통달했던 그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한민족의 뿌리인 고조선 중심 영역이 지금의 베이징 동쪽 난하(鸞河) 유역임과 고조선의 통치 영역이 만주와 요동, 한반도에 걸친 거대한 대륙 국가였음을 밝혀냈다. 역시 중국학에 정통한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 원장도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보다 앞선 중국 측 사료를 연구해 같은 결과를 정리한 책을 발간하고 있다.

일찍이 연해주에서의 무장독립투쟁을 하다가 요하와 만주에서 한국의 고대사를 연구했던 단재 신채호의 말처럼 역사는 민족의 혼이자 뿌리인 까닭에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은 미래가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일제가 잘라냈던 역사를 되살려 대륙을 호령했던 우리의 영광스런 문화대국 고조선 이야기를 밥상머리에서부터 아이들에게 가르치자.

‘홍익인간·홍익자연’은 민족·인류·지구 위한 보편적 가치

이렇게 자연 사랑과 홍익인간의 평화를 담은 한국 혼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자유롭게 큰 세상을 볼 수 있어 명석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민족만 특별하다는 편협한 유대인들과는 달리 우리 ‘홍익인간·홍익자연’ 사상은 민족적 자존감과 동시에 인류 문명과 지구 생태계의 미래까지도 사랑하는 보편적 가치도 갖게 만든다. 현재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고구려까지 중화권으로 편입시키고 있는데 우리는 중국 고서도 입증하는 우리 고대사를 신화라고 빼버렸다. 남들은 없는 역사도 만들어 꾸며서 자기네 것인 양 하는 판국인데 실로 아쉬운 일이다.

역사는 과거 사실에 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사실만을 기록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안중근 의사는 살인범이고, 잔다르크는 반란군의 병사일 뿐이다. 영국의 사학자 E. H. 카아는 “역사란 역사학자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의 끝임 없는 대화”라고 했다. 역사의 해석은 정당하고 옳은 방향으로 진보할 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이해하고 더 나아질 미래를 향해 갈 수가 있다. 우리는 ‘홍익인간’의 역사적 기록에 가치를 부여할 때 민족의 자존감을 살릴 수 있고 그 혼을 지켜나갈 수 있다.

제국주의가 다시 부활한 듯 극우파가 극성인 요즘, 일본 천황은 자신의 뿌리가 백제 왕족임을 발표해 1급 전범 기시노브스케(岸信介)가 외조부인 아베에 의해 우경화되어 가고 있는 일본인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젠 우리도 유대인처럼 식구들이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을 늘리고 밥상머리에서 단군할아버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자.

이기영
호서대 교수다. ‘노래하는 도시농부’라는 애칭을 쓴다. 식물의 항산화제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대학교수로 천년초를 연구해 다양한 건강 먹거리를 개발했다. 저서로는 지구가 이상하다, 음식이 몸이다, 노래하는 환경교실 등이 있고 「한강은 흐른다」, 「광야」 등 민족의 정기를 담은 노래들을 작곡해 다수의 교과서에 실린 「지구를 위하여」, 「김치된장청국장」 등 환경 동요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초록교육연대대표로 혁신학교운동, 밥상머리교육운동 등 환경 인성 교육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환경의날 대통령 표창(2006), 천주교환경상(1998)을 받았다. 2017년 마퀴스후즈후(Marquis Who’s Who)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됐다.

※ 이 칼럼은 월간 교육과사색필자의 허락을 받아 사람과사회™에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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