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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대화 재개, 어떻게 이룰 것인가

최근 남북미 3국 간 강대강(强對强) 맞대응 전략의 지속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가고 있어, 3국 간의 강대강 적대적 구조가 일부 어리석은 인간들의 오판과 첨단전략자산의 오작동으로 인해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향후 한미와 북한이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한반도 주변에서 예정된 적대적 군사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9월16일자) 기고문에서 빅터 차 (Victor Cha)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대북 인도적 지원 합의(A Humanitarian Assistance Agreement)를 제안했다. 그가 유엔안보리 결의안과 미국 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북지원을 해주자는 제안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미 정부가 지금 추진 중인 대북 제안과 비슷한 것 같다.

남북·북미대화 재개, 어떻게 이룰 것인가?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상임고문

 

북한(DPRK)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인한 불만과 좌절감 때문에 다시 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보도가 난무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길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란 느낌이 든다. 북한이 미국정부에게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영변 원자력 재가동, 핵물질 증강, 잠수함발사 미사일 시험(SLBM) 등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은 또 다른 한반도 위기를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제하길 바란다.

지금 북한은 남북·북미대화 재개를 통해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시작으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올인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 지도부는 이 길이 북한체제의 생존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이해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여 북미대화 재개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으로 진전되는 최고의 길이 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본 칼럼에서 필자는 남북·북미대화와 협상 재개 선결조건을 검토해 보고 필자의 정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지난 9월 17일은 30년 전 대한민국(ROK)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 1991년에 유엔에 동시가 입하여 3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한반도에는 두 개 주권국가가 유엔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 특수 관계를 고려하여 ‘코리아는 하나다’(Korea is One)는 구호로 살아온 우리 민족은 이제 현실을 바르게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헌법 3조 영토 조항은 현실에 맞지 않는 모순된 조항으로 조속히 수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두 개 주권국가가 공식적으로 상호 외교관계를 인정하는 남북기본조약(A Basic Treaty) 체결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남북미 간 대화의 분위기 조성 위해 무력시위 자제해야

북한이 9.9절 73주년 기념행사를 조용하게 보낸 이후 지난 2주 동안 한반도 주변 정세는 너무 가파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이 목표라면 단순하게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당사국들이 해법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26일, 2021 후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최소한 규모로 성공적으로 끝냈다. 이에 대해 북한의 군사적 무력시위는 미미했다. 북한은 9월 11일~12일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2발의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틀 후 15일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열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9K720 Iskander)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였다고 발표했다. 이런 북한의 무력시위는 이미 예상된 것으로 한미 당국은 별로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 한미 양국은 안보 우려를 표현할 정도로 미미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수중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성공하여 세계 7번째 SLBM 운용국이 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실명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맹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조심스럽게 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향후 대화해야 할 남한의 최고정책결정자를 크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한반도 주변에서 이러한 남북미 3국이 행하는 군사적 행동이나 무력시위는 대화 및 협상과 양립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화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반도 주변에 관련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군사적 행동과 무력 시위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북미대화 재개만 반복하는 바이든 행정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월 20일 출범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나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정책을 제시한다고 하면서 무엇이 새로운 대북정책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현재 미국정부는 바이든 스타일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진전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이미 필자는 여러 번 통일뉴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하자고 하면서 북한이 대화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못하게 막는 듯한 식상한 말만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수개월 동안 일관되게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만 반복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안을 거부한 상태다.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이미 북한이 거절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화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이든 행정부도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 반복적으로 똑 같은 제안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안을 수용할 리가 만무하다. 왜냐하면 북한이 제안한 대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체면과 명분을 중요시 하는 북한이 어떻게 대화에 나올 수 있겠는가?

북한의 입장: ‘본질적인 해법’ 주장

한미일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모색하려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북한은 좋은 반응을 보일지 불투명하다. 한미 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대북 접근이 북한을 감동시키거나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길 기원한다.

현재 북한은 보다 ‘본질적인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과 한국이 본질적인 해법에 동의하면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은 스스로 풀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안해 올 때까지 ‘전략적 인내’로 기다리고 있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북한이 주장하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란 무엇인가? 필자는 통일뉴스 칼럼을 통해 여러 번 지적한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필자 칼럼, “한반도 문제 해법을 위해 한국 이 예인선(曳引船) 역할 해야”, 통일뉴스 2021. 6. 28 참조)

요약하면 북한이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이다. 이 속에 일부분 대북제재 완화·해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 생필품 수입 허용, 광물질 수출 허용과 정유 수입 허용 등이 포함된다. 이것을 북한이 한 번에 미국이 수용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일부분 대북제재를 미국이 수용하면 남북·북미 간 대화와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한미 양국은 먼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길 촉구한다.

빅터 차 교수의 제안 평가

최근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9월16일자) 기고문에서 빅터 차 (Victor Cha)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대북 인도적 지원 합의(A Humanitarian Assistance Agreement)를 제안했다. 그가 유엔안보리 결의안과 미국 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북지원을 해주자는 제안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미 정부가 지금 추진 중인 대북 제안과 비슷한 것 같다.

차 교수가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첫째 북한과의 관여 정책을 지향하는 한국정부와 동맹관계를 촉진할 것이며, 둘째 북미대화 중에 북한의 적대적 군사도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셋째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등을 주장하였다. 그의 키워드는 ‘건설적인 외교’로서, 이를 펼쳐 나갈 것을 강변하고 있다.

기고문 말미에 차 교수는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구하길 꺼린다면 북한의 다음 핵실험을 미국이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과연 미국에게 또 다른 위기가 필요한가? 란 질문을 끝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 합의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필자는 차 교수의 이런 제안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왜냐하면 필자도 이런 제안을 지난 4월에 제안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필자 칼럼 “4.27판문점 선언 3주년 맞이하면서 남북미 3국간 보건의료협력부터 시작하자”, 통일뉴스 2021.04.17)

차 교수의 제안에 대해 필자는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차 교수는 자신의 과거 주장에서 변화된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 강력한 대북제재를 강변하였고 북한붕괴론을 주장한 바 있다. 필자는 차 교수의 제안을 북한이 수용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북한의 수용여부는 현시점에서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은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가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유인책 될 수 있나?

바이든 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9.21)에서 북미 간 대화 재개를 통한 구체적 성과 도출을 북한에 촉구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진지한 실용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대화의 재가동을 위해 외교적 접근으로 대북기조 원칙을 재확인만 하고 구체적이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단히 실망스럽다. 적어도 북미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대북제재 원칙만 강조하고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북미 간 대화는 물 건너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

필자는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미국이 이에 동의한다면 북미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먼저 대북제재 문제를 놓고 미중 간 시각차를 좁혀야 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제재 문제와 관련하여 단호하다. 미국과 유엔이 대북제재를 완화할 기미가 전연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를 계속 강화하겠다는 입장이고, 다른 나라도 대북제재를 강력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대화테이블에 유인하려면 강력한 대북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국제사회도 동참하길 바란다고 한다. 미국은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모순’된 정책을 추구하는 것 같은데 과연 북한이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제안을 받아드릴지 의심이 든다.

한편 러시아와 중국이 대북 제재 완화론을 재차 강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9월 17일 중국 외무성 대변인은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가역(可逆) 조항을 최대한 빨리 가동해 대화 재개의 조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은 “계속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가역 조항을 가동하자는 제안의 근거는 북한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2018년 말 이후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이 유엔안보리 결의 가역조항을 받아드리면 북미대화 재가동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제언

북한은 미국이 대화의 선결 조건의 일부분을 수용할 것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지난 2년 동안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전략적 인내로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묻는다. 북한이 언제까지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과 한미 당국의 코로나19 의료 협력 제안을 묵묵부답으로 무시할 것인가? 유엔 회원국으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서 북한의 국익 신장과 주민 생활의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한편 북한은 미국에 제안한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의 구체적 내용을 미국이 일부분이라도 수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조건을 무시한다면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은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제안한 ‘근본 문제’를 먼저 풀어나간다면 한반도 문제 해법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제안한 북미 간 대화와 협상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의 일부분과 그리고 유엔안보결의 가역조항을 수용할 것을 남북·북미대화의 재가동을 위해 진지하게 고려해 주길 촉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 이후 5년 연속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2021년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9.21)은 특별히 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2021년은 남과 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 30주년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마지막 유엔총회 기조연설이었다. 이번 기조연설에서도 일관성 있게 한반도 종전선언,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국제사회에 호소하였다.

문 대통령이 금년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9.21)에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하였다. 그는 지난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그러나 2021년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자”며 보다 구체적인 제안을 하였다. 필자는 같은 내용의 제안을 한 바 있어 문 대통령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환영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 간 유엔 기조연설에서 한국전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왔으며 2021년 그의 기조연설 특징은 2019년 유엔총회의 기조연설에서 밝힌 (1) 전쟁 불용, (2) 상호 안전 보장, (3) 공동 번영 등 3원칙을 다시 천명했다.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고자 한다. 이제 임기가 8개월 정도 남았다. 이 8개월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한반도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어떤 논객들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조언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8개월 동안 최소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선언한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새로운 설계도를 갖고 주도적 역할을 해서 지금 교착 상태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복원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해주길 기원한다.

※ 이 칼럼은 통일뉴스와 사람과사회™가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About 김종영™ (938 Articles)
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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