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전 참나무 숲에 들다
동트기 전 참나무 숲에 들다
석연경
숱하게 설레는 밤
은하수별이 내려와
풀잎 가득 이슬로 맺히고
그대에게 가는
어스름 새벽 숲의 입구는
안개 자욱하여라
새벽 숲에 들면
우주 숨결 품고 있는 이슬에
하얀 드레스가 젖고
영롱한 마음도 촉촉이 젖누나
파랑새는 맑게 지저귀고
숲의 정령이 어둑새벽을
뽀얗게 밝히며 미소 짓는다
저 숲속 어딘가에서
애틋하게 나를 기다리며
새벽 숲의 창을 열
그대가 있다
커다란 참나무에 초록 열매 익어갈 때
나는 저절로 닿으리
그대 성전에 깃들어
당신과 한가로이 거닐면*
창밖에는 후드득
참나무 열매 떨어지는 소리
숲 가득 들려오리
* 장자
석연경
시인. 문학평론가.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둥근 거울』, 『우주의 정원』이 있고, 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가 있다.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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