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한반도 평화·공동번영 구상 필요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초빙석좌교수)
최근 남북미 3국 간 강대강(强對强) 맞대응 전략의 지속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가고 있어, 3국 간의 강대강 적대적 구조가 일부 어리석은 인간들의 오판과 첨단전략자산의 오작동으로 인해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향후 한미와 북한이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한반도 주변에서 예정된 적대적 군사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 칼럼에서 최근 남북미 3국의 ‘무력시위’를 통한 적대적 군사행동을 간단히 살펴보고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창의적 구상이 필요한 현시점에서 필자의 정책건의를 하고자 하는 것이 본 시론의 기본 목적이다.
한미·북한 간 적대적 상호작용 관계에서 우호적인 관계로 전환해야
한미·북한 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으로 한반도에서 한미·북한 간 적대적 상호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미·북한 간 강대강 맞대응은 행동과 반작용(action and reaction)의 적대적 상호작용(interaction) 관계를 지속하게 한다. 따라서 누가 먼저 행동(action)을 취했고 누가 반작용(reaction)을 했다는 기준이 불명확하여, 누가 먼저 행동을 취했고 그리고 누가 반응을 결정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되지 못함은 유감이다.
최근 몇 개월 동안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난 한미·북한 간 적대적 상호작용 관계를 간략히 분석해 보고자 한다.
먼저 북한의 적대적 언동부터 살펴보자. 북한의 배타경제구역(EEZ-Exclusive Economic Zone) 상공에 미국의 정찰비행을 문제 삼아 북한이 자기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한 한미 당국은 북한의 주장을 불인정하고 통상적인 정찰비행을 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당 중앙위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공식적인 북한의 입장을 밝혔다. 요약하면 한미 당국을 비하하는 막말과 함께 미 정찰기가 다시 북한의 배타경제구역에 들어오면 격추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하였다.
향후 미 정찰기가 북한의 EEZ 상공에서 정찰활동을 계속할 것인지는 미 군사당국이 결정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지만 북한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 정찰활동을 하다가 북한이 미 정찰기를 격추하게 될 경우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미 군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한미 확장억제력과 미 전략자산 전개는 북한지도부의 피포위강박증 악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조치로 미 켄터키 전략핵잠수함이 7월 18일 서울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에 맞춰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것은 거의 40년 만에 이뤄진 사실이다. 이에 반발해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했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7.20)에서 “미 군부 측에 전략핵 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가 우리 국가 핵무력 정책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는 데 대해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가장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핵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은 “미국과 ‘대한민국’에 있어서 자기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두 번 다시 생각할 여지조차 없는 가장 비참한 선택으로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다섯 가지 핵무기 사용조건을 명시한 핵무력정책법(2022.9.8)을 채택했는데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이 그 조건이다. 북한은 미 켄터키 전략핵잠수함의 부산입항이 핵무력정책법이 규정한 핵무기사용 조건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어느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무기 사용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될 것이고 김 위원장은 ‘김일성 민족’을 말살하고 북한정권의 ‘종말’을 가져오는 어리석고 현명하지 못한 정책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 당국은 즉각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7.20)은 “한미동맹이 워싱턴선언과 핵 협의 그룹을 통해 한 조치들은 북한의 위험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동에 대한 신중한 대응(prudent response)”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 국방부도 대변인(7.21)을 통해 “북한의 주장처럼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모의나 핵 위협이 아니다”라면서 “한미동맹의 정당한 방어적 대응조치”임을 밝혔다.
이러한 한미 당국의 군사행동이 북한지도부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분석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북한의 인식은 북한이 미 전략핵잠수함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북한지도부의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을 악화하고 그들이 군사적 위협을 느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경우이다.
실제로 미 켄터키 핵잠수함은 오하이오급(1만 8천 750t급)으로 사거리 1만 3천㎞에 달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0여 기를 탑재할 수 있다. 그 위력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천 배 이상이라고 알려졌다. 전쟁이 발생하면 일시에 북한 전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이런 전략핵잠수함이 한반도에 나타났으니 북한지도부가 안보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미와 북한이 강대강 맞대응을 하여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정말로 유감스럽다. 북한은 지난 7월 12일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데 이어, 18일 켄터키함이 부산에 입항하였고 다음 날인 19일 새벽에 부산까지 거리(550㎞)를 상정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러한 북한의 ‘무력시위’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한반도에서 전쟁의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따라서 북한지도부도 한미당국과 함께 한미․북한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자제하고 함께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한다.
미 켄터키 핵잠수함이 부산에 기항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7월 20일 동해에서 군함 10여 대와 군용기 30여 대를 동원한 중러 합동훈련을 시작했다. 한반도 주변의 적대적 군사행동이 인간의 실수와 오판 그리고 전략자산의 오작동으로 인해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산불처럼 한반도에서 핵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한미·북한 간 소통이 이뤄져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남북미 3국간 정상적인 소통과 통신을 통해 한반도 위기관리에 철저히 준비해 주길 촉구한다.
필자의 정책건의: 8·15광복절 기념사에서 특사교환과 남북대화 제안해야
그러면 필자는 현시점에서 남북미 3국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현재 남북미 3국이 추구하는 강대강 맞대응 전략의 마지막 종착점은 어디일까? 대북강경·압박정책이나 북한이 맞서서 대남·대미 강경정책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에 대해 3국 최고지도자에게 묻는다.
따라서 3국의 강대강 맞대응 전략이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인해 한반도에서 (핵)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면 3국이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필자의 대안은 3국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를 관리하고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길이 최상의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조선중앙TV>가 7월 27일 공개한 70주년 ‘전승절’ 열병식 영상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었다. 중러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화성-18형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인수중공격정,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 ‘북한판 에이태큼스’, 초대형 방사포 등 여러 핵 탑재수단을 과시했다.
그리고 열병식에 등장한 핵어뢰 ‘해일’에 대해 “핵 전투 무력의 중요한 절대병기”라고 밝혔다. 특히 처음으로 신형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 두 기종의 시위비행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판 두 기종이 미국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및 무인공격기 MQ-9 리퍼와 유사한 형상이다.
북한인민들의 열광과 환호 속에서 진행된 열병식은 성대하게 치러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북중러 3국 간 연대․협력관계의 공고함을 과시하는 장면을 보면서 과연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사용을 할 것인가? 에 대해 필자는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이런 행동은 북한의 자살행위이며 궁극적으로 북한체제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예방하고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건설을 위해 남북미 3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함께 정책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북한 전승절 70주년을 계기로 북중러 3국 간 안보연대가 공고화되어 ‘한미일 대 북중러’ 적대적 대결구조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어 남북 간 소통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대화는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은 지난 4월 군 통신선을 포함한 남북 직통선을 단절했다. 따라서 남북 간 우연한 무력충돌이 발생할 시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없어 남북 직통선의 복구가 시급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열병식 연설을 하지 않고 대신 강순남 국방상의 연설을 통해 대미·대남 메시지와 관련해선 강경입장을 표명했다. 강 국방상은 서울에서의 첫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미 켄터키 전략핵잠수함 전개로 인한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긴장의 책임을 한미에 전가하고, 대북 군사대결을 지속한다면 방어권 범위를 벗어난 대미·대남 무력행사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2023년 8월 18월 워싱턴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고 향후 갈수록 강화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에 맞서 북중러 3국 안보체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8월 중순에 연례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프리덤실드(UFS)가 예정돼 있다. 북한은 기존 말 폭탄과 도발을 반복하며 한반도 위기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대단히 불안하다. 따라서 남북미 3국이 정책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예방하는 길이다.
이에 필자는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금년 2023년 8·15광복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권’을 갖고 대북특사 교환과 남북 직통선의 복원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담은 ‘담대한 선언’을 하길 기대한다. 그렇게 된다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뚫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겠다는 적극적 자세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담대한 새로운 8·15선언은 국내에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사료된다.
남북미 3국 최고지도자에게 묻는다. 먼저 북한지도부는 북한체제의 종말을 알면서 선제 전술핵무기 사용을 하겠는가? 한미 당국은 대북 선제타격이 핵전쟁으로 이어질 것임을 숙지하면서도 대북 선제타격을 할 수 있을까? 한미 당국이 북한지도부의 피 포위강박증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과연 북한을 주적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이 한미 당국의 장기적 국익인지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필자는 한 번 더 강조하고자 한다. 남북미 3국 간 강대강 맞대응에 대한 대안은 과연 무엇인가? 필자는 3국 간 소통이고 대화라고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남북미 3국이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3국 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우호적인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 3국 간 역지사지의 정신과 상호양보와 타협하려는 의지를 갖고 평화적이고 실용주의적 외교 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일 때 핵무기 없는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 건설과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홍익인간의 후예인 백의민족을 살리는 바른길이며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하고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해 본 칼럼에서 제안한 새로운 창의적인 구상을 고려해 주길 촉구한다.
※ 이 칼럼은 사람과사회™가 통일뉴스와 함께 게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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