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호칭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겁다. 통일부는 “상대의 이름을 존중하는 것이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의 선의가 실제로 평화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명칭은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한국 정부가 북한을 어떤 주체로 인식하고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질문이다. 사진=위키백과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문제, ‘전략·평화 언어’ 다시 세울 때다
곽태환(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곽태환 교수. 사진=사람과사회™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호칭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겁다. 통일부는 “상대의 이름을 존중하는 것이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의 선의가 실제로 평화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명칭은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한국 정부가 북한을 어떤 주체로 인식하고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질문이다.
호칭 변경을 찬성하는 논리는 명확하다. 상호주의는 외교의 기본 원칙이다. 북한은 이미 남측을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고 있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에도 공식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상대의 공식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 예의이자 최소한의 존중이다.
한국이 북한의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것은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한 전략적 제스처다. 남북관계가 장기적으로 교착된 지금, 작은 변화가 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헌법 제3조와의 충돌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법적 오해에 가깝다. 국제법적으로 ‘국가 승인’과 ‘국호 사용’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상대의 공식 명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체제를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외교적·기술적 표현이며, 헌법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이 공식 명칭을 사용하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행위자로서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유엔총회에서 북한 대표가 한국 대표에게 “회원국의 공식 명칭을 부르지 않는다”고 항의한 사례는 이를 보여준다. 명칭 사용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외교적 성숙도를 드러내는 실질적 조치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평화공존 전략과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북한은 남측의 존중 표현을 “상식적 행동”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남북 간 메시지의 톤을 완화하고 긴장 완화의 계기를 만드는 데 호칭은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화는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를 어떻게 부르는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에서 출발한다.
물론 반대론도 존재한다. 호칭 변경이 국내 정치적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적이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일부 국민에게는 불필요한 양보로 보일 수 있다. 북한이 이를 ‘두 국가론’을 선전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정책 설계와 정치적 관리의 문제이지, 호칭 변경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신중론 역시 원칙적 반대라기보다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현실적 판단으로 읽힌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전면 변경이 아니라 단계적·조건부 조정이다. 국제무대에서는 공식 명칭을 우선 사용하고, 대북 메시지나 특정 외교 문서에서는 점진적으로 적용하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평화의 언어를 다시 세우는 현실적 접근이다.
남북관계는 작은 신뢰에서 출발한다. 상대의 이름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한반도 평화공존을 향한 첫걸음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칭을 둘러싼 감정적 논쟁이 아니라, 평화의 언어를 어떻게 다시 세울지에 대한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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