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로 정치를 한다고?
"대통령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는 29%대로 떨어졌다고 난리 속이다. 이것은 조용히 있는 것 같은 국민의 마음이 현 정권과 멀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완구 총리후보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제기와 변명은 국회 청문회특위에서 보고서가 채택됨으로서 이제 본회의 인준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그것도 내일(16일)이면 끝난다. 여야 간에 합의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다만 야당 측이 표결에 참여하느냐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거중조정이 여야를 압박했고 세월호법이나 예산안 처리에서 보여준 의장의 뚝심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총리에 누구를 임명하느냐 하는 문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큰 상처를 입었든 사안이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권 인수위원장이었던 김용준과 국민검사의 칭호를 들었든 안대희, 그리고 언론인 문창극이 연거푸 낙마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부정적으로 변했다.
게다가 느닷없이 터진 청와대 내부 비서관들의 문건유출 등 있을 수 없는 사건으로 여론은 급작스럽게 나빠졌다.
문고리 삼인방이랄지, 십상시 같은 부정적 단어가 난용(亂用)되면서 별달리 드러나지 않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타켓 중의 타켓이 되었다.
대통령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는 29%대로 떨어졌다고 난리 속이다. 이것은 조용히 있는 것 같은 국민의 마음이 현 정권과 멀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통령은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 총리에 이완구를 지명하고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이완구는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를 맡아 세월호의 난기류를 뚫고 강성으로 치닫는 야당과의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했다는 호평을 받아 왔다.
충청권 출신으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는데 적격 인물로 평가되었다. 그는 국회의원과 충남지사로 선출된 중진으로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검증된 인사로 지목되었다.
따라서 국무총리로 일하게 되면 내각을 통솔하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충청도민들의 염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환영일색이었다.
그러나 청문회를 거치면서 그에 대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기 시작했으며 원내대표 시절 닦아놓은 좋은 이미지를 상당 부분 상실한 것은 사실이다. 본인 스스로 “내 잘못이다”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칩거 중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총리 후보로 지명되었다가 역풍을 만나 스스로 사퇴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 청문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진해서 물러갔다. 그들의 부정비리라는 것이 결정적 범죄행위와 연결된 것도 아니다. 위장 전입, 집을 사고팔았다는 투기, 농지전용, 자식들의 병역 등등으로 기억된다.
행위 당시의 관행이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시중 여론은 청문회에서 추궁하거나, 언론보도를 주도한 인물들도 그 정도의 행위는 있었을 것 아니냐 했지만 총리에 오르기 위한 사닥다리는 높기만 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총리를 면전에서 놓친 이들의 허탈감과 분노는 우리가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대부분 권토중래하여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큰 그릇이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번 이완구 인준 건은 국회 본회의 표결만 남아있고 과반수 의석을 가진 여당 단독으로도 인준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이 느닷없이 ‘총리 인준을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제안을 내놔 많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이 글이 세상에 나올 때쯤이면 이미 총리 인준은 가부간에 결정 났을 것이기에 구태여 장황한 시비를 삼가려 하지만 요즘 만연하고 있는 여론조사 만능풍조에 대해서는 한국정치를 잘못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어 미리 경고하고자 한다.
국회의 고유권한인 총리 인준을 여론조사로 대체하자는 제안은 한마디로 헌법을 무시한 행위다.
법조인의 한 사람인 문재인이 앞뒤 가리지 않고 여론조사를 내놨다는 것은 결국 그의 정치관이 포퓰리즘을 벗어나지 못한 구상유취(口尙乳臭)라고 할 수준임을 자인한 셈이다.
여론조사로 정치행위를 결정하는 오류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일선에서 구체적으로 시행하여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크다.
심지어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데도 여론조사를 표로 계산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계속되어 오고 있어 크게 우려스럽다.
내년에 시행될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각 당의 공천후보를 결정하는데 여론조사를 우선시할 것이 훤히 눈에 띤다.
이것은 하향식 결정을 막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제대로 된 후보자를 고르는데 효험이 있을 성 싶지 않다.
여론조사는 미국에서 맨 처음 시작하여 한 때 선풍을 일으켰지만 그것을 표로 계산하지는 않는다.
여론조사가 꼭 정치적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어서 상품에 대한 선호도, 새로운 물품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정치에 대해서도 인기 측정의 방법으로 폭 넓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에 의해서다.
아무리 여론조사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순간적으로 뒤집히는 일도 다반사여서 이를 정치 마무리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정당과 정치인들이 여론조사에 목을 매는 이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기현상이다.
국민을 설득하여 내 편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을 발산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인기몰이로 여론을 조작하여 자기편으로 만드는 행위는 결코 올바른 정치가 될 수 없다.
정치를 마무리하는 행위는 정정당당하게 자기를 공개하고 투표에 의해서만 인정받을 수 있을 때 빛이 난다고 생각된다.
모든 정치인들의 투명한 활동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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