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가 특정한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국한되지 않는 좀더 보편적인 이야기의 맥락을 구축하면서 폭력의 트라우마에 연루된 한 여성의 실존적인 고통을 부각한다면, 『소년이 온다』는 아직도 진행형인 ‘5월 광주’의 상처와 고통을 정면에서 다루며 분단국가 한국 민주주의의 굴곡진 역사를 생생하게 현재화한다는 점에서 두 작품 사이의 진폭은 크다"
[창비주간논평]
정홍수 / 문학평론가
『채식주의자』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 한강의 또 다른 장편 『소년이 온다』이다.
1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 번역 작업이 진행 중이고,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에서는 이미 번역판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올해 1월 영국에서 출판된 『소년이 온다』의 역자 역시 번역자로서 이번 상을 공동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인데, 현지 독자들의 반응이 좋은 모양이다. 두 소설 모두 넓게 보면 공히 ‘폭력’의 테마를 다루고 있고, 한강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복합적인 시선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채식주의자』가 특정한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국한되지 않는 좀더 보편적인 이야기의 맥락을 구축하면서 폭력의 트라우마에 연루된 한 여성의 실존적인 고통을 부각한다면, 『소년이 온다』는 아직도 진행형인 ‘5월 광주’의 상처와 고통을 정면에서 다루며 분단국가 한국 민주주의의 굴곡진 역사를 생생하게 현재화한다는 점에서 두 작품 사이의 진폭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한강의 작가적 역량이 그만큼 넓게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텐데, 두 작품에 주목한 데보라 스미스의 안목에 놀라게도 된다.
http://weekly.changbi.com/?p=7008&cat=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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