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사회™ 뉴스

전주·변산·목포 여행기

“백수가 과로사(過勞死)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백수이긴 해도, 저마다 바쁜 일이 많다”

우리 모임의 이름은 ‘오적회’다. ‘다섯 명의 적’이라는 뜻인데, 매우 중의적(重意的) 의미를 갖는다. 다섯 명은 50대, 60대, 70대다. 말하자면 꼰대다. 우리는 스스로 ‘꼰대’임을 인정하고,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루 빨리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짐 덩어리라는 것도 선선히 인정하는 사람들이다. 사진=Pixabay

우리 오적회는 이름을 짓기 몇 년 전부터 함께 가까운 산을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다녀왔다. 양평에 있는 산은 거의 다녔다고 할 수 있다. 집에서 가까운 중미산부터 가장 높은 용문산까지, 800m 이상의 산은 모두 올랐고, 같은 산을 여러 번 다닌 적도 많다. 그만큼 산에 다니는 걸 좋아하고, 산에서 내려와 막걸리 한잔을 하는 것에 큰 즐거움을 가졌다. 사진=백건우

전주·변산·목포를 다녀오다

백건우 작가·마루프레스 대표

사람과사회™ 2018 겨울 & 2019 봄 통권8·9호

경기도 양평에 살고 있는 백건우 작가가 2018년 11월 전주, 변산, 목포 여행을 다녀온 을 게재합니다. 이 글에는 전주 막걸리집,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소사,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목포자연사박물관, 유달산과 노적봉, 익산 미륵사지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백 작가는 소설로 데뷔해 작가회의 회원, 『서종100년사』 편집위원 등 문단 활동과 집필, 기고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소한 가게, 생활 속 명품 이야기, 양평여행 등 네 개 사이트 관리자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우리 모임의 이름은 ‘오적회’다. ‘다섯 명의 적’이라는 뜻인데, 매우 중의적(重意的) 의미를 갖는다. 다섯 명은 50대, 60대, 70대다. 말하자면 꼰대다. 우리는 스스로 ‘꼰대’임을 인정하고,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루 빨리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짐 덩어리라는 것도 선선히 인정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모두 백수인데, 우리 가운데 세 명은 학교 교사로 퇴직했다. 그래서 연금이 꽤 많아 기본 생활을 영위하는 어려움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한 마을의 이웃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다른 곳에서 살다 이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한 사람은 이 마을이 고향이지만, 오래 떠나 있다가 퇴직한 후 고향으로 들어왔다.

우리 오적회는 이름을 짓기 몇 년 전부터 함께 가까운 산을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다녀왔다. 양평에 있는 산은 거의 다녔다고 할 수 있다. 집에서 가까운 중미산부터 가장 높은 용문산까지, 800m 이상의 산은 모두 올랐고, 같은 산을 여러 번 다닌 적도 많다. 그만큼 산에 다니는 걸 좋아하고, 산에서 내려와 막걸리 한잔을 하는 것에 큰 즐거움을 가졌다.

백수가 과로사(過勞死)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백수이긴 해도, 저마다 바쁜 일이 많다. 우리 모임은 서로 품앗이를 하면서 집안의 소소한 일거리를 함께 하기도 하는데, 데크(deck)를 고치거나, 지붕 방수공사 같은 큰일도 같이 한다. 파고라(Pergola, 뜰이나 편평한 지붕 위에 나무를 가로와 세로로 얹어 놓고 등나무 따위의 덩굴성 식물을 올리어 만든 서양식 정자나 길. 장식과 차양의 역할을 한다. 규범 표기는 ‘퍼걸러’로 씀)를 짓는 일, 데크 작업 등은 비교적 쉬운 일이고, 용접부터 창고를 짓는 일도 우리끼리 직접 한다. 그만큼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목표로 한 집은 두 곳이었는데, 1순위는 텔레비전에 나온 유명한 집이었다. 남자들 다섯 명이 잡다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에 등장한 전주 막걸리집은 그 뒤로 매우 유명해졌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유명세를 좇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도착해서 자리가 있으면 들어가고, 기다려야 한다면 2순위로 정한 집으로 가자고 합의했다. 사진=백건우

전주 막걸리집

막걸리를 좋아하는 한 분의 의견이 있어, 전주 삼천동에 있는 막걸리집과 목포 홍어삼합을 먹으로 가자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 좋다는 의견이어서 구체적으로 여행 일정을 만들었다. 궁리를 해보니 전주와 목포의 중간인 변산에 마침 대명콘도가 있어서 이틀 묵기로 하고 예약했다. 그것도 스위트룸으로…. 나이든 사람들이 싸구려 숙박시설에서 잠을 자는 건 누가 보는 걸 떠나서 추레하게 느껴진다. 비용을 더 쓰더라도 잠자리는 쾌적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숙박비가 비싸다는 의견이 있었다. 회원권으로 아주 싸게 예약했음에도….

여행 당일인 2018년 11월 22일 낮, 자동차 한 대로 출발했다. 움직임 경로는 하루 단위로 지도에 표시했다. 평일 한낮의 고속도로는 한가했다. 날씨는 화창하고 따뜻했으며 여행을 떠나기에 퍽 좋은 날씨였다. 일행은 고속도로에서 잠깐 쉬며 커피를 마셨다. 휴식을 끝난 후에는 곧바로 전주 막걸리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목표로 한 집은 두 곳이었는데, 1순위는 텔레비전에 나온 유명한 집이었다. 남자들 다섯 명이 잡다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에 등장한 전주 막걸리집은 그 뒤로 매우 유명해졌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유명세를 좇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도착해서 자리가 있으면 들어가고, 기다려야 한다면 2순위로 정한 집으로 가자고 합의했다.

다행히 1순위 집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우리 다섯 명은 그 집에서 가장 비싼 정식을 주문했다. 그리고 상이 나오는 걸 봤는데, 기대했던 것에는 한참 부족해서 실망했다. 대단할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어떻든 기대심리가 있었으니 그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는 건 당연하다. 음식도 그렇고, 서비스도 실망스럽다. 사람이 너무 많이 찾아오고, 장사가 잘 되서 분점까지 내는 집이지만, 다시 가고 싶지는 않았다.

별도로 병어회를 주문했는데, 병어는 냉동이었다. 음식은 정형화됐고, 시골 음식이 갖고 있는 소박하고 푸짐한 맛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도시의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내용에 평범한 맛이었다. 돈이 조금 아까웠다. 전주가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한 지방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이름난 식당의 음식은 지방의 특색을 느낄 수 없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모두들 조금 실망했다는 소감을 말하며 숙소가 있는 변산으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초저녁이어서 콘도에서 가까운 식당을 찾아 굴찜을 안주로 술을 한 잔 더 했다. 굴찜과 백합죽을 주문했는데, 맛은 나쁘지 않았다. (아주 훌륭한 맛은 아니라는 뜻이다) 변산만 해도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대형 식당이 많은데, 전체적으로 음식 값은 비싼 편이다. 물론 서울보다는 싸다.

굴찜은 2단으로 된 찜통으로 나왔다. 굴은 잘 익었고, 맛있다. 가격에 비하면 양이 조금 적다는 느낌인데, 관광객에게 음식을 비싸게 받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백합죽 가격은 변산 일대의 식당에서 거의 한 가지로 통일돼 있었다. 아마도 백합죽 값이 다른 모든 음식의 기준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죽 한 그릇 값이 1만원이라면 결코 싼 값이 아니다. 물론 백합 조개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죽에 백합이 통째로 여러 개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조각으로 조금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내 기준에서는 비싼 가격이다.

첫날은 전주의 막걸리집과 변산의 굴찜, 백합죽을 먹었다. 콘도는 넓고 편했다. 남자들만 있어서 요구사항이 까다롭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적당히 적응하는 편이어서 불만은 없었다. 콘도 마트에서 물과 과자를 조금 사와 텔레비전을 보며 밤 시간을 보냈다. 둘째 날인 23일 경로는 콘도에서 내소사, 목포, 익산으로 이어지는 조금 복잡한 경로인데, 하루에 이렇게 많이 다닐 수 있어서 즐거웠다.

변산국립공원에 있는 내소사로 향했다. 절 마당에는 오래 된 느티나무가 서 있는데, 이 나무는 오래되기도 했지만 퍽 아름다운 형태를 보인다. 절 마당 한쪽에 있는 샘물. 절에 가면 이 샘물을 꼭 한 잔씩 마시길 권한다. 옛말에 절간의 샘물을 마시면 1년이 젊어진다고 한다. 좋은 물을 마시면 건강에 좋으니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닐 듯하다. 절 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하다. 잎이 모두 떨어져 감이 마치 꽃처럼 화려하다. 함께 간 교수는 감이 몇 개나 달려 있는지 세어봤다. 대략 900개쯤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주렁주렁’이 더 좋다고 했다. 교수님은 학자답게 구체적이고 꼼꼼한 면을 보이시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숫자보다는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진=백건우

변산 내소사

둘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변산국립공원에 있는 내소사로 향했다. 내소사는 콘도에서도 가깝고, 변산에 오면 꼭 들러봐야 하는 절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몇 번 가봤지만, 언제 가도 늘 좋은 곳이라는 기억이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서 주차장에는 우리 차까지 두 대뿐이었다. 일주문(一柱門)이 있는 매표소에서는 입장료를 현금으로만 받고 있었다. 이건 퍽 잘못하는 것이다. 카드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 건, 탈세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는 전국의 모든 사찰 입장료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카드로 받도록 강제하고, 현금만 받는다면 세무서 직원을 상주시켜 하루 입장료가 얼마인지 검사해야 한다.

일주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쭉 뻗은 길이 나오는데, 이 길이 유명한 전나무길이다. 절까지 약 1km 이어진 전나무길은 아침의 싱그러운 공기 속에서 향긋한 전나무 냄새를 느낄 수 있었고, 상쾌하고, 아름다운 길이 걷기에 참 좋았다. 길도 편안하고, 절까지 거의 평지로 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은 산책로다. 이 길을 14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중과 민중이 걸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새삼 아련하고, 따뜻해진다. 우리는 여전히 역사 속에서 살고 있고, 역사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천왕문에는 사천왕이 있는데, 지금은 모두 보수를 하고 있어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 절 마당으로 들어서면 절 뒤로 보이는 낮지만 웅장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고졸하고 아늑하며 품위 있는 절의 모습이 드러난다. 늦가을, 잎이 모두 진 마른 나무들만 있는 마당이지만, 느티나무는 여전히 아름답고, 화려하지 않은 절간은 점잖아서 마음이 편하다.

절 마당 왼쪽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다. 아침 햇살이 막 절 마당에 퍼져나가고, 약간 쌀쌀한 기온을 느끼는 날씨가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도록 돕는다. 절 마당의 오른쪽으로는 새롭게 단장한 템플스테이 건물이 보인다. 예전에는 없던 건물들인데, 템플스테이를 하는 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건물도 시멘트가 아닌, 나무와 흙으로 지어 본디 건물들과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고 있다.

절 마당에는 오래 된 느티나무가 서 있는데, 이 나무는 오래되기도 했지만 퍽 아름다운 형태를 보인다. 절 마당 한쪽에 있는 샘물. 절에 가면 이 샘물을 꼭 한 잔씩 마시길 권한다. 옛말에 절간의 샘물을 마시면 1년이 젊어진다고 한다. 좋은 물을 마시면 건강에 좋으니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닐 듯하다. 절 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하다. 잎이 모두 떨어져 감이 마치 꽃처럼 화려하다. 함께 간 교수는 감이 몇 개나 달려 있는지 세어봤다. 대략 900개쯤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주렁주렁’이 더 좋다고 했다. 교수님은 학자답게 구체적이고 꼼꼼한 면을 보이시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숫자보다는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대웅전은 지금 공사를 하고 있었다. 대웅전에 계신 부처님은 그대로 계시지만 그 주위 안팎으로 공사를 하고 있어서 저 멋진 대웅전의 자태를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내소사는 유명한 것이 많지만 그 가운데 대웅전 문살도 있다. 채색을 하지 않은 나무 그대로의 문살은 그러나 대단 화려하다. 조각칼로 세밀하게 깎고 다듬은 문살의 꽃모양은 한 송이, 한 송이가 화사하다.

내소사의 아름다운 절집을 구경하고, 고즈넉하고 상쾌한 전나무길을 걸어나와 목포로 향했다. 내소사에서 목포 시내까지는 약 2시간 정도 걸렸고, 우리는 목포 바닷가에 있는 여러 개의 박물관을 들렀다. 먼저 목포도자박물관에서 도자기 작품을 구경했다.

목포자연사박물관은 한 마디로 굉장했다. 목포자연사박물관 옆에 문예역사관이 있는데, 여기는 전시 내용이 조금 빈약했다. 목포자연사박물관 길 건너편에 해양전시관이 있는데, 이곳에서 신안보물선에서 나온 보물을 볼 수 있다. 점심을 먹고 가까운 곳에 있는 유달산과 노적봉을 찾았다. 시민종각에 있는 글씨는 김대중 대통령이 썼다. 노적봉에서 바라 본 유달산과 유달산에서 바라 본 노적봉, 유달산에서 바라 본 노적봉과 목포 시내 전경을 바라봤다. 사진=백건우

목포자연사박물관, 유달산, 노적봉, 미륵사지

두 번째로 들른 목포자연사박물관은 한 마디로 굉장했다. 목포에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곳이 있다는 걸 몰랐고, 구경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목포에 오면 반드시 ‘목포자연사박물관’에 들를 것을 강력히 권하고, 추천한다. 목포는 인구도 많지 않은 시인데, 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박물관, 미술관을 보유한 지역으로, 문화와 예술의 고장임을 실감할 수 있다.

목포자연사박물관 옆에 문예역사관이 있는데, 여기는 전시 내용이 조금 빈약했다. 목포자연사박물관 길 건너편에 해양전시관이 있는데, 이곳에서 신안보물선에서 나온 보물을 볼 수 있다. 신안 보물선의 규모와 그 배에서 나온 청자의 규모가 대단했다. 어린이를 둔 부모라면 이런 박물관, 전시관은 반드시 둘러보고, 같이 공부하기를 권한다.

점심으로 홍어삼합을 먹으러 갔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도 홍어삼합집이 있어서 자주 갔는데, 목포에서 일부러 홍어삼합을 먹으려는 건, 홍어가 흑산도에서 잡은 흑산홍어라는 데에 있다. 대부분 홍어는 칠레나 미국산을 숙성해서 파는데, 흑산홍어는 값이 비싸 쉽게 먹기 어렵다. 모처럼 작심하고 목포에서 흑산홍어를 먹으러 식당을 찾았다.

값이 꽤 비싼데, 한상에 나온 홍어삼합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흑산홍어가 아무리 비싸다해도 이건 좀 아니다. 냉동하지 않은 흑산홍어애는 냉동한 칠레산 홍어애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훌륭한 맛이었다. 밥을 먹기 위해 홍어애국을 따로 주문했다. 우리 동네의 홍어 집에서 먹는 맛과 비교하면 이 홍어애국은 오히려 담백한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기대했던 맛보다는 실망했고, 비싼 돈을 내면서 일부러 찾아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중평이었다. 인터넷에 이 식당은 꽤 알려진 곳인데, 인터넷에서 유명한 맛 집은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것이 좋다.

점심을 먹고 가까운 곳에 있는 유달산과 노적봉을 찾았다. 시민종각에 있는 글씨는 김대중 대통령이 썼다. 노적봉에서 바라 본 유달산과 유달산에서 바라 본 노적봉, 유달산에서 바라 본 노적봉과 목포 시내 전경을 바라봤다. 이후 목포에서 출발해 익산으로 길을 나섰다. 익산은 미륵사지가 유명하다. 미륵사지는 지금 공사를 하고 있어 볼 수 없었고, 칠층탑이 있었다.

익산에서 다시 숙소가 있는 변산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러 횟집을 갔다. 생선회와 백합조개찜,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고 모두들 만족스러워했다. 여행 셋째날인 토요일은 아침에 일찍 콘도에서 나와 가볍게 내리는 비를 달려 곰소항으로 갔다. 곰소는 젓갈로 유명하다. 곰소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가 젓갈 정식과 생선구이를 주문했다. 젓갈은 짜지 않고 맛있어서 더 달라고 해서 먹었는데, 밥도 더 먹게 된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곰소에서 아침을 맛있게 먹고, 근처 젓갈판매점에서 새우젓을 산 다음, 집으로 출발했다. 2박3일의 짧고도 긴 여행을 이렇게 마쳤다. 우리가 작정했던 전주 막걸리집과 목포의 홍어삼합은 그리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지만, 횟집과 젓갈 정식은 괜찮았다. 숙소도 좋았고, 다섯 명이 함께 움직이며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좋았다. 늙은이들이 하는 여행이라 대단한 건 없지만, 이웃이 이렇게 마음을 모아 함께 여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성공이다.

백건우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8년 제1회 전태일문학상 공모에서 중편 「하루」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제1회 월간 윈(WIN) 컴퓨터문학상(소설 부문), 1997년 문학사상 신인작가 발굴(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장편소설 『사이버제국의 해커들』(1997), 중편 『죽도사설』(1997), 단편 『사랑하는 이웃』(1991년) 등 20여 권 가까운 작품을 썼다. 2003년부터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서 살고 있다. 출판사 마루프레스, 홈페이지 북한강과 양평여행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문학 활동과 편집위원, 기고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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