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모금] 검은 호랑이를 타고
검은 호랑이를 타고
석연경
고결하고 거룩하다
강렬하게 이글거리며
불타는 눈빛
포효하는 검은 호랑이가
동해 바다 위로
힘차게 솟아올라
눈부시게 빛나는
새 꽃불도장 찍으며
바닷길을 연다
반만년 전 한반도 호랑이
시베리아 대륙을 누볐으니
백두대간 등줄기에 검은 호랑이
오대양 육대주를 달리며
세계로 뻗어간다
아시아 유럽 남미 북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에
옹골진 발자국을 남기고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북극해 남극해에
은빛 불꽃 황홀하게 피워
하늘까지 치솟아 오른 후
다시 한반도 평야에 이르니
한반도에 매일 아침 치솟는
검은 호랑이의 기백을
올라타고 달려라
세계의 바다와 숲
하늘과 마음에
태초처럼 봄의 씨앗을 열정적으로 뿌려라
평온한 새 길이 열리리니
가는 곳마다 찬란하게 빛나는
검은 호랑이 은빛 발자국이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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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경 경남 밀양 출생. 2013년 『시와 문화』에서 시, 2015년 『시와 세계』에서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가 있다.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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